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가슴 철렁하는 전화 벨소리
큰동생이 전해온 막내의 사고소식
한때는 대학에서 장학금 받고
시대를 앞서가는 중문학도
과대표로 연극도 하고
잘 나가는 회사 영업사원
프랑스 파리로 아프리카로
세계를 주름 잡았지
시절 인연 잘못 만나
아이엠에프 홍역 호되게 앓더니
어느 날 부터 알콜에 절여져
세상고민 혼자 다 안고
지구의 자전따라 흔들리고만 있다
사업은 무너지고 가정도 붕괴되고
불안한 화약고 늘 가슴 졸였는데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붓고 터지고 얼굴이 말이 아니다
머리속 실핏줄 약간의 문제 있고
간수치는 심각하다고
촛점 잃은 충혈된 눈 발목은 묶여지고
링거 병 여러 개 꼽고 누워 있다
병원에 실려 간적 한두번 아니기에
연민의 눈물도 마르고
한줄기 서늘한 바람 가슴을 훑고 간다
취하지 않으면 잠시도 못 견딜
손안에 잡았다 놓쳐버린 상실의 아픔
아무도 몰라준다
세상을 향하여 신을 향하여
헛되고 헛된 데모스테이션
신은 이미 오래전에 돌아 섰다고
자신을 사랑 할 수 없는 사람을
신도 사랑하진 않을 거라고
무섭고 무서운 알콜중독
팔순 노모도 혈육도 몰라보고
내일도 미래도 다 죽여 버렸다
그렇게 착하고 반듯한 정신줄 놓아 버리고
이렇게 망가질 줄이야
이제 다시는
빛나던 큰 눈의 핸섬한 동생은
다시 찾을 길 없음에
후들거리는 다리 가누며
중환자실 뒤로하고 돌아 오는데
한 인간의 흥망성쇠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겨울비
가슴을 적신다
우산도 없이 걸어오는데
주루룩 그때서야
심장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뜨거운 겨울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