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동생이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는데 많이 좋아 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잣죽이 먹고 싶다고 해서 찹쌀이랑 집에 있는 잣으로 죽을 쑤어서 보온병에 넣고 올케랑 같이 다녀오는 지하철 속에서 할머니 한분이 지하철 선전 문구 진안군편 마이산을 보고는 '마인산 '하고 읽어서 '마이산'이라고 고쳐 말했더니 무슨 뜻이냐고 묻길래 사진을 가르치면서 산봉우리가 말의 귀를 닮은 산이 있다고 했더니 중국말로 마이가 개미라고 하신다. 그래서 조선 족 이세요 했더니 그렇다고 한다. 중국 어디서 오셨냐고 했더니 심양에서 왔다고 ....

 

에이치투란 시험에 합격하여서 5년 기한으로 한국에 왔는데 작년에 왔다고 한다. 중국 어디 다녀왔냐고 자꾸 물어서 쿤밍이라고 석림 이란 곳에 다녀왔다고 했더니 중국이 너무 넓어서 자기는 못 가 보았노라고 하면서, 봇물 터지듯 자꾸만 이야기를 하신다. 부천에서 간병인을 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하면서 한국에 먼저 나와서 방을 얻어 살고 있는 동생 집에 같이 지낸다고 하신다. 그런데 오늘 부천 새 직장으로 출근하는데 먼저 있는 직장에서는 반찬을 너무 작게 준다면서... 두 젓가락을 먹고 나면 없다고...

 

세상에 24시간 간병인 일을 하는데 한 달에 3번 밖에 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밥 먹는 반찬까지 그렇게 준다고...얼마나 힘들었으면 지하철에서 금방 만난 사람에게 어디 일 할 곳 없느냐고...중국에는 두 아들과 딸이 있다고 한다. 시험이란 것이 한문이 섞여 있어서 젊은 애들은 안 본다고 하고 또 자기 아들들은 중국에서 돈 잘 번다고...자기는 남편이 8년전에 돌아가시고 인절미 떡 장사를 했는데 잠시도 놀지를 않았다고 한다.

 

부천에 내린다고 하여서 더 긴 이야기는 못 했는데 듣고 보니 너무 부끄러운 심정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우리나라에 와서 반찬조차도 제대로 못 먹고 24시간 근무를 하다니...말이 되는가 요즘 세상에... 이럴 수는 없다고 안타깝고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생각만 하다가 그냥 멀어지고 말았다. 건강하게 몸조심 잘 하시라고...

그 반찬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내리면서도 그 가느린 손을 조그맣게 움츠려서는 요만큼 준다면서 멀어져 갔다.

 

처음에는 할머니인줄 알았는데 나랑 나이가 같았다. 정말 가슴속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예전 우리나라가 못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서 고생한 분들의 이야기도 듣기는 했지만... 이제 우리가 조금 잘 산다고 조선족 동포에게 너무 가혹하게 형편없는 대우를 하고 혹사를 시키다니 이럴 수가 있는가...이러면 안 되는데...정부에서는 중국동포에게 취업 비자를 주어서 데리고 왔으면 그들이 인간답게 잘 살고 있는지도 책임지고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돌고 도는 윤회설은 비단 한 인간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고 민족의 명운 역시 돌고 도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된다. 잘 살 때 많은 복덕을 지어야지 멀리 지진으로 고통 받는 아이티를 돕는 것도 좋지만 가까이 조선족이나 또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에서 고생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도 관심 있게 지켜봤으면 싶고,  그들이 진정한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 대한민국의 몸담았던 회사의 사장이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해 주었다고 좋은 감정으로 민간사절이 될 수 있도록 진심으로 그들의 권리를 인정해주고 직장 동료로서 잘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우리가 잘 산다고 생각한다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아량도 베풀 줄 아는 그런 인격을 지닌 좋은 나라의 국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남의 고통과 아픔을 짓밟고, 착취하고, 그렇게 모아서 얼마나 더 부자가 되고 얼마나 더 잘 살 수 있을까 싶다. 세상사 모든 일은 돌고 돌아서 자신의 대가 아니면 다음 자식 대에 또 다시 그 과보를 받을지도 모르는데... 불쌍한 외국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착취하는 그런 악덕 기업가나 중간 취업알선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우연히 만난 야위고 피곤에 지친 조선족아줌마가 이 추운 겨울을 가슴까지 시린 현실에서 벗어나서 좀 더 훈훈하게 보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기도 밖에 없는 것 같지만...늘 잘 지내시기를....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오늘 아침 다시 또 많이 춥습니다. 잘 챙기시고....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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