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연말 대청소를 하고 이것 저것 아파트 분리수거에 버릴 것이 많았다. 컴퓨터도 버리고 과일박스등 한보따리를 버려야했는데
윗층에서 타고 내려오신 연세가 드신 할아버지께서 얼마 전 이사를 오신 분 이신듯했는데 몇 개를 들고 내려 주셔서 한 번에 다 옮길 수가 있었다. '고맙습니다' 하면서 얼굴을 뵈었더니 얼마 전에 시장을 봐 왔을 때 윗 층에서 여러분이 내리시는데 끝까지 연세 드신 한분이 승강기 문이 닫히지 않도록 내가 양손에 가득 짐을 들고 탈 때 까지도 내리시지 않고 열림 버튼을 누르고 계신 그 분이셨다.
그때도 고맙습니다 얼른 내시셔요 했었는데,...그때 마음속으로 참 친절하신 분이시다고 생각 했었는데 오늘 또 그런 마음이 든다.
10층에 계신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하시기도 하지만 승강기를 타면 본인이 생전 자신의 층 번호를 누르지 않고 계신다.
옆에 사람이 눌러 주기를 기다리신다고나 할까 ㅎㅎ 다들 그 할아버지를 알고 있기에 눌러주니까... 약간의 권위의식이랄까 연세 드신 분의 대접 받고자하는 그런 분위기가 은근히 풍기기도 하고 우리도 또 그렇게 대접해드린다. 늘 잔소리 같은 통탄스런 저음 허스키의 혼잣소리를 중얼 중얼 하시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뵈어서 그 모습이 은근히 정겹기도 하다 .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그 할아버지는 손수 먼저 상대가 바라는 그 마음까지도 알아차려서 친절을 베풀어 주심에 정말 어른다운 마음의 여유로움과 푸근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어떤 마음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그 정도의 혜안이랄까 관찰력내지 상대를 배려하는 그런 따뜻하고 정겨운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하는 것이 아닐까싶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나이 먹어 가고 있는지 한번 돌이켜 보게 된다.
오늘 아침 울산에 계신 이사장님께서 조금 전에 전화가 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나누고 집안 안부와 금고 이야기를 나누시고는 남편까지 전화를 바꾸라고 하시며 새해 덕담을 나누심에 참 고맙고 감사하다. 울산을 떠나 온지 십년이 넘었는데 한 때 잠간 맺은 인연을 오늘날 까지도 소중히 나누고 있음이 고맙다. 내 성격은 상대가 나를 실망주거나 의리를 배신하지 않으면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시장에 단골을 정해도 이사를 가지 않는 한은 그 한집과 꾸준히 변함없이 거래를 하기에 고운 인정으로 맺은 친구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에 나와서 신뢰로 맺어진 몇 분들과는 변함없는 관계를 이어가고 있음에 그 귀하고 소중한 인연에 고맙다.
한번 맺은 인연의 소중함이 지중하기에 고운 인연들은 자주 연락을 주고받진 않아도 연 말 연시가 되면 다정하고 훈훈한 문자 몇 마디로도 그간의 무심함을 달랠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자주 보지는 않아도 늘 마음속에 있음을 서로가 느끼니까.... 대구에 몇몇 친구들이 네가 멀리 있음이 너무 안타깝다고... 자주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문자를 받으면 정말 마음에 기쁨이 용솟음친다. 이렇게 나를 그리워해주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구나 하고 ㅎㅎㅎ 남편 왈 아직도 팬이 많아서 좋겠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정말 보고픈 사람들 자주 보면서 살아야 하는데 마음으로만 그리워하면서 사는 것도 슬프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같은 지구상에 같은 하늘을 보면서 같은 계절을 느끼면서 살고 있음이, 친구들의 건재함을 알고 느끼면서 살고 있음이 이 또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멀리 있는 보고픈 친구들아~~~ 내 글을 볼지 안 볼지도 모르지만 모두 컴맹이라고 하니...이제는 안달하는 마음도 내려놓고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은 베풀면서 푸근하고 따뜻한 마음 키우며 작은 친절일지라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그런 멋진 중년의 여인에서 할머니로 나이 들자구나....깨끗하고 단정하게 나이 드신 윗 층 할아버지의 작은 친절을 생각하면서 나이에 부끄럽지 않는 어른스런 여유로움을 배우자고 생각한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오후 늦게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눈길 안전 귀가 하시고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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