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불공하는 동안 매일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다녔는데, 어느 날인가 집으로 오는 길에 동묘 역에서 타고 조금 지나니 좌석에 앉아

있던 한 아줌마가 우리 옆으로 와서 배가 고파서 그러니 돈을 좀 달라고 했다. 먼저 내 옆에 앉아 있는 보살님께 말하다가 옆자리의 내게도 아줌마도 좀 달라고 하면서 남편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내가 중학교 다닐 때 한집에 같이 살았던 오래된 내 친구 남편이 파킨슨병을 앓다가 작년 연말에 돌아 가셨다고 했다.

 

가끔씩 전화통화를 하면서 아들이 의사로 있는 병원에 있는데 3년 전 우리아들 결혼 때 남편과 같이 안가고 딸과 가지 않았냐고 하면서

그때 입원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우울증도 앓고 참 힘들었는데 이제는 혼자 남아서 살아가는 생활에 적응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 후로 가끔씩 그 친구 생각을 하면서 연말에 친구 조카가 왔다가고, 새해 불공을 한다고 친구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연락을 하라고 했으니 자기 딸과  우리아들도 친구이니 연락이 오리라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 내가 너무 늦게 소식을 전한 바람에 초상을 치룬지 열흘쯤이 지난 뒤였다.

불공 끝나고 얼굴 한번 보자고 했는데 ...

 

친구로 부터 파킨슨병에 대해서 이야기도 듣고 그 병이 참 힘 든다는 것도 알고 있는지라 우리보다는 젊어 보이는 그 아줌마가 겉으로 보아서는 결코 걸인도 아니고 어디가 불구도 아닌데 지하철에 앉아 가다가 새로 타는 사람들 중에서 그래도 자기 생각에는 잘 살게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돈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멋지게 밍크코트를 입고 타는 아줌마에게도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고, 가죽롱부츠를 신은

멋쟁이 아가씨에게도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선뜻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척 만 척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이는 카드밖에 안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힘든 세상이라고 하는데 멀쩡한 아줌마가 좌석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는 것도 아니고 몇 몇 사람에게만 다가가서 돈을 달라고 하니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도 같았다.  나는 그냥 천원을 주었다. 차라리 동사무소 같은데 가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싶었는데 서울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몇 정거장을 지나칠 때마다 아줌마는 앉아 가다가 또 몇 사람에게 다가가곤 하는데, 신길역에서 내리는 한 남학생이 무엇인가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내리면서 돈과 같이 메모지를 아줌마에게 건네며 후다닥 뛰어 내렸다.

 

순간 내 가슴이 찡했다.  우리 옆줄에 앉아서 약간 부었는지 겉으로는 체격이 좋아 보이는 오리털파커를 입은 남편과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뽀뽀까지 했다고 옆에 보살이 말했다. 나는 두 번째 앉아서 잘 안보였지만... 정신이 좀 이상한 여자 같아 보인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냥 돈을 건네면서 ' 아줌마 힘 내세요 ' 라는 그 한마디를 해줄 생각을 미처 못 했었는데... 그 남학생은 분명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말을 전하고 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아줌마는 학생들에게는 아예 도와 달라고 청하지도 않았는데...영등포역에서 내리면서 내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또 하고 내렸다.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타고 시골로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병원에 왔다가 생각보다 병원비가 많이 나와서 점심값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점심 값 정도 준다고 내 삶이 그리 흔들리지도 않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지만, 아주 오래전에 블로그에 글도 올렸지만 여학생에게 감쪽같이 속았던 기억도 떠오르고... 세상에는 그 남학생처럼 아직은 정말 순수하고 인정의 샘이 마르지 않은 착한 사람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순수하게 그 아줌마의 말에 귀 기우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프지도 않은 남편을 그 아픈 파킨슨병이라고 했겠는가 하는 맘이 이제야 들기도 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많은 상인들이 지나가고 때로는 광신도적인 기독교인들의 설교도 들으며 조금은 짜증스런 시간을 보낼 때도 있고,  맹인이나 불구자들이 도움을 청하는 하소연도

많이 듣게 된다. 볼 때 마다 다 도와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면하게 될 수밖에 없고, 자는 척 하는 것도 같다. 나도 그냥 기도하면서 눈감고 올 때가 많다. 하루에 해야 되는 시간을 채우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지하철공사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좀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멀리 외국도 도와야 하겠지만 내 나라 안의 불쌍한 사람들부터 우선적으로 도와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며칠 뒤면 구정인지라 사돈이 보내온 선물의 답례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어제는 절에 다녀오다가 중부시장에 들렀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 7번 출구로 나가면 중부시장이라고 큰 간판이 보이고 맞은편은 방산시장이다. 건어물이나 호두, 잣 아몬드,

표고버섯등 좋은 상품들이 많이 있다. 형편에 맞게 골라서 사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표고버섯은 국산처럼 크기도 작고 언뜻 보면 중국산인지 잘 모를 정도로 중국산도 좋아 보이지만 원산지 표시를 확실하게 해두어서 참 좋았다. 사돈댁에 보낼 것이라고 나름 국산 좋은 품질로 준비는 했지만 늘 그 보내온 정성에는 못 미치는듯하다. 서울에 이런 건어물시장이 있어서 너무 좋다.

 

오늘도 남편과 같이 마트에 다녀왔다. 이사로 승진한 시동생이 설 전날 이번에 경찰대학에 합격한 조카와 같이 올라오겠다고 하면서 금일봉을 부쳤다고 문자가 왔다. 그 반은 또 부산누님 큰아들의 딸 결혼식에 시누이가 대신 내어준 축의금으로 송금을 해야하고...

구정 준비도 해야 하고, 딸이 결혼기념일이라고 뮤지컬을 작은 설날 그 바쁜 시간에 아주 좋은 VVIP좌석을 예매 했다고 하니 지금부터 마음이 급하기만 하다. 어제 딸이 그랬다 엄마 참 문화생활 하신다고... ㅎㅎㅎ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뮤지컬도 보게 되고 열린 음악회에도 갔으니 ... 모든 것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요즘은 글 쓸 시간도 없어서 일기처럼 오후에 적고 있으니...호주 친구에게 메일 답도 보내야하는데...

산다는 것이 왜이리 바쁜지 모르겠다. 친구블로그 방문도 못하고... 자주 만나지 않아도,  방문하지 않아도,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라고 생각 하는데...친구마음도 그런지 모르겠다. ㅎㅎㅎ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명절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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