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무섭다
신이 노한 것인가
그동안 너무 허영에 절여진
가증스런 우리들의 위선
차마 더 이상은 눈 뜨고 보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덮어 버리는 것인가
참다 참다 이제 더는 못 참아서
마침내 터뜨린 분노인가
하늘창고 마지막 히든카드
하얀 보자기로 덮어 가는 가
어제의 찌든 욕망에 살 찌운 묵은 때
하늘하늘 흰 눈으로
자동 공기 세척 우리 몸 드라이클리닝 해주고 있다
103년 만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푹푹 발이 빠지고 걸을 수가 없다
교통대란이다 아니 교통지옥이다
지하철도 눈에 파묻혀 신음이다
통근 길 기다리다 지쳐 몸도 마음도
고드름 달고 헛바퀴 거북이걸음 버스를 닮아간다
이제 눈이 무섭다
눈 폭탄이다
눈이 온다고 바둑이마냥 뛰어 다녔던 그때가 언제 였었나
한번 넘어지면 골병내지 기브스 몇 달이라고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후들 거리는 다리를 어쩌지 못해
아기걸음 걷는
겁쟁이 나이가 되었다
지나온 시간들
너무 메말랐다고
신은 새해 벽두부터 우리를 이렇게 적시고 있는데
푸근한 백설기 같은 축복이라고
마냥 좋아 하기엔
너무 무거운 나이가 되었다
이젠 눈이 무섭다
식을 줄 모르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앓고 있는 자연의 심판인가
신의 경종인가
가슴에 두 손을 얹고 반성 할 일이다
이번에 내린 눈은 한 달 간은 우리들 발목을 붙잡고
흔들 것만 같다고 눈처럼 쌓이는 걱정
이젠 정말이지 눈이 무섭다고
지나간 시간
못견디게 그리운 추억 하나 생각나지 않고
그냥 눈이 무섭다고 가슴 쓸어내리는
정말이지 이렇게 메마른 나이가 되고 말았다
어제 아침 집에서 6시 40분에 집을 나섯는데 평소 2-3분이면 오던 시내버스가 30분을 기다려 왔다. 지하철도 그 정도 기다려 타긴 탓는데 완전 거북이 걸음이다. 앞 차들이 계속 밀려서 그렇다고 방송만 계속 나오고...구로역까지 근 한시간 걸려서 도착했다. 아무턴 평소의 두배 걸려서 절에 도착했는데... 다른 곳에서 오시는 보살님들도 4시간이 걸렸다는 분도 계시고, 중간에 버스가 언덕을 못 올라가서 내려서 절까지 걸어 오셧다는 분도 계시고....
오전 불사를 마치고 점심 공양을 한 후에 모두 걱정이 되어서 그냥 오후에 더 불공하지 마시고 어서 집으로 가시라고....눈은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처럼 하염없이 내리고...그래도 한 시간을 더 하고 오후2시쯤 출발 했는데 집에 오니 오후6시가 다 되었다.
지하철은 북새통이고...완전 교통 지옥인데...그래도 어제는 길이 미끄럽진 않았지만 오늘 아침은 정말 길들이 꽁꽁 얼어 붙었다. 나는 특히 넘어지면 안되기때문에 오늘은 절에 못 간다고 미리 말씀을 드렸다. 집에서 불공을 하기로 하고...
늘 제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께서도 오늘 아침 출근을 서두르시고, 너무 미끄러운 길 조심히 잘 다녀 오시기를 서원 드리면서, 잊지 않고 새해에도 귀한 걸음 주시어 고맙습니다
영하 -9.6도라고 합니다. 많이 춥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 하시기를 빌면서 고운 하루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