며칠전 밤 늦게 열시가 넘어서 아파트 문을 누가 똑똑 두드렸다. 잘 모르는 아줌마가 무엇을 들고 서 있는데, 자꾸 문 좀 열라고 해서
현관문을 열었더니 집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식구들은 아직 안 왔는데, 선뜻 아줌마를 집안으로 들이기가 그래서,
그냥 말씀 하시라고 했더니, 현관 안으로 성큼 들어선다.
" 얼마 전에 이집에 손님이 타고 온 차를 박은 사람이에요"
" 아, 예 그러시군요. 애들 고모부께서 그냥 두라고 말씀 하시죠?" 했더니
" 예 너무 고마워서 그냥은 있을 수가 없어서 인사 하러 왔어요. 진즉 와야 되는데 직장에 다니다 보니 늦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 왔습니다" 한다
우리 집에 제사를 지내러 큰고모내외가 왔을 때, 아파트 아줌마가 차를 박았다고 경비 아저씨가 내려오라고 해서 갔더니, 이번에 새로 산 신차가 앞쪽으로 한 곳이 찌그러졌다고 한다. 그 아줌마 운전이 그리 서툴러서 어떻게 차를 가지고 다니느냐고 삼촌이 한마디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명함을 주면서 대구 가셔서 수리 하시고 전화 주시면 돈을 송금 해 드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편이 전화를 했더니 그냥 고쳤다고 뭘 번거롭게 전화하고 송금하고 그러냐고 하시면서 관두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줌마는 큰 병원에 수간호사라고 자신을 소개 하면서 병원끼리는 잘 통하니 큰 병원에 입원이나 볼 일이 생기면 연락 달라고 하면서
자기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돕겠다고 한다. 몸에 좋은 6년 근 홍삼드링크는 우리보고 먹고, 구충약과 신경통 같은데 붙이는 파스 두통은 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한다. 잘 알겠다고 아들 결혼 때 다들 올라오시면 그때 같이 드링크도 나눠 먹겠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교직에 계시다가 퇴직하신 고모부와 고모 내외는 늘 베푸는 삶을 살고 계심을 느끼고 있는데, 동기간에도 늘 세심하게 인정스럽게 챙겨 주시고, 이번에 애들 고모부께서 칠순을 맞아서 잔치는 아니고 그냥 밥 한 끼 먹는다고 삼촌이 연락이 와서 남편이 다녀왔는데
조금 챙겨간 축의금을 다시 축하해 주러 모인 사람 모두에게 차비라면서 봉투를 하나씩 주었는데 그 돈이 그냥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적덕을 쌓는다는 말이 있다. 애들 고모도 내가 첫 애를 낳았을 때 울진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는데, 학부모에게 특별히 부탁 하여서 정말 큰 대각 미역을 20오리나 보내 주셨다. 우리가 부모님께 약간의 생활비를 보내 드리고 있음이 고마우셨나보다. 아버님 어머님께 잘 한다고 그렇게 신경을 써 주심에 지금까지 그 미역만 생각하면 눈시울이 찡할 정도이다. 친정 엄마가 살다가 이렇게 좋은 미역은 처음 본다고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두루 두루 많이 나누어 먹고도 두고두고 얼마나 잘 먹었는지 모른다.
3대 부자를 하기가 힘 든다고 하는데 경주 최부자는 어느 날 마당에 병아리를 솔개가 채어 가는 것을 보고는, 자기 집 창고 곳간 문을 열고, 못사는 이웃과 종들에게 양식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다른 부자들은 흉년에 남이야 굶어 죽건 말건 자기 배만 채우고 살았지만 , 그는 헐벗은 이웃을 위해서 베풀 줄 알고 적덕을 쌓았다는 것이다.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이 부잣집 창고를 부수고 양식을 훔쳐 달아나고 폭동이 일어났지만 그의 창고는 지킬 수 가 있었다고 한다.
조금 억울한 일이나, 눈에 그슬리는 일을 보면 그걸 또 참고 넘어가지 못하는 내 성정도, 이번 차 사건으로 말미암아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고모부님이나 고모님을 보면서 적덕의 의미를 새기게 된다. 내가 오늘 조금 손해 본 일이 있을지라도 또 먼 훗날 내 자식이나 내 손자가 더 많은 사람들로 부터 또한 좋은 기를 받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꼭 그런 계산적인 생각만으로는 말고, 인연이란 돌고 돌아서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다고 했지 않은가, 어쩌면 세상인심도 되로 주면 말로 받는다는 옛 속담이 있지 않은가....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도 먼저 다가가서 베풀고 챙겨주는 그런 착한 심성으로 적덕을 많이 쌓는
늘 맑고 향기로운,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아름다운 날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