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야담수>는 책표지에도 실려 있듯이 우리나라 민간에 전하는 이야기 덤불이라는 뜻이다.
덤불이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얕은 수풀이라는 뜻이듯이 이 책에는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가 뒤섞여있는데 민간에 전해져 내려오는
야사인 셈이다. 그렇다고 완전 터무니없는 일은 아닌듯하다. 여러 불교 책에서도 이미 보아온 이야기들도 섞여 있었다.
권선징악으로 끝맺음하는 글들이 많았고, 효는 백행의 근본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글들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그 지극한 효심에 하늘이 감복하여 복을 주고 죽을 목숨도 살아나고 찢어지는 가난도 벗어나고 입신양명하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한다. 그 행실이 바르고 착하면 지금 당장은 궁핍하고, 헐벗고, 비록 천한 위치에 있을지라도 의리를 배신하지 않고, 신의와 바른 마음으로 충절을 지켜나가면 천지신명이 도와주고 복의 길이 열린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이 타고난 남다른 비범함과 천재적인 천부의 식견과 재주가 있다고 해도 옛날의 기인들은 세상에 그 이름을 드러내지
아니하고 오히려 조용히 그 숨은 재능을 안으로 감추며 초야에서 호연지기로 살아간 뛰어난 인재들도 많았다는 역사적 사실 앞에서 그저 조그마한 남다른 재주를 힘껏 뽐내며 자랑하는 현대 사람들과의 심성의 차이에 많은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자신을 굳이 들어내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 인격적인 고매함의 향기가 멀리 퍼져 나가기 마련인데....급하고 빠른 것만 찾는 현대사회에서는 그저 자기 자랑과 광고하기에 바쁜 세상을 살아가며 서로가 잘났다고 핏대를 올리며 피곤한 세상을 살아 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꼭 정사는 아닐지라도 전해져 내려오는 충신, 효자, 열녀, 절부, 정선 겸재, 김시습, 석봉, 허준, 안평대군 등등...풍수나 역학에 뛰어난 야사에 전해져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과 삶의 바른 지혜와
지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패륜아가 뉴스에 자주 나오고, 가정 파괴범 같은 인륜이 무너지는 무서운 세상이다. 눈 깜빡하면 코 베어 간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사회에 지고지순한 정절과 목숨마저 버릴 수 있는 갸륵한 효심, 멸족을 당하면서 까지도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충신들의 이야기, 때론 주인집을 위해서 의리를 다하는 계집종의 이야기...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를, 청야담수 야사를 통하여 변하지 않는 삶의 바른 가르침을 배우게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인간미가 메말라가고, 인격적 품위가 풍기는 존경할 인물이 귀한 세상에서 성삼문이나 박팽연 같은 사육신과 생육신의 이야기나 동의보감을 쓴 허준이 만난 학구란 이름의 의인 이야기는 동의보감에서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를 칭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여기서는 그냥 학구로만 나온다. 병의 증세에 따라 약을 쓰지 않고 오직 한 가지 처방만으로 모든 이의 병에 효험을 보게 되고 임금의 병까지 고치는... 신의에 가까운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는 모든 부귀와 영광을 뒤로 하고 세상에서 멀어진다. 대게 의학서에 해마다 운이 순환한다는 학설이 있다고 한다. 한 해 동안 일어나는 온갖 병이 비록 달라도 그 근본은 그 해의 운에 따라 생겨난다는 것인데 참으로 그 해의 운이 어디에 속하는 것인가를 알고 그에 맞게 지어진 약을 투약하면 비록 서로 맞지 않는 증세라고 할지라도 효험이 있게 마련이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비방에 실려 있는 것으로 평범한 의원들은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평범한 의원들은 그저 증세에 따라 약을 쓰면서 그 병의 근본원인은 제쳐두고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치료하는 까닭에 해로울 뿐 무익한 경우가 많다. 그 또한 잘못한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되어 있는데 그 생각은 정말 맞는 것 같다. 어쩌면 현대에 유행병을 칭하는지도 모르겠다. 겨울이면 우리를 괴롭히는 신종 플루나 독감 같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그해의 운을 풀어내어 치유할 수 있는 그런 신의가 언젠가 우리 앞에 나타나 준다면....하는
꿈같은 생각을 가져봄도 이 책을 읽으면서 품을 수 있는 재미인지도 모르겠다. 초능력자나 초인적인 기인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칩거하고 살고 있다가 큰 자비심으로 쨘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나 준다면....하는 그런 아쉬움과 헛된 희망을 품어 보면서 ...
세상이 좀 더 맑고 향기롭기 위해서 ‘청야담수’ 같은 야담을 보면서 옛 어른들의 학처럼 고고한, 고매한 인품과, 출세와 영화를
헌 짚신처럼 뿌리치고 나물먹고 물 마시면서도 세상 누구보다 여유롭고 유유자적 시 한 수 읊으며 청량한 바람처럼 억매임 없이
자유자재 허허롭게 고귀한 삶을 살 수 있는 그 인품에 반하게 되리라 생각된다.
아둥바둥 그저 움켜쥐기 바빴던 삼욕에 찌든 삶을 잠시 내려놓고, 옛 현인들의 지혜로운 삶의 향기에 젖어보면서 자손들에게도
삼강오륜의 근본이 되는 '청야담수'속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아파트경비아저씨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심에 고맙습니다....
우리를 아프게했던 11월도 오늘이 마지막날이네요.
연평도 공격으로 마음 다친 모든 사람들이 마음 추스리시기를 서원하면서...
추워지는 날씨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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