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다비식을 지켜 보면서 토요일 오전 내내 마음이 무겁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불교방송에서 이어서 스님의 지나간 법문 모습을 녹화로 보여 주었다. 빌려온 '아름다운 마무리'를 마저 보아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책장을 넘겼다. 위에 사진에서 말씀 하셨듯이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한 감사요 처음으로 돌아 가는 마음이라고 하셨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세상을 살아 가면서 그때그때 삶의 매듭들이 지어진다.
그런 매듭을 통해서 안으로 여물어 간다.
흔히 이 육신이 내 몸인 줄 알고 지내는데
병이 들어 앓게 되면 내 몸이 내가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내 몸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병을 치료하면서 속으로 염원했다.
이 병고를 거치면서 보다 너그럽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이해심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묵묵히 서 있는 겨울 나무들을 바라보고
더러는 거칠거칠한 줄기들을 쓰다듬으며
내 속에 고인 말들을 전한다.
겨울 나무들에게 두런두런 말을 걸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하게 차오른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
살아 있는 동안 내부에서 무언가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있다.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는 무디어진 감성,
저녁노을 앞에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줄 모르는 무감각,
넋을 잃고 텔레비전 앞에서 허물어져 가는 일상,
이런 것이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섬이다.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삶의 종착점에 이를 때까지
거듭거듭 새롭게 일깨워야 한다.고 책 뒷장에 스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늘 깨어 있다는 것은 죽는 순간까지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음이며
헛되이 시간을 죽이지 않는 것이며
좋은 책을 열심히 읽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일하고, 아름다운 자연에 감동하고, 감사하고,
내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베풀고 가라는 것이다.
책 뒷면에는 스님이 인용했던 글의 저자나 책 제목등에 대해서 약간의 해설도 옮겨 놓았다.
스님께서 감동 받은 책들을 다 메모지에 옮겨 적었다. 앞으로 서서히 그 책들을 읽어 볼 생각이다...
책은 스님께서 감동받은 조주선사나 혜능대사의 일화나 시부터 시작해서 감동받은 책의 내용까지 그리고 책을 읽고 감동 받은
그곳으로 가셔서 <윌든> 호수의 이야기까지....스님이 즐겨 들으시는 음악까지....일상들을 담담히 적어 놓았다.
그리고 재미있는 5백생을 산 여우 이야기도 적어 놓았다.
8세기 중국에서 최초로 수도생활의 규범을 마련하고 수도원을 세운 백장 스님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시퍼런규범을 몸소 실천한 분이신데 그 스님의 설법이 있을 때마다 항상 한 노인이 법문을 듣다가 물러 갔는데 하루는 법문이 끝났는데도 물러 가지 않아서 그 까닭을 물으니 자기는 사람이 아닌 아주 오랜 옛날 이 산에서 살았는데 어느 날 제자 한사람이 '수행이 뛰어난 사람도 인과에 떨어 집니까? 하고 묻기에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 라고 답하여 그때부터 5백생 동안 여우의 몸을 받아 오늘 이자리에 이르렀는데 큰 스님께서 바른 법문으로 이 여우의 몸을 벗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스님은 그때처럼 다시 물으라고 일렀다.
"수행이 뛰어난 사람도 인과에 떨어 집니까?"
스님이 답했다.
"인과에 어둡지 않다. "
노인은 이말끝에 크게 깨닫고 스님께 말했다.
"큰 스님의 한마디로 저는 여우의 몸을 벗게 됐습니다. 벗은 몸은 이 산 너머에 있으니 원컨대 죽은 스님을 천도하는 법식대로 해 주소서." 백장 스님은 대중을 맡아 돌보는 유나에게 점심 공양후에 죽은 스님의 장례식이 있을 거라고 일렀다. 앓는 사람이 없었는데 장례식이라니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다. 공양이 끝나자 큰 스님은 대중을 이끌고 뒷산 바위굴로 가 주장자로 죽어 있는 여우를 끌어내어 그 자리에서 화장했다. 그날밤 스님은 위의를 갖추고 법상에 올라가 낮 동안에 있었던 전후 사정을 대중에게 말씀햇다.
이때 큰 스님의 맏제자인 황벽 스님이 물었다. "노인은 그 옛날 묻는 말에 잘못 답하여 5백 생 동안이나 여우의 몸을 받았다는데, 만약 그때 바르게 답했다면 그 노인은 무슨 몸을 받았을까요?"
백장 스님이 말했다.
"이리 나오너라 그 노인을 위해 일러주마"
황벽은 큰스님 곁으로 가까이 다가서면서 갑자기 스승의 옆구리를 쥐어 박았다.
이때 백장스님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달마의 수염이 붉은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곳에도 붉은 수염의 달마가 있었구나."
남을 지도하는 사람이 말 한마디 잘못하여 5백 생 동안 여우 몸을 받았다는 이 법문이 우리에게 무엇을 뜻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남의 물음에 바르게 답하고 있는가, 잘못 답하고 있지는 않은가.고 스님께서는 말씀 하셨는데 우리도 반성할 부분이 많은 글이다. 조금 알면서 많이 아는체하지는 않았는지, 잘 모르면서 잘 아는척 말하지 않았는지...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또 스님께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받쳐 주어야 신선감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하셨다. 너무 자주 마주치고 어울리디가 보면 그 사람의 본질을 놓치기 싶다고도 하셨다. 좋은 만남에는 향기로운 여운이 감돌아야 하며, 그 향기로운 여운으로 인해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공존할 수 있으며, 사람이 그 향기로운 여운을 지니려면 주어진 시간을 값없는 일에 낭비해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여 쉬지않고 자신의 삶을 가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흙에 씨앗을 뿌려 곡식을 가꾸듯이...
그래야 새로운 향기가 만날 때 마다 풍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도 얼마쯤의 거리를 두고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떨어져서 보아야 숲을 보듯이...너무 가까이서 대하다 보면 자신의 주관과 부수적인 것들에 가려 그의 인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사람이든 풍경이든 바라보는 기쁨이 따라야하고, 너무 가까이도 멀리도 아닌 알맞은 거리에서 바라보는 은은한 기쁨이 따라야 한다고 하셨다.
우리 삶에 보약같은 아름다운 글들이 많이 있다. 그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실천함에 도움을 주는 글이다.
스님이 평생으로 실천하신 무소유의 그 마음을 우리가 실천하고 본 받아야 하리라...
단순하고 담백하게, 여백의 향기와, 비우는 기쁨을, 몸소 마지막 가는 길에 위대하게 보여 주고 떠나 가신, 그 훌륭한 고귀한 정신을 잊지 말고, 우리도 스님처럼 자비심으로 용서하고, 이해하고, 그렇게 비우고 또 비우는 연습으로, 단순하게 살아 가자고 다짐해 보면서....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스님이 가신 세상을 시방삼세 모든 만다라가 다 슬퍼하듯이 어제 오후부터 내린던 비가 지금도 내립니다.
이제 이비가 그치면 완연한 봄이 오겠지요...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고 새로운 한 주 힘차게 시작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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