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 하는 시 (12 )
백치 애인
< 신달자 >
나에겐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의 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를, 그리워 하는지를 모른다.
별볼일없이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나게 될까봐서 길거리의 한모퉁이를 지키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 다방에서 다방문이 열릴때마다 불길같은 애수의 눈길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길거리의 백화점에서 또는 버스속에서 시장에서 행여 어떤 곳에도 네가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적어도 내게 있어선 그는 아무것도 볼수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이며 내게 한마디 말도
해 오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이다.
바보 애인아, 너는 나를 떠난 그어디에서나 총명하고 과감하면서, 내게 와서 너는 백치가 되고 바보가 되는가, 그러나 나는 백치인 너를
사랑하며 바보인 너를 좋아한다.
우리가 불로 만나 타오를 수 없고, 물로 만나 합쳐 흐를 수 없을때, 너는 차라리 백치임이 다행이었을 것이다.
너는 그것을 알것이다. 바보애인아 너는 그 허허로운 결과를 알고 먼저 네 마음을 돌처럼 굳혔는가, 그 돌같은 침묵속에 내 감정을
가두어 두면서 스스로 백치가 되어서 사랑을 영원하게 하는가.
바보 애인아, 세상은 날로 적막하여 제얼굴을 드러내는것이 큰 과업처럼 야단스럽고, 또한 그처럼도 못하는자는 절로 바보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래 바보가 되자. 바보인 너를 내가 사랑하고, 백치인 네 영혼에 나를 묻어리라.
바보 애인아, 거듭 부르는 나의 백치 애인아, 잠에 빠지고 그 마지막 순간에 너를 부르며 잠에서 깬, 그 첫 여명은 밝음을 비벼잡고
너의 환상을 쫓는것을 너는 모른다.
너는 너무 모른다.정말이지 너는 바보 백치인가, 그대 백치이다. 우리는 바보가 되자. 이세상에 아주 제일가는 바보가 되어서, 모르는 척하며 살자. 기억속의 사람은 되지말며,잊혀진 사람도 되지말며, 이렇게 모르는척 살아가자, 우리가 언제 악수를 나누었으며,우리가 언제
마주 앉아 차를 마셨던가, 길을 걷다가 어깨를 부딛고 지나가는 아무 상관 없는 행인처럼 그렇게 모르는척 살아 가는거다.
바보애인아, 아무 상관 없는 그런 관계에선 우리에게 결코 이별은 오지 않을것이다.
너는 나의 애인이다. 백치 애인이다.
*** 애인이 백치 애인이라고 부르짖는 여인의 마음을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너무 내 맘을 잘 알아 줄것같은 사람이 알고도 모르는척 하는건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지 내 맘을 너무도 몰라줄때 그 야속함이라니...
천성이 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내가 싫어 하는짓만 골라서 한다고 생각될때, 그땐 그 마음의 열정이 식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으리라...영원할것같은 사랑도 하루 아침에 돌아서는 세상이다.
이선희의 노래에도 당신은 이 험한 세상에 선물이라고 노래하다가 맺지 못한다해도 슬퍼하지 않는다는... 영원한건 없을테니까...라고
노래하고 있다.세상에 영원한건 없기에 차라리 어깨를 부딛고 지나가는 행인이라면 이별은 없을거라고 그렇게라도 역으로 백치애인을
향하여 말해 보다가 그는 또 너무나 그 허허로운 결과를 잘 아는....그래서 그 침묵을 이해는 하면서도 바보 애인을 두고 사랑에 빠진 여 시인의 심정을 노래한 시라고 생각된다.
요즘은 바보의 의미가 많이 달리 해석되고 있다. 바보=바라 보면 볼수록 더 보고싶은 사람이 바보라고 한다는데, 세상에 영원한게 없기에
더 영원한걸 꿈꾸는 그 끝없는 욕망의 허기짐이라니....그러나 익히 경험했듯이 카멜레온처럼 잘 변하는 사랑의 허망함이라니....
그래도 우리는 또 꿈 꿀 수 밖에 없으리라....산다는게 그 꿈의 연속일테니간....우리에게 꿈을 거부할 힘은 없는걸까...
신의 각본대로 우리는 늘 꿈속에서 꿈을 쫓으며 사는건 아닐것이다 .
내가 꿈꾸는, 내가 원하는,내 삶을 내가 주체가 되어서 꿈을 조정하며 사는 인생을 살아야 하리라.
그 꿈이 늘 무지개빛 아름답지 않을지라도, 내가 선택한 내가 만든, 나의 꿈이기에, 후회없이 책임질 수 있다면 그리 허망한 삶만은 아닐것이다.
오늘도 내가 선택한 내꿈을 향하여 아름답게 채색해가는 고운 하루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