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너무 멋지게 잘 자란 계옥친구의 큰아들이 칸타쿰서울합창단 정기 발표회를 한다고 해서 대구서 올라오는 친구와 또 얼마전 아들을 결혼시킨 경주친구와 경주여고 출신인 또 한친구 그리고 이번에 중국에 같이 가서 손을 약간 다친 친구 그렇게 모여서 다들 예전 처녀때로 돌아가서 대구에 살던 우리가 어떻게 경주친구들이랑 만나게 되고 친해지고 지금까지도 우정을 나누게 되었는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침에 눈발이 날리던 날씨는 간간히 비가 되어 살살 뿌리기도 했지만 우리의 뜨거운 우정을 막진 못했다.아무리 추워도 눈보라가 휘날려도 달려가고야 마는 ㅎㅎㅎ 다들 계림초등학교니 경주여고니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서울시청에 출세한 동창이 마침 있다고 하여 만나볼까 덕수궁에 들어가볼까 시립미술관엘 갈까 하면서 지나 가는데 마침 수문장교대시간행사를 보게 되어 몇컷 사진에 담았다.

 

덕수궁돌담길엔 은행잎이 비에 떨어져 노란 카페트를 깔아 놓은듯 사라져가는 마지막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시청에 과장으로 근무하는 친구의 친구에 따뜻한  환영을 받고 잠시 따끈한 차와 과일과 과자등 대접을 받으며 옛날로 돌아가서 그시절

경주여고에서 날렸던 친구들의 일화를 듣고 바쁜친구의 업무를 계속 방해하면 안되겠기에 총총 물러 나와서 덕수궁돌담길을 걸으며

합창할 장소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을 찾아 보자고 하다가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가는길에 정동극장도 보인다.

 

추어탕으로 저녁을 먹고 장소를 찾아 보고는 부근 찻집에서 약간의 수다를 떨다가 시간 맞추어 가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아카펠라합창인지라 난방시설마저 소음으로 들린다고 틀지않고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은 온열기같은것을 내밀때 약간 상상은 했었지만 합창을 듣는동안 어찌나 추었던지 ...옆에 친구는 고문이란 말까지 ㅎㅎㅎ

 

그러나 방송 뉴스등으로나 스쳐 지나치며 들은 아카펠라와는 다른 깊은 감동을 주었다.

숨소리마저 들릴것 같지 않은 고요함속에 멀리서 은은하게 퍼지며 다가오는 19명 합창단의 울림은 사람의 목소리가 이토록 아름답구나하는 감동을 주었다.어린소년 합창단도 들어보긴 했지만 성인남여의 목소리가 이토록 맑고 깊은 천상의 목소리같은 느낌을 받기도 처음이다.

 

약간은 귀에 익숙지 않은탓에 지루한감도 있긴 했지만 안내책자에 보니 르네상스시대 유럽의 다성음악을 주로 연주하며 1부는 토마스 루이스 데 빅토리아가 작곡한 성 토요일의 테네브레 응송 이란 곡이였고 2부는 존 세퍼드의 모네트'삶의 한가운데서'란 곡이였고 앙콜송으로 존 테버너의 성 월리엄 미사였는데 성가곡 같았다.

 

우리가 잘 모르는 곡이긴해도 중세 사람들의 정서가 조금은 느껴지는듯한 음유하는듯한 ...합창단 단장의 초대의 글에서도 말하듯이

"가을 산에 오르며, 저희가 연주하는 500년 전 서양의 음악을 떠올립니다"하는 말이 맞는듯하다. 

한순간에 귀를  확 끌어당기는 감미로운 선율도, 감정을 흔들어 눈물과 환희를 불러 일으키는 강렬한 열락은 없지만, 격정적이지도 않지만 순수한 인간의 목소리가 얽혀 들며 일구어내는 다성음악의 세계이기에, 우리를 뒤돌아볼 수 있는 진정한 인간의 음악이라는 생각으로

이자리를 마련했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담겨져왔다.

 

산을 오를때의 힘겨운 극기의 드라마나 급경사의 아찔한 긴장감은 없지만 밋밋할 수도  있는 능선 산행같은게 어찌보면 이 합창단이 추구하는 음악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도 쓰여있는데,그 완만한 능선을 걸으며 먼곳과 낮은곳으로도 눈돌리며 숨고르기를 하면서 자연앞에 한낱 미물인 자신을 깨닫고 경건한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고도 한다.

 

동시통역가로 출세한 친구아들의 회사에서 높은 분도 오시고 많은 사람들이 꽃다발을 준비해와서 우리가 다시 그 꽃다발을 하나씩 들고돌아 오는길엔 흐뭇함과 잔잔한 음악의 감동으로 정말 기분좋은 포근한 겨울밤이였다.

집에 돌아오니 추운데 와줘서 고맙다는 친구의 문자가 도착해있다.돈잘버는 아들한테 용돈받아서 언제한번 또 서울에 올라와서 밥한번

산다고 한다 대구와 서울인데도 우리 너무 자주 만나고 있는것같아 ㅎㅎㅎ

 

아웅다옹 일상속에서 이렇듯 흐뭇하고 기분좋은 언제나 그리운 벗님들과,  오랫동안 울림이 남는 멋지고 좋은 음악회를 같이 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오늘 아침은 약간 풀린듯하네요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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