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지도 한참이 지났다. 아들이 결혼을 했으니... 애들이 커가면서 그날들을 챙겨 주고, 직장을 갖고 부터는 그날이 되면 금일봉씩을 주기도 하고, 저녁에는 식구들이 다 모여서 케이크를 앞에 놓고 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고 했다. 올해는 아들이 결혼하고 집에 없어서 딸애가 마침 회사 월급 다음날이 결혼기념일인지라 매달 주는 용돈에 금일봉을 더 보태어서 내민다.

 

늘 효녀 딸에게 무한정의 리필을 받고 사는지라 염치가 없지만 고맙다고 받았다. 결혼해 나가서 사는 아들이 이날을 기억하려나 하고 아무 말 안하고 지났는데, 퇴근한 딸이 작은 치즈 케이크을 하나 사가지고 들어오면서 아빠가 또 사 오심 안 된다고 문자 보내야지 하면서 오빠가 연락 왔느냐고 묻는다.

 

며칠 전 며늘애랑 통화 하면서 들어보니 회사에서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라고 했다고 한다. 회사가 잘 돌아 간다는 건지 잘 안돌아 간다는 건지... 밤 열한시가 다 되어서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시간에 집에 온 모양이다. 오늘 행사는 했냐고 한다. 오늘 안 잊었니? 했더니 화장품 하나 준비해 놓았다고 다음날 토요일 갖다 주겠다고 한다.

 

그래도 잊지는 안았네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모임에 갔더니 3대 미친녀ㄴ 이야기를 하는데 입에 녀ㄴ 자 달기는 좀 그렇지만 요즘 우리 세대의 공감하는 말 같아서 여기에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첫 번째 미친 녀ㄴ= 며느리의 남편을 자기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녀ㄴ

두 번째     "          = 나이 들어서 아파트 평수 늘려 가는 녀 ㄴ

세 번째      "         =       "                 땅 사러 다니는 녀 ㄴ

이라고 한다. 나이가 무거워 갈수록 처신을 잘 해야 하고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 같기도 하다.

 

요즘은 식당에서 외식하는 팀은 전부다 딸하고 사위하고 장모님이라고 하는 말까지 하면서 그만큼 아들들이 결혼하면 꼼짝 못하고 쥐여 산다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딸 아들 구분 말고 잘 키워 놓으면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이제는 자식한테 노후를 기대고 살겠다는 사람도 없고, 사실 맞벌이해서 집 한 칸 마련하려고 해도

몇 십 년이 걸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자식들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싶기도 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고 시어머니가 전화를 자주해도 스트레스라고 한다는 며느리들이 많다고, 벗님들이 모이면 한소리씩 하고 있어서 잘 듣고 그냥 지네들 편하게 잘 살아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절에 다녀오면서 생각해보니 나는 부모님 결혼기념일 같은 것을 한 번도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힘들고 어렵게 살아온 세대인지라 그런 걸 챙길 여유가 없었다. 생신은 잊지 않고 나름 결혼해서도 우리 집에서 몇번 챙기기도 하고 잊지 않고 지나간 것 같지만.... 요즘 자식들은 너무 신경 쓸 것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 또한 다 살아간다는 과정이고, 살아 있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억해야할 날들이 많다고 행여 귀찮아하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가족이란 인간관계에서 서로 따뜻하게 그런 날들이 있기에 얼굴한번 더 보고 서로 조금은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끈끈한 가족애를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나 자신 극단적으로 게으른 사람인지라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도 사실 별로 가입하지 않고 살고 있다. 일단 가입을 한 상태에서는 또 그 임무와 책임을 다 해야하고 맡은 만큼의 소임을 해야 하기에 ... 계속 신경 쓰고 챙겨야하고 자주 안부를 전하고 무엇인가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은 하고 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 든다고 생각되기에 그냥 모든 것을 다 생략하고 번거롭지 않게 담백하게 지내고 있다고나 할까... 예전 같으면 능히 해 낼 일도 요즘은 좀 그렇다...

 

때론 이런 내 생각 때문에 섭섭하게 생각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기 저기 신경을 쏟을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음을 또 어쩌겠는가 싶다. 넓은 아량과 이해를 바라면서...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서 감사의 인사말을 전합니다.

새로운 한 주 힘차게 열어 가시고 맑고 향기로운 나날이 고운 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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