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풍류여인열전 3권과 4권을 다 읽었다. 책을 덮으면서 생각해보니 남자들이 풍유여인열전이라고 하면서 추켜 주는 여인네들의 특징 중 하나는 다 시를 잘 짓고 또 많이 외우면서 가무에 뛰어난, 물론 악기도 잘 다루어야 한다. 악기란 거문고 연주를 기가 막히게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기다 얼굴도 절세가인이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제일로 쳐 주는 것은 정절이 곧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타홍은 평생 한 남자만 사랑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녀들이 다 절세가인에다 중국 두보의 시는 물론이요 우리나라의 유명한 시들은 줄줄이 그때 그 상황에 맞게 다 꿰고 있음은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심여송이란 개망나니 골칫덩어리 같은  한 남자를 장차 나라의 큰 인물이 될 사람임을 알아보고 그를 직접 가르치고 새로운 인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대단한 그녀의 안목과 인간 됨됨이에 감동을 받게 된다.

 

사랑하는 남자의 출세를 위하여서 자신의 욕망이나 욕심을 죽이고 끝까지 그 남자만을 위한 희생의 삶을 살아가려 하는 큰 그릇의 여인네 앞에서 본처마저도 감동 받아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 했으니.... 같은 여자로서도 그녀는 보살이나 성인의 경지에 이른 여인네만 같다.

 

이매창은 당대의 유명 인사들과 교류를 하였으나 그녀 역시 한 남자를 끝까지 욕심내지는 않았다. 잠시 자기 곁으로 온 귀한 인연들에 흔들리긴 했지만 시절 인연으로 다 떠나가고 만다. 첫사랑 서우관, 자신을 여인으로 만들어준 유희경, 평생 친우로 지낸 허균...멀리서는 화려하지만 맘이 통하지 않으면 마음에 담아 놓지 않는 심성으로 떠나간 님 들을 그리다 결국은 그리움이 병이되어 절세가인 풍류 여걸들은 다 일찍 죽고 마는 안타까움이 있다.

 

같은 여자로써 풍류여인열전이 궁금했었는데 어쩌면 그게 다 남자들의 시선으로 본 여인 열전 같다. 사실 남자들은 똑똑한 여인네들을 피곤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풍류여인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기생인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한마디로 남자들의 시에 답시를 잘 하는 여인네를 원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런 여인네들이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미스 유니버스에 나갔을까? 아니면 유명 탈렌트가 되었을까? 아니면 아주 유명한 시인이 되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을까? 혼자 잠시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있다는 점이 미인박명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재능과 끼가 넘치면서도 따뜻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사내들의 희롱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의지대로

무조건 복종만 해야 하는 시대상황에서도 나름 자기를 지켜가면서 자신의 격을 유지하려했던 멋과 풍류를 알았던 그 여인네들의 고결한 정신만은 길이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나시면 한번 읽어 보면 그녀들의 멋스런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됩니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여라

 

 매창의 유명한 시 구절을 다시 외워 보면서 비 오는 아침,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늘 고운 날 보내시고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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