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아파트에 이사와서 얼마 안되어 분리수거 하는 날 아파트 부녀회장이 분리수거를 너무 잘 했다면서부녀회에 들어와서
주민들에게 좀 홍보도 하고 계몽도 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울산 아파트에서는 부녀회원들이 모두 나와서 분리수거를 지도했고 모든 빈 용기들은 깨끗이 씻어서 수거를 했으며 종이우유팩도 씻어서 바르게 펴서 내 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 그렇게까지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아파트의 부녀회장 눈에 띄었나보다.
전혀 부녀회 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수차 볼 때마다 권고도 하고 이사 와서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내가 그때 몸이 아파서 천식으로 몹시 고생할 때, 이것 저것 무공해라면서 챙겨주기도 하고 그 정성에 감동되어서 그냥 이름만 얹어 놓기로 했는데 한마디로 무척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한 예를 들자면 어느 날 아파트 물탱크청소를 한 다음날 이였는데 나를 울산언니라고 불렀다,
"울산 언니 나 어젯밤에 죽는 줄 알았어.."
" 아니 왜?'
"밤 12시 다 되어서 17층 아파트 옥상에 있는 물탱크에 올라갔거던요."
" 엥??왜??"
" 물탱크 청소 깨끗이 했냐고 업자한테 물었더니 확인해 보라면서 큰소리 치길래 관리소장한테 확인해 보라니까 무서워서
못 올라간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내가 올라가서 손전등으로 안을 보았는데 더러워서 다시 시켰어...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떨어져 죽는 줄 알았다니까.."
세상에 살다가 무슨 이런 소리는 난생 처음 듣는다면서 너무 놀라서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부녀회장하다 떨어져 죽을 일 있냐고.... 잘못하여 사다리에서 발이라도 잘못 짚어서 떨어져서 허리라도 다치면 어쩌려고...아니 물탱크 청소하면서 소독약을 넣었다면서...
그럼 소독이 대충 되었을 거고 ...더럽다 해도 몇 백 세대 같이 갈라 먹는데 너 혼자 그 더러운 물 다 먹는 것도 아니고 ...ㅎㅎㅎ
제발 좀 그렇게 별나게 하지 말라고....말렸지만 그 별난 성격은 타고난 것인지 그 후로도 달라지지는 않았다.
경비초소마다 다니면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하루에 몇 번 순찰을 돌아야 했고, 부지런 이 병이라고 제발 좀 그러지 말라고 하여도 언니 나는 눈뜨면 초소한번 둘러보고 자기 전에 한번 둘러봐야 한다면서...주민들이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간 가재도구를 경비실에 갖다 놓고 푹신한 안락의자에서 조는 사람이 많다고 맨 날 앉아서 tv나 본다면서 어느 날 경비초소에 쓸데없는 가재도구와 tv를
모조리 버리는 대 작업을 펼치기도 하고...아파트를 지을 때 지하에 방치해둔 온갖 잡동사니 쓰레기며 건축자재 막대기 등을 몇 차나
버리는 작업을 펼치기도 하고 정말 눈에 보이는 더러운 곳을 찾아다니며 많은 일들을 해치웠다.
여러가지 광고를 유치하여 아파트 엘리베이트 바닥도 교체하고 각동 현관문을 현대식으로 아주 멋지게 새로 해 달았으며 많은 기금도 비축했다. 봄이면 줄장미도 심고...그러는 중에 사람들로 부터 일 잘 한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지만, 또한 아파트에 자기혼자 사느냐 왜 저리 설치냐 맨 날 초소로 출근 한다느니 ...욕도 많이 먹었지만 꿋꿋이 아파트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 있음에 나는 박수를 보내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숨은 선행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의 돈을 쓰는 데는 정말 한 푼 헛되이 쓰지 않았고 부녀회원들이 밥 한번 먹자고 해도 안 된다고 하면서 언니 우리 불교에서 남의 돈 십원 하나 잘 못 쓰면 내 돈 그 몇 백배 나간다고 했지요 하면서....그런 정신으로 살면 장차 너 자식들 정말 훌륭한 사람 될 거라고 나는 많이 격려해주었다.
자신의 판공비로 부녀회원들 밥을 사준다고 한 번씩 쏘기도 하면서도 주민들이 보면 부녀회원들이 맨 날 밥 먹으러 다닌다고 말할지 모른다고 걱정했고 ... 경비 아저씨 한분이 부인도 없이 노모와 살고 있는데 그 노모가 몸도 안좋고 다리가 아프다고 족욕기를 사서 선물도 했고 그 때 내가 아는 분께 족욕기를 연결해 주어서 잘 아는데 3개나 사서 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했었다.
어버이날이면 개인 돈으로 닭을 수십 마리씩 사가지고 큰 솥단지를 빌려와서 삼계탕을 노인정에 대접하기도 하고 남모르는 선행도
많이 했다. 그 후 나는 부녀회를 그만 두었고 그녀는 아파트동대표로 활동 했는데, 얼마 전에 길에서 나를 만나서 신세한탄을 했다.
언니 속상해 죽겠다면서 자신을 왕따 시켜서 이제 아파트 일 하나도 안한다면서.... 사건의 전말은 그만 둔 한 경비원이 호소문인지
진정서인지를 써서 아파트 주민들 집집마다 돌렸나 보았다. 나는 같은 통로에 사는 한 엄마로 부터 그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직접 그 글을 보지는 못했고...한쪽 말만 들으면 안 된다고... 부녀회장이 약간 별나긴해도 사람이 그리 악하고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말을 했는데...그 그만둔 경비가 노름을 하는데 맨 날 자리를 비우고...주민들한테 돈도 빌리고...그래서 잔소리를 좀 했더니
그만 두면서...그렇게 악감정을 가지고 그랬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직접 경비아저씨들에게 말하지 말고 소장을 통해서 말하라고
했더니... 그동안 아파트 일 많이 했으니까 너를 욕하는 사람은 잘 몰라서 그렇고... 속으로 박수를 보내고 일 잘 했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을 거니까 너무 섭섭해 하지 말고 이제 너 일 사업 하는 거나 신경 쓰고 잘 살아라고 했는데...
사람에게는 단점과 장점이 있는데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 장점이 단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부지런하고 성실하다고 할 수도 있고 뭐 저렇게 설치냐 온 동네 헤집고 다닌다고 욕 할 수도 있다.
너무 맑은 물에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 옛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다 알겠지만 그 투서로 말미암아 그녀는
아파트 모든 일에서 물러났다.
나는 그녀가 열심히 불교를 믿고 실천하며 선행을 많이 하고 정말 알뜰하게 살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늘 속으로 응원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번기에 새로 부녀회장이나 아파트운영위원이 된 사람들은 일제히 그 판공비를 올렸다.
아파트에 이사 온지 십년이 넘었는데 여즉 동대표나 부녀회장 판공비가 오르기는 처음이다.
이번 기에 판공비를 몽땅 올렸다고 한다. 그도 그녀가 말 해 주어서 알았지만...
만약 그녀가 아파트 운영진이나 부녀회에 몸담고 있었다면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녀는 그런 직을 보살의 마음으로 봉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이고...
봉사에 앞서 그 어떤 판공비나 다른 어떤 사심으로 임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그런 직을 맡으면서 어떤 완장을 찬 기분으로 행여라도 상을 들어내거나 금전적인 욕심을 낸다면 법계에서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손을 뗐으면 아파트가 산으로 가든 물로 가든 생각을 끊고 너 일만 열심히 하면 너의 진심을 알아 줄 것이며 지금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사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아파트운영에 크게 관심도 안 가지거니와 판공비가 올랐다고 그것을 항의하는 사람도 없다.
형식적인 주민들 찬반 조사를 하긴 하지만 그냥 경비 아저씨가 사인하라고 해서 할 뿐이고... 복잡한 여러 장의 바뀐 조항이나 규약을 읽어 보지도 않거니와 조사에 응하는 사람보다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모든 물가가 올라가고 주민들 사정도 그리
좋지 않은데 왜 이번 기에 판공비를 올려야 하는지... 나부터도 동 대표에 나오라고 하면 절대 사양하면서도 그 올린 판공비에는
기분이 유쾌치 못하니...
이런 부담감으로 판공비라도 챙기고 싶은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공공을 위해서 희생하고 봉사할 때 그 공덕은
바로 적선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모든 아파트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그런 적선지득의 마음으로 사심 없이 임하시는
분들이 더 많으리라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도 그 안 보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분들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내면서...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추운 날씨에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한 주 힘차게 열어 가시기를~~*^^*~~~~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