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절에 가는데 동묘 역에서 6호선을 갈아타려고 1호선에서 내리는데
마침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트가 고장이 나서 계단 쪽으로 가니 바로 내 앞에 아주 무거워
보이는 등산 가방을 메고 손에도 무거운 종이가방을 든 허리도 약간 굽었고 머리도 하얗고 체격도 왜소해 보이는
노 할머니께서 걸어 가셔서 내가 종이가방을 들어드리면서 메고 계신 가방도 무겁지 않으냐고 제가 들어드리겠다고
했더니 그냥 본인이 메고 가시겠단다.
"아니 이렇게 일찍 어디가세요?" 했더니 엄마한테 간다고 하셔서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예 어디요?" 했더니
"엄마~~" 하셔서 아니 모친이 연세가 몇 살 인지 물었더니 97살이란다. 그럼 보살님은요? 했더니 난 77살이야
나도 아침 일찍 동네 절에 다녀왔어 하신다.
그런데 그렇게 무겁게 메고 계신 건 무언지 물었더니 미수가루인데 모친 해다 드린다고...
97살 노모가 혼자 사시는데 집세 받고 살긴 괜찮다고...자기보다 더 젊어 보인다고...ㅎㅎ
율무와 검은 쌀, 찹쌀, 검은콩, 검은 깨 등을 한번 쪄서 말려서 미수가루를 만들어 드리는데 떨어지면
또 해다 드린다는 것이다. 자신 몸도 가누기 힘들어 보이는데 그렇게 매번 미수가루를 쪄서 말려서
해 드린다는 말씀에 가슴이 찡했다. 그렇게 쪄서 말려서 해 드려야 소화가 잘 될 것이다.
그렇게 자기가 자주 가야지만 올케들도 모두 온다고 한다.
노모를 향한 깊은 효심에 머리가 숙여진다. 자신도 가만히 앉아서 자식들 효를 받아야 할 연세인데
본인 몸도 성치 않아 보이는데 그렇게 매번 해다 드린다고 하니 정말 보통효심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집에 와 계신 우리엄마가 97살까지 사실 수 있을까? 그때 까지도 맑은
정신으로 지금처럼... 지금도 지난번 넘어지신 이후에 허리가 많이 굽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자기발로 가고 싶은 곳 갈 수 있어야 살아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엄마가 사고
나기 전에는 혼자서도 서울에 잘 오시더니 이제는 어지러워서 혼자서는 어디 가기가
무섭다고 하신다. 갑자기 어디 길에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라고 절대로 혼자
다니시면 안 된다고 했지만 걱정이다.
아파트에 가만히 계시니 심심하신지 이번에 내려가서 수술 받고 나서는 월말에 할 일이
많다고 동생이 월말에 올라 올 때 그때 같이 올라오시겠다고 하시니...
눈 수술을 받고 혼자 계셔도 괜찮을지도 걱정이고...
오늘 잠간 뵌 노 보살님처럼 그렇게 효심 깊은 딸이 될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장수시대라고 하는데 건강하게 맑은 정신으로 오래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싶지만...마냥 오래만 산다고 좋을까도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내가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 하고나서는 홀연히 조금은 아쉽게 떠나감도 좋지 않겠는가 싶지만...
그또한 마음대로 되겠는가...
젊어서부터 건강에 신경 쓰고 나이 들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살아야하는데 이론은 잘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개로 내 건강을 위한 아무 운동도 실천을 전혀 못하고 살고 있으니 큰일이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이 글을 읽고 계신 님들께서는 젊어서부터 각별히 건강 잘 챙기시기를...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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