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고 멀리 유럽 쪽 이야기 같은데...
사형을 선고 받은 죄수가 마지막으로 고향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한번 뵙고 오겠다고 면회를 요청했는데...
아마도 부모님께서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받아서...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 죄수가 돌아올 때까지 대신 친구가 옥에 들어가게 되었다. 만약 그 죄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친구가 대신 사형을 받게 되는데...
부지런히 고향집에 가서 부모님을 만나고 돌아올 친구는 약속 날자에 나타나지 않고...
주위에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돌아오면 사형인데 나 같아도 돌아오지 않겠다고...
사형 집행 시간이 다가오자 친구를 대신하여 원망하거나 흔들리는 표정 없이 형장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사형집행관이 물었다. 친구가 돌아 올 것이라고 믿는지?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돌아올 수 없는 형편이 생겨서 못 올 뿐 도망을 가거나 돌아오지 않을 친구가 절대 아니라고...
그의 확고한 믿음에 모두들 비웃었지만 그는 친구를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형장에서 죽음의 순간을 기다렸다.
칼이 공중에서 원을 몇 번 그리며 밑으로 천천히 내려올 때 멀리서 죄수가 헐레벌떡 고함을 지르며 친구를
죽이지 말라고 달려왔다. 두 친구는 얼싸안고 울었다. 하마터면 자신을
대신하여 죽을 뻔한 친구의 그 진한 우정의 고마움에 울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준
친구가 고마워서 울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 둘의 진한 우정 앞에서 숙연해졌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국왕의 마음까지
감동되어서 그 죄수의 죄를 사면하고 두 사람이 진한 우정을 나누며 오래 오래 함께 잘 지내기를 허락했다는....
곧 사형당할 친구를 대신하여 세상 그 어느 친구가 요즘 세상에 감옥에 들어가겠으며 ...
한편 고향에 내려간 그 친구 역시나 다시 돌아가서 사형을 당하고 싶었을까...
얼마나 숱한 갈등을 두 사람 다 겪었을까... 아니 어쩌면 우리 같은 소인배가 생각하는 갈등같은 것은
그 두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친구의 편리를 봐 주어야했고... 자기 대신 친구를 죽게 할 순 없었으리라...
두 달에 한번 4명이서 만나는 모임이 있다. 한번 만나면 이야기꽃으로 죽치고 한자리에서 4~5시간은 훌쩍
보낼 수 있는 그렇게 마음이 잘 맞는데...
다음 약속을 하고 그 날자가 되기 전에 꼭 약속이 틀어져서 다시 날을 받는데 정말 얼마나 골치가 아픈지
모를 지경이다...
젊었을 때의 나였다면 에이 때려 치자 다들 이렇게 바쁜데 안 만나고 말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나이에 어디서 또 이렇게 마음이 잘 맞는 멋진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랴 싶은 마음이 더 크기에
거짓말 좀 보태어 문자를 여러 수십 번하고 통화를 하고 그렇게 힘들게 다시 날을 잡고...
한 친구는 당연히 되리라 생각되어 통고만 했는데 그 믿었던 친구가 하필 그날 약속이 잡혔단다...
휴 ㅠㅠㅠ미안해서...다들 몇 번씩 연락했는데 그 친구 의견을 조율하지 못했구나...
이런 이런 자긴 항상 시간이 있다고 해서...ㅠㅠㅠ
그래서 다들 요지부동이라 자기와 내가 맞출 수밖에 없는데 미안하다고 ...어쩌면 좋으니
했더니... 하룻밤 지나고 연락이 왔는데 어쩔 수 없지... 내가 양보해야지 그날 봐 한다...
고맙다 친구야...다들 안 중요한 모임이 어디 있고 안중요한 약속이 어디 있으랴마는
한 곳을 포기하고 우리약속을 지켜주겠다고... 그래서 내가 자기를 정말 좋아하는 거 알지...ㅎㅎㅎ
사람들이 다 자기주장이 강한 세상을 살고 있다. 약속을 먼저 어긴 사람은 당연히 미안하다고 해야 마땅한데...
다들 약속을 한 번씩 어겼으니 나도 한번 어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너무 경우 바르게 따지는
개성 강한 사람도 있고... 또 강의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우리가 전적으로 그에 맞출 수밖에 없어서
받아 놓은 날을 자기 때문에 그렇게 정했는데 또 그 날도 시간이 안 난다고 하니....
참 다들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애초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를 말고 한번 정한 약속은 생명과 같이 소중하게 꼭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난 요즘 참 한가한데 말이다...ㅎㅎㅎ 시도 안 쓰고 책도 안 읽고...무지 게으름피우며 살고 있다.
명절 때 작은댁네 식구들과 아들 며늘애 맞고 보내고 차례 지내고...그리고 계속 휴식중이랄까...
돌아오는 29일 시어머님 기제사 준비에만 신경 쓰면 되는데...
이번에는 스무 분정도 오시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오이김치를 담글까 물김치를 담글까...
그 궁리로 바쁘긴 하지만...오후에 장을 보러 갈 생각인데 비가 그쳐서 다행이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깊어가는 풍요로운 계절에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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