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가출 하지 못하도록 뚜껑 있는 그릇에 담았는데 좀 갑갑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중에 뚜껑을 열고 양파망을 구해서 덮을 생각이다
어제 야채주스 재료를 사러 시장에 갔다. 요즘 도마도가 들어갈 철이라서 그런지 좀 비싼 편이었다. 당근도 국산은 조금 비싸고 브루콜리도 국산은 잘 보이지도 않고 그래서 그냥 보이는 대로 사고 양파와 양배추는 집에 있어서 사과보다는 바나나를 넣어 주는 것을 딸은 좋아 하는데 딸이 사과를 먹지 않아서 같이 먹이려고 그냥 사과를 사가지고 왔다.
동네에 새로 슈퍼가 또 생겨서 경쟁이 붙어서 그런지 단배추가 2단에 \1,000 이라고 하여 사와서 다듬는데 위에 보이는 달팽이가
나왔다. 아주 오래전 울산 살던 때인데 그때도 지금처럼 배추 속에 달팽이가 한 마리 나왔는데 애들이 그냥 버리면 죽으니까
키우자고 하여 아들이 '달수' 라고 하며 엄청 신경을 쓰고 초등학교에 갔다 오면 쳐다보면서 "달수야 오늘 잘 놀았니?" 하면서 말을
걸고 어떤 날은 슈퍼에서 얻어 오는지 사오는지 상치를 조금 갖고 오기도 하며 정성을 기울였는데 며칠 휴가를 다녀왔더니 그 달수가 가출을 한 것이다.
잘 보이는 유리 그릇위에 양파 망을 덮어서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해 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를 않아서 애들이 몹시도
서운해 했는데 어느 날 집에 국화꽃 무늬가 박혀있는 수석이 있는데 그 뒤에 달팽이가 딱 붙어 있는 것이다. 정말 너무 놀랍고,
신기하기도 하고 가출 한지 20일이나 지났는데도 살아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식구 모두 '달 수'라는 이름이 목숨 수(壽) 작명 을 잘해서라고 하면서 좋아 했었다. 그후 제법 크게 자라서 어느 여름날 동네 풀숲에 놓아 주었다.
그 후로 '달우' '달미' 까지 키워서 그때마다 잘 분양해 주었는데 이제 애들도 다 커고 배추에 농약을 많이 쳐서 그런지 달수형제들은 통 보이지를 않았는데 오늘 우연히 달수동생들을 본 것이다. 민달팽이까지 한 마리 나와서 한 마리보다는 두 마리가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버리면 죽을 것 같아서 겨울동안 잘 키워서 봄이 오면 숲에 놓아 줄 생각이다. 퇴근한 딸애가 달수 동생이 생겼다고 하면서 애들은 수 우 미까지는 괜찮은데 달양 달가는 이상하다고 민달팽이는 달민으로 이름을 짓고, 집이 있는 달팽이는 남편까지
생각을 짜내어 달구로 부르기로 했다. 오늘이 19일이라고...
내가 개나 고양이를 못 키우게 하니 달팽이 키우는 것 까지는 말리지 않았더니 한번 키워본 경험도 있으니 모두 좋아라한다 , ㅎㅎㅎ
생명 있는 것이 집에 있으니 아무리 하찮게 작은 것이지만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물도 수돗물 보다는 생수로 배추 잎에 뿌려 주고... 배추도 속에 연한 것으로 챙겨 주고... 안 그래도 바쁜데 내 일거리가 하나 더 늘은 것도 같지만... 그냥 음식물 쓰레기 통 속으로 들어가서 죽어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달팽이들에게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내게로 온 이 작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한번 정성을 기울여 키워 볼 생각이다.
작은 것들이 어찌나 바쁘게 움직이는지 잠시도 그냥 있지를 않는다. 매일 까만 변을 치워 주어야 되고 싱싱한 야채들을 챙겨
주어야 하지만 달민이와 달구가 잘 자라기를 서원하면서...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배추나 상치 속에서 혹여 달수친구들이 나오면 그냥 버리지 마시고 한번 잘 키워 보시기를...ㅎㅎㅎ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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