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사진이라 .....
지난 토요일은 남편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갔었다. 유명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저녁 6시에 진행된 결혼식은 성공한 부친의 파워가 느껴지는듯한 한쪽벽을 거의 채운 꽃다발의 행렬부터, 그 장소부터, 모든것이 상류층의 결혼식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학교 운동장같이 넓은 실내와 단상에 나열된 꽃꽂이의 화려함과, 그에 걸맞는 정장 차림의 남자 군상들이 가득 메운 분위기하며, 한마디로 호화스런 결혼식임에는 틀림 없었다.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멋진 신랑은 약간 떨고 있는것 같았지만, 신부는 자주 웃고 있었다. 신부 언니의 바이올린 축주가 울려 퍼질 때는 마치 음악회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었다. 성대한 잔치였고, 나같이 결혼할 자식들이 있는 부모로서는 많이 부러운 잔치였다.
남편의 대학 동기들이 몇 사람 같이 자리하고, 나는 남편 대신에 참석했기에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저녁을 먹는데, 청주에서 애들 고모부가 차가 밀려서 오는 중이라고 해서 자리를 하나 맡아 두었는데....
또 다른 동기가 와서 그냥 자리를 내주고 말았었다. 그런데 식이 시작되고 한 시간이 지나서 도착한 애들 고모부 말이 밥이 없어서 그냥 포도주 한 병 가지고 내려가야 되겠다고 한다. 너무 좋은 호텔에서 치룬 결혼식인데 예약 손님보다 더 많이 오셔서 밥이 더 없다는 것이다. 홀 가득 메운 손님들 말고도 따로 3층에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곳도 다 차서...다음 분들은 그냥 밥이 없어서 대신 포도주 한 병으로....
차가 너무 막혀서 그냥 바로 내려가야 되겠다고 한다. 애들 고모부도 해외 출장이 잦은데다 몸도 불편한데 ....맘이 안 편했다.
옆에 앉아서 같이 식사하는 동기 말이," 이런 데는 청첩장 받고 한집에 두 사람 올려하면 미안해서 어디 오겠냐"고 한다. "밥값 생각을 하면 그렇겠지만, 이정도의 장소에서 할 정도면 그런 거에 그리 구애 받겠냐고, 그동안 많이 벌어 놓은 것 좀 푼다는 의미로 생각하고 하겠지요". 예전에 시이모님의 딸의 손자가 결혼해서 갔을 때는 호텔에서 했는데 일인당 식사비가 12만원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언니가 부부 꼭 같이 오라고 당부하여서 같이 다녀왔는데, 후에 다른 언니 말이 그렇게 말씀 하셨다.
밥값도 엄청 비싸서 놀래기도 했지만 언니 말씀이, 그동안 성공해서 많이 벌고 잘 살아 왔고 아들 결혼도 시키는 마당에 그동안 알고지낸 모든 분들에게 그냥 맛있는 식사 한번 대접해 주고 싶었다고, 그 제부가 말했다고 하면서, 그날 음식 참 맛 있었지 하셨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결혼식가서 제일 근사한 음식대접을 받은 것도 같았다 기억해보니...
경제도 어렵다는데 이거 정말 큰 일이 아닐수가 없다. 혼사라는 것이 잘할려면 끝이 없다고 한다. 형편에 맞추어 간소하게 해야 하는데 또 형편이 좋은 사람들은 경제를 살려야하고...그런데 아무리 성대하고 멋지고 화려한 결혼식이라도 또 어제처럼 멀리서 힘들게 와서 저녁밥도 못 먹고 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또 안 될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큰일을 치루고 나면 아무리 잘해도 또 미숙한 점이 나타나게 마련이지만.... 아무턴 기분 좋게, 맛있게, 잘 먹고 온 결혼식 이였다. 그런데 왜 이리 가슴 한편 걱정이 앞서는지....
다들 5월의 신부가 되고 싶어서 이번 달은 지인들 결혼식이 많다. 아들도 요즘 토 일요일은 거의 결혼식 쫒아 다닌다고 정신이 없다.
더없이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 5월에 신부가 되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혼은 축복해 주어 마땅하겠지만, 축의금도 만만찮다
어느 분이 한 말이 " 자기는 이제 아들 딸 다 시집장가 보냈으니 필리핀 같은 데로 이민 가서 살아야 되겠다고.. 축의금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우리네 경조비도 품앗이 성격을 띄고 있다. 받았으면 갚아야 하고 그게 도리이다.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는데, 내 친구 말처럼 몇 십 년 소식도 없던 중학교 동창이 친정 오빠를 통하여 보내 온 청첩장은 정말 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 서로 축복해주고 축하 받을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면 청첩장 돌리는 것도 조금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러나 어찌 생각해보면 오늘 내가 조금 힘들어도 또 축복해준 자리는 언젠가는 돌고 돌아서 내게로 또 올 터이다 아니 꼭 그자리가 아니라도 우리는 돌고 돌면서 동업중생 인연 줄에 같이 얽어져 있을지도 모르니까...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오래전에 알게 모르게 챙겨준 직원들이 우리가 그 회사를 떠나 온지도 까마득하지만, 재작년에 남편이 다쳤을 때 어이 알고 또 다들 찾아오고 걱정해 주어서 가슴 뭉클 했었다.
사랑의 계절 5월의 신부는 다 아름답다. 피어나는 꽃처럼 언제 까지나 맑고 향기롭게 사랑하면서 잘 살아 주기를 빌면서, 기쁜 마음으로
고운 미소로 새 가정을 꾸미는 신혼부부들에게 축복을 보낸다. 늘 오늘처럼만 서로 사랑하며,위해주며,떨림 하면서 지내기를~~~~
제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도 그날의 추억을 되새김질 하면서,지금 옆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 많이 더 많이 사랑하는 멋진
나날 보내시기를~~~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봄비가 내리네요. 우산 잘 챙기시고 고운 한주 열어 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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