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을 맞은 내 어머님 장외 술 여사님께
오늘은 우리 어머님 팔순이 되시는 날
1929년 음력 2월 13일
외가에서 태어났다고 지은 이름이 맘에 안 드신다고 하지만
오늘 우리 장한 엄마 이름 만천하에 알리고 싶어요
예전엔 추울 때였는데
오늘 너무 화창한 봄날이네
불어오는 바람도
그 심성처럼 유하고 착하고 부드럽다
유천 외갓집 동네에서 제일 고왔던 우리 어머님
팔순 나이에도 피부미인이라고 애들이 부러워하니
한평생 부지런히 내 몸 움직여 주위를 편하게 하고
깔끔하고 단정한 그 솜씨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네
언제나 인정과 사랑으로 속 깊은 정 고루 나누어 주시고
불쌍하고 힘든 사람 남모르게 베푸시며
푸근하고 따뜻한 인정 몸으로 보여 주시며
그저 나보다 남을 위해서 자식들 위해서
잠시 잠깐도 편하게 쉬지 않으시고
오늘도 쉼 없이 씻고 닦고 열심히 사시는
어머님 그 고운 맵씨, 솜씨, 맘씨,
어이 따라 가리오
화초도 잘 가꾸시고 뜨개질 바느질 솜씨 또한 일품이며
요리 솜씨 또한 어느 요리사가 따라 가리오
과실주와 솔주를 담그시는 그 기막힌 맛이란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빼어난 그 손맛
누가 가만히 계시면 세금이라도 물리느냐고
놀리는 우리말은 들은 체도 안 하시니
이제 좀 쉬엄쉬엄 휴식을 취하셔도 좋으련만
죽으면 썩어질 몸이라고 잠시도 쉬질 못하시네
무어 하나 작은 거라도 드릴라치면 그저 되었다고
사래질 치시며 봉투를 던지며 극구 사양만 하시네
언제 한번 그래 고맙다 하시며 그저 받지를 못하시니
화내며 섭섭하다고 몇 번을 말해야 억지로 받으시니
그 여린 마음 팔순이 되셔도 변하질 않네
이제 좀 앉아서 주는 것 좀 받으시라고 해도
내가 이 나이에 모가 더 필요하냐고 다 소용없다고
이만하면 다 되었다고 지족 하는 그 마음
앉으나 서나 자식 걱정으로 지금도 잠을 설치시니
이제 아무 걱정 마시고 그저 내 몸 건강만 챙기시라고
다정히 병이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으시네
세상에서 제일 고우신 우리 어머님
세상에서 제일 착하신 소녀 같은 우리 어머님
세상에서 제일 여리고 어린양처럼 순한 우리 어머님
그 작은 어깨에 한평생 짊어지고 사신 4남매 걱정 이제 다 내려놓고
맘 졸이며 애간장 태우며 관세음보살님께 빌고 빌며
그저 자식들 친지들 이웃들 잘되라고 기구하던 그 기원도 내려놓고
당신만을 위하여 오로지 당신 한 몸 건강만을 챙기시며 편히 지내시길 비옵니다
더 이상 우리 걱정일랑 마시고 부디 이제 편하게 좀 지내세요
너무 깨끗이 하지도 마시고 너무 부지런히 도 마시고
편하게 그저 맘 편하게만 지내소서 ~~~
사랑하는 어머님!
당신이 가신 그 길을 본받아 따르오리다.
엄마~~~~~사랑합니다~~~~~~
만 수 무 강 하시옵소서~~~~~
여든두 살 친정 엄마의 행복
오늘 아침 엄마와 통화를 했다
막내 이모님 잔치에 오셨다가
이모님 댁에 계시다 어제 내려가셨단다
내 생전에 언제 다시 막내 이모집에 또 오겠느냐시며
이모가 엄마를 못 내려가시게 붙잡았단다
그곳에 며칠 계셨는데
잔치 후 이모님 이웃을 초대했는데
이모님 친구들도 엄마를 대구 큰언니라고 부른단다
대구 큰언니를 닮아서
큰 딸이 어쩌면 그렇게 예쁘냐고...
며느리도 이쁘고 아들도 멋지고...
그날 머리를 커트한 네 모습이 너무 예뻤다고 하신다
다 엄마 듣기 좋고 기분 좋아라고 하는 말이라고 했지만
대구 큰 언니를 닮아서 딸도 아들도 멋지다는 그 말이
엄마맘에 큰 기쁨과 행복감을 안겨 드렸나 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주 작은 칭찬에도 어린아이처럼
마냥 큰 기쁨의 나이테 안으로 새기는 일인가 보다
다시 태어난 아기 같은 순수함으로
지나온 아팠던 주름진 삶 망각으로 지워가며
하얀 백 지위에 평생의 애환 곰삭히어
아주 작은 행복마저도 귀하고 귀한
살아 있음의 축복이 된다는 것을
보지 않아도 편안한 그 얼굴에서
숨 가쁜 목소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
다시
내가 여든두 살이 되어서
예순이 다 되어가는 내 딸이 엄마를 닮아서
너무 이쁘다고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엄마처럼 맑게 건강하게 곱게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
평생을 나를 낮추고 그저 나보다 남을 더 챙기면서
아끼고 또 아끼며 절약하고 절약하여
알뜰살뜰 모아서 자식들 바라지하는 그 고운 심성
전생에 천상의 선녀였다는
여든두 살의 나이에도 너무 고우신 우리 엄마
당신의 딸로 살고 있는 이 큰 행복을
오래오래 누리고 싶은 이 욕심을 알고 계시는지요
매일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며
자는 잠에 죽고 싶다는 그 소원
엄마 언제 까지나 우리 곁에 오래오래 계셔주시기를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아 서원드립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엄마가 94세의 연세로 5월 29일 오후 4시 반에
여동생과 내가 요양병원 면회를 한
3시간 후 세상을 떠나가셨다
일주일 동안 엄마를 향한 시 한 편 쓰지 못하고
예전 시를 다시 올린다
세상 누구보다 고왔고 근검절약 아끼고
또 아껴서 자식들 한 푼이라도 남겨 주고 가시려고
자신을 위해서 조기 한 마리 큰 것 안 드시고
막내 오면 구워준다고 냉동실에 얼려 두시고....
충분히 드셔도 되는데 왜 그리 아끼셨는지 가슴이 메인다
그저 자식 걱정으로 한 시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하고 가신 어머님
이 세상 오욕칠정 다 벗어던지고
이고득락 왕생 성불하시기를 빌고 또 빕니다
옴마니 반 메훔 엄마니 반 메훔 옴마니 반메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