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정향 2007. 8. 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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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난.... 안녕하세요....
靜 香
아침에 산에 갔다
어젯밤 잠을 못 잤다
계속하여 요즘 잠을 설쳤다
땀을 흠뻑 내고 싶다
내 몸속 깊이 끈적이는 감정의 찌꺼기들을
다 쏟아내어 부어 버리고 싶다
6시에 산을 오르니 벌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어디선가 상큼한 풀냄새가 향기롭다
얼마 만에 오는 산인가....
숨이 차고 맘 같지 않다
다리도 벌서 후들거리고....
그런데....
안녕하세요 하는 한마디.... 뿌연 안경 속으로
한 남자가 불편한 몸으로 한 손엔 지팡이를 짚고
한 손으론 고물 타이어 두 개를 끈으로 묶어서 아주 천천히 질질 끌면서
벌서 그 시간에 산에서 내려오면서 내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내게만 인사를 하는 게 아니다 산을 올라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쿵 하고 가슴이 울린다....
그래 나는 이제까지 얼마나 사치한 투정, 시기, 욕심으로 하찮은 일들에
화내고 속상해하며 잘 먹지도 잠들지도 못하고 이 순간까지 살아왔는가..
저렇게 아픈 몸으로도, 아니 살아 있다는 그 자체를 숭고하게 아름답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저 사람을 보라...
이렇게 건강하게 이 순간 살고 있음을 눈물겹게 감사한 적 있었던 가
이렇게 두 다리 멀쩡하게 산에 오를 수 있음을 감격한 적 있었던 가
나를 더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나만 더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는 일들 때문에 매 순간 속상해하면서.....
내 욕심만 앞세우고 지금 이 순간도 삶이 무엇인지 진정 헤아리지 못하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음에 고마워하지 못하고
더 많은 욕심과 욕망으로 맘과는 달리 성숙하지 못한 일상들에
얼마나 많이 상처를 주고 상처 받으며 부대끼고 있는가.............
매양 다 비운 다 비운다 하면서도 아직도 너무 많이 움켜쥐려고 만하는
나 자신의 초라한 내면을 들여 다 보았다
이 눈부신 아침에 산에서 만난 몸이 불편한, 그러나 맘만은
세상 그 누구보다 부자인 겸손한 그 사람을 만나서
밖으로만 치닫던 내 욕심들이 부끄럽기 한량없다.
정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안녕을 빌어 주고 다 안녕하기를 바라며
자기를 보고 더 비우고 감사하게 살아 라는 그런 수많은 메시지를 던져주는
안녕하세요... 하는 그 사람의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
하늘엔 양떼구름인지 공작새 나래 구름인지 흰 구름이 가득하다
얼마 만에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는지.....
하늘에 구름 가듯이 윤회하는 인연의 고리를 어이 내 맘대로 하리오
세상사 모든 거 다 물 흐르듯이..........
맘 졸이고 조바심치지 말자고....
내일도 산에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고 있을 그분을 생각하자고....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욕심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산을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나옹선사님의 맑고 향기로운 법음이 들리는 것 같다.
***제가 10년도 더 전에 처음 올린 일상 편 글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내 백일장 등에서 상도 타고 교우지나 사우지 등
조금씩 글을 써놓은 노트가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 날 이 글들이
없어지기 전에 어딘가에 저장이라도 해 놓아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블로그를 처음 만들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저장해놓은 시들 보다 여러 일상 잡기나
본 책 영화 여행지 등 다방면 글들을 올리게 되었고
서유럽 여행기 등을 올릴 때는
하루에 2천에서 3천 명 제 블로그를 찾아 주셔서 참 감동도 되고
하루하루 기쁨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나이가 들고 쌍둥이 손자들을 봐주어야 했기에
뱃속에서부터 근 8년간 거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았고
찾아 주시는 친구들도 다 멀어지고 제가 물론 가지도 않았기에...
그러다 요즘 손자들이 7살이 되면서 좀 커가기도 하고 시간도 여유가 생겨서
김호중 님 팬클럽에 가입하면서 새로운 재미도 느끼고
또 다른 어떤 열정에 들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는 하루 30~~40명 정도 찾아 주시는데 갑자기 수백 명이(449명) 다녀가셔서
왜일까 했더니 그날이 개기일식날이었나 봅니다
10년 전에 제가 올린 개기일식날 핸드폰 사진이란 글이 블로그 검색에 나와서
다들 많이 걸음해 주신 것을 알게 되었지요
참 한번 써놓은 글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읽히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70만 명이 다녀간 처음 시점이 언제 였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제 글을 찾아보니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새로워서 올려 봅니다
모든 인연들도 그렇듯이 한번 쓴 글이나 한번 맺은 인연들은
영원히 간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사랑하는 고운 인연들이 참 좋은 인연이었다고
세상 하직하는 날 그렇게 미소 지으며 떠날 수 있기를 바람 해봅니다
늘 제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서 고맙습니다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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