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늘애가 방학을 하여 구순이신 친정엄마를 모셔왔다.
다음 주부터는 새해불공이라 이번 주 휴가를 얻은 셈인데...
아무리 ktx라 해도 아침 9시 열차로 내려갔다가 오후 2시차로 올라오니
다음날 일어나니 허리도 아프고 정말 피곤했지만 이모님들이 다들 엄마를 너무 보고 싶어 하시고
이 추운데 혼자 두면 안 된다고 노래를 부르셔서 ...
몇 년 전만 하여도 엄마 혼자서 집에서 역까지 택시로 이동하여 영등포역에 도착하시면
올케와 내가 마중 나가고 그렇게 잘 하셨는데 작년부터는 어지러워서 혼자 못 다니시겠다고 한다.
남동생이 마중을 나와서 첫날은 동생네서 자고 다음날 우리 동네 지호 삼계탕 집에서 대방동이모와 조카
의정부막내이모와 조카, 큰 남동생식구들 막내남동생 그렇게 13명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우리 집에 와서
간단히 다과를 마시고 두 이모님이 엄마를 모시고 갔다.
다들 연세가 높으니 허리도 굽으시고 왜소한 몸은 바람이 불면 날아 갈 듯한데 40킬로가 안되니..
십 년 전만 해도 팔순 때 일본 여행 갔을 때 다들 엄마가 곱다고 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쇠잔해지는 엄마를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날씨도 춥고 엄마의 성정으로 볼 때 딸이 내려간다고 하면 또 고기 국을 끓인다 나물을 무친다...
부산할 것 같아서 절대로 점심 안 먹고 뒤돌아서서 엄마 보따리만 챙기고 올라 올 거라고 수차 말 했건만
또 명태 국에다 엘에이갈비까지 한 술 뜨고 가잔다. ㅎㅎㅎ
내가 정말 엄마 때문에 못산다고...
아침에 서울역에서 소고기국밥을 먹고 와서 속이 더부룩해서 도저히 못 먹는다고...
내 이럴지 알고 안 먹는다고 열 번도 넘게 말했는데 왜 사람 말을 안 듣느냐고 화를 냈더니
그래도 이 추운데 언제 밥을 먹고 오겠냐 싶었다고...
오늘도 여동생과 엄마이야기를 하면서 그 성격은 왜 평생 안 바뀌느냐며
속상해 했지만...
잔 정 많고 근검절약이 몸에 밴 엄마의 그 곱디고운 심성은 평생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좋은 것 한번 누려보지 못하고 벌벌 떨다가 한 푼 이라도 모이면
며느리가 사업하는 아들 조금만 힘 든다 하면 눈물콧물 묻은 돈 목돈 모아 송금하고...
한 두 번이 아니고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돈을 보내 놓고도 또 더 못주어서 안달하시니
딸로서는 생각할수록 속상하지만 그 마음을 어찌 바꿀 수 있으리...
대방동이모님은 언제나 그 연세에 병 없이 혼자 저렇게 맑은 정신으로 살아계셔 주는 것만도
너무 너무 고맙다고 하시지만 이번에 엄마를 보니 혼자서는 온전히 바로 서는 것도 힘들어 보여서
정말 어쩌면 서울길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울산 사는 막내딸이 못 올라와서 많이 아쉽겠지만 그래도 그래 애지중지 큰아들과 손자들 다 보고
항상 걱정 끝이 없는 막내아들도 보고 5여1남중에 살아있는 여동생2명도 보고 조카들도 보고 기분이 좋으신 것 같다
삼계탕을 맛있게 다 잡수셔서 평소 입맛이 없어서 점심은 안 드신다고 하더니 가슴이 뭉클하다
옆에서 챙겨만 주면 저렇게 잘 드시는데...ㅠㅠㅠ
대방동 이모님은 지금 죽어도 안 아깝다고 노래를 하시는 엄마에게 단명 하는 장 씨네 역사를
언니가 새로 쓰고 있다고 하면서 백수 하셔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시는데 내가 손자를 본다는 이유로
모신다고 해놓고 약속을 못 지키고 있음에 안타깝다
우리 집에 오시라고 하여도 내가 힘 든다고 안 오시려하니...
두이모도 이모부가 다 돌아 가셔서
서로 언니 우리 집에 오시라 해도 내 집이 제일 편하다고 안온다고 하시니...
막내 이모 집에서 며칠 주무시고 대방동이모집에서 며칠 있다가
목요일쯤 모셔 와서 주말에 또 모셔다 드려야 할 것 같은데 ...
이모들이 엄마를 생각하시는 정이 얼마나 깊은지...
참 인정이 넘치는 자매지간 같아서 너무 보기가 좋다
어쩌면 엄마의 인생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서울행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엄마 가슴에 남아있기를 바램하면서 ...
떡도 해오시고 금일봉까지 챙겨 오신 이모님들에게
늘 고맙고 감사 합니다~~~
큰 동생이 사업이 부진하여 이런 자리를 자주 못 가져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 또한 가슴이 아프고...
혼자 사는 눈 수술한 막내의 부쩍 수척한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저리고...
냉동실에 재워둔 고기랑 과일이랑 엄마를 모셔가는 막내이모님과
막내남동생에게 챙겨 보내고 수술한 조카와 제대한 조카에게도 봉투하나씩 챙겨주고 떡값도 챙겨 드리고...
썰물처럼 다들 가고나니 무언가 허탈한 기분이 든다.
무심한 세월 속에 덧없는 엄마의 청춘이 사라지고 있음에 마음 아프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소원하는 모든 일들이 성취되기를 부처님 전에 서원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또 속절없이
무심한 하루가 흘러갑니다 ㅎㅎㅎ
늘 제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