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책속에 스님께서 감명 깊게 읽으신 책들 중에서 '월든'을 읽었고 다음으로 '대화'를 다 읽었는데 적어둔 저서들을 도서관에서 찾는데로 다 읽어 볼 생각이다.
'이 책은 대화 형식으로 서술한 짧지 않은 나의 인생의 회고록 또는 자서전 이다 . 회고록의 통상적 형식인 본인의 일인칭 서술이 아니라 '대화' 형식인 까닭은 개인사적 사실 내용과 삶의 방식에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질문자와의 비판적 토론 방법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나의 삶이 얽혀서 진행된 국내상황과 시대정신, 20세기의 인류사적 격동의 의미와 가치를 나의 세계관의 모색과 더불어 음미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사상사'적 담론이 전체 내용의 절반을 이룬다.
'대화;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으로 한 연유이다. 전체 내용의 앞 부분은 개인사적 성격에서만 보자면, 일제 식민지하의 소년시대에서부터 이승만정권 말기까지를 다룬 기왕의 '역정 나의 청년 시대' 리영희 자전적 에세이1988창작과 비평사와 시간적으로 중복된다. 하지만 단순한 연대기적 내용은 대폭으로 축소 생략되었다. 그 시기는 이를테면 지성인으로 성장하는 한 개인의 전사(前史)단계이다. 일제 식민지하에 놓인 조선과 조선인의 생존환경의 체험적 서술이다.
단순 기능직 전문가로서의 '지식인'이 아니라 시대의 고민을 자신의 고민으로 일체화시키는 불란서어의 뉘앙스(함의)로서의 인텔리 즉 '지성인'에 해당하는 나의 삶의 시간적 구간은 약 50년 간이다. 6.25전쟁의 지겹도록 혐오스러운 7년간의 군복무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하나의 자유정신의 인격체로서 1950년대 중엽부터 언론인과 대학교수, 사회비평가와 국제문제 전문가로서 활동한현재까지를 말한다. 이 긴 시간에 걸친 나의 삶을 이끌어준 근본이념은 '자유'와 '책임 '이였다.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 이념에 따라 나는 언제난 내 앞에 던져진 현실 상황을 묵인하거나 회피하거나 또는 상황과의 관계설정을 기권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를 '지식인'의 배신으로 경멸하고 경계했다. 사회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그에 앞서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겨왔다. 이런 신조로서의 삶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그렇듯이 바로 그것이 '형벌' 이었다. 이성이나 지성은 커녕 '상상'조차 범죄로 규정했던 대한민국에서랴....읽는 이를 위하여 라고 책머리에 쓴 리영희님의 글을 다 옮길 수 없어서 사진으로 찍은 연보와 소개글을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글은 그만 생략하기로 하고...
746페이지에 달하는 두터운 책을 읽어가면서 그토록 정의롭게 힘겹게 지켜온 전쟁과 이념의 격동기를 살아온 한 지식인의 아픔과 자존을 공감하게 된다. 숱한 옥사와 회유과 금력과 권력의 핍박속에서도 굽히지않고 시대를 앞서가는 해박하고 예리한 판단력과 급변하는 세계정세까지도 헤아리고 있는 석학을 정치하는 사람들이 감옥이나 가두려고 한 지난 날 우리나라의 권력 중심에서 우리가 까맣게 모르고 지내온 세월들을 샅샅히 파 헤치고 있음에 놀람과 감동을 받게된다. 그 당시의 대학생들은 누구나 읽었을 것이라고 짐작 되지만....
한 지식인이 대쪽같은 절개와 학같은 고고함으로 방황하고 절망하는 군중들에게 희망과 방향을 제시해주는 등불 역활을 해 오면서 자신이 감내해야할 무거운 형벌과 삶의 고달픔과 생활고속에서도 권력에 동조하지않고 힘들게 지켜온 그의 선택과, 어떤 악조건속에서도 소리침을 잊지 않은 그 맑고 깨어있는 정신 앞에 존경과 박수를 보내면서....그동안 너무 모르고 살았던 큰 인물 리영희님에게 고개 숙여서 진정어린 박수를 보냅니다....왜 이 책을 법정스님께서 추천하셨는지도 알게 된 것 같다. 두 분다 세속의 시류에 합류하지 않은 정말 맑고 향기로운 분 같아서 살아 가면서 이런 거목과 같은 분이 우리나라에 있었음에 감동받게 된다.
그가 살아오면서 교류한 고운 벗님들과 그에게 빛이 된 도움을 준 많은 분들의 이름도 나오고, 그렇게 혹독하게 고문한 이름들도 나오는데, 시대를 앞서간 많은 아름다운 이름들에 또한 경외심을 표하면서 두터운 책 중간 중간 해박한 지식과 폭 넓은 독서와 지식인답게 스스로 깨친 불어와 중국어까지 원서를 볼 정도로 능통하시고,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미군부의 통역관을 지내셨으니 영어에는 그 누구보다 능통하시며... 잠시도 쉬지않고 독서하시고 동서양의 사상과 이념을 뛰어넘는 모든 서적들을 통달 하심과 아울러 그가 인용한 중국의 고시부터 아름다운 시어와 문장들에 감탄하게 된다. 아직 못 읽으신 분은 꼭 한번 읽어 보시기를 적극 추천 합니다. 그가 존경하는 로쉰의 아큐정전을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철없이 읽은 기억이 새삼스럽다.
수많은 인용글 중에서 명심보감에 나오는 "노요지마력 일구견인심"(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먼 길을 가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긴 세월을 지내봐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군자지교 담여수 소인지교 감여례" 군자의 사귐은 덤덤하기 물과 같고 소인 사귐은의 은 그 맛이 달기가 감주와 같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서 고마운 인사를 보내면서...
오늘 아침은 다시 조금 춥다고 합니다. 옷 잘 챙겨 입으시고....
빠트린게 하나 있어서...리영희님의 사모님 윤영자님께도 박수를 보냅니다. 긴 세월 가난한 살림에 그 뒷바라지에 얼마나 큰 힘이 들었을지는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넘치는 운동권 학생들과 사회명사들이 그 집으로 몰려 갔다고 하니...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며, 봄향기 가득한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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