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라는 뜻의 '아불류 시불류' 이외수님의 책을 읽었다.
예전에 읽은 '하악 하악'이나 같은 흐름의 책 같은 느낌이다.
책은 정말 아름다운 그림과 선문답 같은 글들로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주는 것 같은 청량감이 느껴지는 글들로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어떤 문장은 한 페이지에 몇 줄 안 되게 쓰여 있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는 그림들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정말 좋은 것 같다.
그 간결하고 짧은 문장들이 많은 생각을 불러 오기도 하고
때로는 우화 속에 숨은 지혜가 보이는 내용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져 오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웃을 수 있다.
세상에 진실이나 아름다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단어가 필요치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말이 없어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글자만 읽어 내려간다면 한 시간 만에도 볼 수 있다.
그냥 편하게 그렇게 읽어 보기도 하고 그냥 그림만 보기도 하고
그러다 슬며시 웃어 보기도 하고....
어느 문장에서는 가슴에 쿵 하는 벨이 울리기도 한다면 접어놓고 다시 펼쳐 보아도 좋은...
역시 이 외수님답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은 때로는 글 한 줄이 죽어가는 사람의 영혼을 구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가져 보지만...
갑자기 얼음이 얼었다고 한다. 정말 가을이 너무 빨리 가버린 것 같아 아쉽다.
머잖아 포도위에 뒹구는 낙엽을 보면서 저마다 가을을 앓는 계절에, 이미 읽어 보신 분들이 많겠지만 추천하고픈 책이다.
일요일 절에 갔다가 이천에 새집을 지어 이사한 집에서 부부 모임을 가졌는데, 대지 500평에 건평 백 평이 넘는 3층으로 된
멋진 집이었다. 1층은 사업하는 남편의 창고겸 사무실이고 2층 거실은 3층까지 시원하게 천장을 높게하고 벽난로도 보이고,
지열난방으로 난방비 걱정도 크게 없는 아늑한 집이었다.
무엇보다도 문학회회장을 하는 부인을 위해서 3층에 마련해준 서재는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40여년 전 첫 월급을 타서 동아 출판사의 세계 문학 전집 2질 24권을 월부로 사서 엄마에게 얼마나 혼이 났는지 모른다.
내 월급으로 먹고 살아야 할 집에 돈도 없는데 지 좋아하는 책부터 샀다고...
그 때는 다 그렇게 못 살던 때였다. 1집은 빨간 양장과 금박이고. 2집은 푸른 색 양장과 금박 입힌 표지가 무척 고급스러운
내 생애 최초로 큰 맘 먹고 목돈 들여서 내가 그렇게 좋아해서 구입한 세계 문학 전집 이였는데...
신혼 때 집들이에 오신 남편의 공장장님께서 책꽂이에 꼽힌 그 책들을 보시고 문학소녀라면서 칭찬도 하셨는데...
그 책을 몇번 이사 하면서도 애지중지 잘 간수해서 다니다가 울산에서 인천으로 이사 오면서 마을금고에 다른 책들과
같이 기부를 하고 왔다.
예전의 그 작은 글씨들을 지금은 누가 보랴 해서...그런데 그 서재에 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세계문학 전집이 보였다.
문학하는 사람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그 책들을 이사 할 때 마다 많이 버리고 왔다는 안타까움이 새삼 들었지만
후회해서 무엇 하리...그저 내 마음의 책 꽂이에만 영원히 간직되어 있으면 족하다고...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 감기 조심 하시고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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