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란

 

 

 

봄이 왔다고  

앞 다투어

서둘러 얼굴 내미는

작은  꽃들 질 즈음에

크고 화려하게 피는 군자란

그 으젓한 모습에

깊은 맛 풍긴다

고매한 귀품 풍기는 

여유로운 군자의 멋인가

 

깨어진 화분이라

베란다 구석에 팽개쳐두고 

긴 세월 비료한번 안주고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겨우내 시름시름 동면 끝에 

죽었나 했더니

어느 날 쑥 꽃대 내밀고

탐스럽게 꽃 피웠다

 

여린 꽃대위에 

무겁게 달린 꽃망울들

말없이 한 가정 

책임지고 걸어가는

시대의 아버지상  닮았다

아프게 삶의 무게 감당하고 있는

여린 꽃대위에 군자란이

오늘따라 무척 힘들어 보인다 

 

돌보지 않아도 다시 피는

군자란을 보면서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다

살아생전 단 한번도

애정표현을 하지 못했다

좋아 한다고  

사랑한다고 말 해 본 적이 없었음을

반성 한다

 

고해바다 질긴 인연 줄

팽팽히 당기며 

가시밭길 맨 발로 걸으며

세상 앞에 무릎 꿇지 않고

가족위해 다시 일어서는

경제공항 불경기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를 닮은 꽃 군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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