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서 아름다운 나목의 해탈향
오래된 나무는 자신을 가꿀 줄 안다
삐죽 빼죽 어린 나무
세상사 궁금해
발 돋음 하며 곁눈질 하지만
모든 것 초월한 수도자 같은
수령이 오래된 나목의 아름다움을 보았는가
확 들어낸 나신에 부끄럽지 않도록
얼마나 긴 세월동안
인고의 아픔 견디고
언제나 말없이 묵언 수행중이다
거울도 본 적 없는데
스스로 자신을 가꿀 줄 아는
저 지혜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모진 바람 견디며
오가는 이 눈길 주지 않아도
길들여진 탁한 매연 스스로 정화하며
중생을 위해
숭고한 피톤치드 향 쉼 없이 보시 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음에
의연히 가슴 펴고
허공에 새기는 절제된 메시지
나이테만큼 깊어 가는 선정의 법문
아무리 발버둥 쳐도
피할 길 없는 천륜을 안다는 말인가
운명에 순응하며
자신이 뿌리 내린 그 자리
하늘과 맺은 언약
땅과의 약속 저버리지 않고
한번 맺은 인연 천년을 지켜가네
봄마다 환희한 맘 꽃으로 피워내고
내면의 성숙인가 인고로 살찌운 보물인가
가을이면 튼실한 열매 다 내어주고
마지막 가는 자리
다비로 불태운 아름다운 마무리
현란한 단풍불꽃
탐심 많은 우리에게 온몸으로 보여 준다
다 주고 다 버린 마음
그 최후의 순간까지
추한 모습 보이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가꿀 줄 아는
나목의 아름다움에
이제 서야 눈 뜬
오욕칠정 욕심바다 헤매는
어리석은 중생에게
주고 또 주고 다 주었다 생각하지만
또 더 줄게 남아 있다고
마지막 남은 장관
눈꽃으로 피어난 순결한 화려함
벗어서 아름다운 나목이여
천지에 가득한 맑고 향기로운 해탈향
나 그대 앞에 두 무릎 꿇고 참회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