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딸은 밤 10시 가까이 집에 오면서 카네이션 꽃 화분을 사가지고 왔다. 꽃바구니가 비싼 만큼 며칠 안가서 시들어서, 좀 더 오래 가는 화분을 택했다고 했다. 딱 두개 남은것 중에서 사왔다고 흐뭇해하면서 여기 저기 꽃봉오리가 많다면서
6개월은 꽃이 필거라고 했다. 그리고 금일봉 봉투를 내민다. 딸이 아들보다 돈도 더 많이 모아두었음을 짐작으로 알고 있다.
아들은 내일 모레면 장가를 가야 하는데도 아직도 금전에 대한 확고한 자세가 확립이 안되어 있는 것 같아서 늘상 마음이 무겁다. 너무 착하기도 하지만, 부전자전인지 내가 보기에는 헤픈 구석도 많다. 하지 않아도 될 것을 하는 것도 같고, 군에 있을 때
같이 있었던 소대원들 결혼식이나,,,,서울에 취업하러 왔다는 애들까지 다 불러서 밥을 사주고...초등학교 친구들의 결혼식 까지도 멀리 울산, 대구까지 쫒아 다니고 있는데, 엄마가 봤을 땐 저러니 장가 갈 돈을 못 모우지 하는 안타까움이 큰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로서는 인간관계 잘 하고 지내는 것 같다.
해마다 카네이션은 사오지 말라고 그리 당부를 하건만, 올해도 또 밤 12시 가까이 집에 오면서 카네이션 꽃다발을 들고 들어온다. 보나마나 만원 한장 주었을 터이다. 그리고 금일봉 봉투를 내 민다. 그냥 이 돈 주지 말고 돈 모아서 장가나 빨리 가라고해도
그냥 내 미니, 안 받을 수 도 없다 .내일 아침 외할머니한테 이 돈 송금 해야지 하면서 .....ㅎㅎㅎ
액수도 여동생이 더 많다. 아들은 이 글을 안보니까 하는 말이다 ㅎㅎㅎ 동생은 남자 친구도 없고, 오로지 회사와 집만 오가는데다 멋도 안 부리고, 운동화에 청바지를 애용하면서, 여름휴가 때면 엄마랑 같이 해외여행을 하는, 집에 필요한 생필품이나 엄마에게 꼭 필요한 집안 살림살이도 사주는 효녀이고, 아들은 여자 친구랑 오래 사귀고 있는데, 이제 결혼을 해야 하는데 막상 결혼 자금이 부족한 것 같다. 매달 주는 용돈도 올해부터는 안 받고 한푼이라도 아껴서 빨리 결혼이나 하라고, 눈 마주칠 때 마다 아들을 채근하고 있지만,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겠는가...
정의감에 불타는 아들은 불심도 깊어서 여기 저기 관여하는 데가 많은 것 같고, 운동도 이 운동 저 운동 다 하고 있으니, 언제 돈을 모우겠는가 싶어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부모님 도움 없이 다 알아서 결혼 하겠다고 큰 소리 치던 아들이 요즘 그 말이 쑥 들어가고 말았다. 막상 결혼을 하려고 하니 전세금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물가는 비싸고 경제는 어렵고...고민이 많은가보다.
아들이 효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맘속 깊이 부모님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 현실이 안 따라 주는 걸 또 어쩌겠냐 싶기도 하다.
매사 경제 이리에 밝아서 매끄럽게 만사 척척 처세를 잘 해 준다면 부모로서는 또 걱정 할 일이 없겠지만, 세상사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내가 처녀 때 그리 생각하고 살았음에, 내 아들 딸이 또 그렇게 살고 있음을 막상 보니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아들이 제대 하던 날 소대원들이 기념으로 군복에 사인하고 한마디씩 써 놓은 글들로 그냥 위안을 삼는 수밖에....
눈시울이 찡한 그런 글귀들이 많았다. 아들 자랑 같아서 다 나열 할 수는 없지만, 제대 날을 앞두고 서울에 와서 소대원들 하나하나 개인적 선물을 다 챙겨서 예쁘게 포장해간 아들이니 말이다.
오늘 어버이날이다, 제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 부모님이 살아 계신다면 지극 정성 마음의 선물을 하셨을 것이고,
돌아 가셨다면 추모의 정을 되새겨 보아야겠지요....시어른들은 다 돌아 가시고 친정 엄마 한분 살아 계신다. 마땅히 찾아 뵈어야 하지만 멀리 대구에 계시니... 아침에 전화 한 통화 드리고 금일봉 송금 해 드렸다. 동네 친구분들이랑 맛있게 점심 드시고
즐겁게 보내시라고...오냐 잘 알았다 하시는데 ....달려 가지 못해서 가슴이 쨘하다,,,
살아 계신 부모님이 바로 부처님이라고 하셨다. 저부터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지만 절에 가서 부처님 찾지 말고 집안에 계신
생불을 잘 모시라는 말씀 명심하면서,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고 한다. 오늘 하루만이 아니고 평상시 효를 다 하면서,
사랑이 넘치는 눈부신 5월을 향기롭게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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