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 하는 시 (14)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서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1994년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란 책이 나왔을때 문단에 새로운 바람이 분다는 느낌이였다
젊고 아름다운 그녀의 시는 젊은 영혼의 편력을 도시적 감수성으로 정직하게 노래한다고 평하기도 하고 도발적이라고 평하기도 했지만
약간 파격적인 표현도 있었지만 신선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책 첫장에 나오는 이 시가 나는 참 좋았는데,고창 선운사에 가서 직접 상사화를 보면서 그곳 어딘가에서 이 시를 본듯하기도 하다.
흐드러진 상사화를 보면서 읊은 이 시를 읽으면 참 맘에 닿는 부분이 많다.
산다는것은 어쩌면 다 만남과 이별의 변주곡 속에서 사랑과 미움의 장단에 춤추는 한낱 헛된 꿈인지도 모르겠다
왜 사랑이 변하냐고 반문하는 사람은 이제 찾을 길 없다. 변하고야 마는게 사랑이라는 것이니간...
담담히 보내긴 보냈는데...남겨진 마음은 첫 마음이 담길때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
그러나 어이하리 한번 떠난 마음은 다시 돌아 오기 힘든다는걸 알아야만 하리라. 때론 괘심하고 섭섭하고 아프기도 하겠지만
그런맘까지도 다 버려야 하는게 이별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버려진 이별들을 수거해 가는 쓰레기차에는 온갖 사연들이 많을것이지만 그 안에서 남겨진 사랑은 없을것이다
조금이라도 진정한 사랑이 남아 있다면 이별은 찾아 오지 않을테니간...
아는 동생이 한 말이 생각난다 이별이란 한쪽에서 그 끈을 놓지 않으면 이별이 아니라고...
그 옛날 지고 지순한 사람들처럼 평생을 기다리고 바램하는 그런 사랑은 이제 먼 전설이 되어 버린듯하다
지금 곁에 머물러주는 착하고 따뜻한 인연들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을 전하는 사랑과 건강만이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바램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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