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일기는 1957`~1958년 사이 출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허 스님께서 지은 책인데 구전에 의하면 서울대를 졸업하고 탄허 스님 문하로 출가 했다고 하며 1962~1963년 사이 1년간 강원도 정선 정암사에서 20여리 떨어진 토굴에서 수행 했고 이때의 기록이
<대한불교>에 연재된 적이 있다고 하며 1975년 입적했다는 진술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고 한다.
책 서두에 선방일기는 1973년 월간 <신동아>에 연재된 작품인데 1993년과 2000년 각각 단행본으로 출간된 적이 있으며 다시 2010년재 출간이 되어 수행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깊은 감동이 되었으면 한다는 인사글이 실려있다.
책 뒷장에 '책만 남기고 사라진 사람'으로 지허 스님을 그렇게 표현하면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추천사가 실려져있는데 그녀는 2000년에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항상 곁에 두고 읽었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선물로 주곤 했다고 한다.
선방일기는 어느 해 10월 15일 부터 다음해 1월 15일까지 오대산 상원사에서 있었던 동안거라고 부르는 선방의 수행일과를 기록한 책인데 세속과 다른 스님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으며, 김장과 메주 쑤기로 겨울 나는 채비를 하고 감자를 훔쳐내 구워먹는다든가
또는 만두를 빚으며 이상한 모양을 흉내 내고 장난친다든가 하는 훈훈한 웃음이 베어 나오게 하는 인간적인 모습들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소소하고 담담한 글이다.
그러면서도 선방수행의 고뇌와 몸의 습속과 모든 기억과 싸워 이겨내는 벼랑 끝같이 험난하고 아슬아슬한 과정의 긴장을 풀어주고 이어주는 선방의 인간적인 풍속과 갈등도 비쳐지고, 혹독한 구도의 과정과 수행의 마지막 관문으로 해제 마지막 일주간 전혀 잠을
안자고 수마와 다투는 육체와 정신과의 싸움에서 끝내는 용맹정진하시어 이겨내는 치열한 스님들의 공부하시는 마음자세도 보인다. 수마에 휘둘려 결국은 지고 산을 내려가는 몇몇 스님도 있다고 한다.
지허 스님은 용맹 정진 후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러 끝내 좌절하지 않고 고뇌할 때 비로소 기연을 체득하여 해탈하는 것이다. 극악한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은 틀림없는 평안이다. 왜냐하면, 극악한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은 두 번 오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죽음을 이긴 사람에게 죽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죽음은 결코 두 번 오지 않는다." 고 했다.
지허 스님이란 이름이 승적에 없다고도 하고, 필명이라고도 하지만 이해인 수녀님이나 원철스님께서도 책 뒷 표지에 말씀 하셨듯이 매우 솔직담백하면서도 구도자의 깊은 사색과 예리한 성찰이 돋보이는 수행일기를 읽고 나니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내면을 흔들어 깨우는 느낌이라고 하고, 동서양의 고전은 물론 성경인용까지도 두루 한 것으로 보아 독서량이 만만치 않으면서도 꼭 필요한 구절만 적재적소에 인용하여 선사답게 절제된 표현을 사용할 줄 알았다고도 극찬하셨다.
지허 스닙께서 미혹한 중생들 앞에 나타나 한줄기 청량한 바람 같은 글들로 때 묻은 우리 마음을 씻어 줄 수 있는 향기로운 글들을
더 많이 남겨 주셨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쩌면 득도 하시어 부질없는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조용히 이름 없는 깊은 토굴에서 정진 수행 하시다 홀연히 세상을 하직 하셨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스님의 잔잔하고 고요한 산방일기는 시대가 많이 틀리기는 하겠지만 마음은 있어도 산으로 달려 갈 수 없는 속세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산중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두껍지 않은 얇은 책으로 금방 읽어 내려 갈 수 있으니 산중생활이 궁금하거나 혹여 산으로 향하는 깊은 그리움이 사무친다면 정진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지침서 같기도 하다. 스님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일주일동안 잠을 안자고 견딜 자신이 있을까? 지금도 오탁에 물든 세상을 벗어나 깊은 토굴 어디에서 생사를 초월한 용맹정진으로
열심히 정진하고 계시는 스님들 전에 깊은 존경과 뜨거운 마음의 박수를 보내면서,,,,성불 하시옵소서~~~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다들 뉴스 보도를 통해서 잘 아시겠지만 터키 에르지스 지역에 강도 7.2의 대지진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상자가 났다고 합니다.
삼가 머리 숙여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날씨가 너무 일찍 겨울이 다가 온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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