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흔히들 춘삼월 호시절이라고 하는 말을 쓰는데, 정말 꽃피는 계절이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것도 다 세월의 탓인가보다.

연륜이 쌓여 간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봄이구나 봄이 왔구나 꽃이 피는구나가 아니고 어떻게 저렇듯 야윈 가지에서

이토록 탐스러운 꽃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는가, 죽은듯한 검은 가지 속에서 저토록 아련한 연두빛이 꿈꾸고 있었던가 하는

감격과 신비와 환희의 벅찬 감동이 밀려오니 말이다.

 

이렇게 좋은 날 혼자 계신 엄마가 생각나서 아침에 전화를 드렸더니 목이 쉰듯하시다. 봄이면 꽃가루 엘러지때문에 천식이

더 심해지신것일까, 이런 저런 이야기끝에 남편한테 잘 해 주라는, 늘 하시는 당부의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언제나 사위를 제일 우선으로 챙기시는 우리어머님, 딸의 성격을 잘 아니간 하시는 말씀 같다.

아무소리 안내고 너하고 잘 살고 있으니, 얼마나 그사람이 심지가 굳고 착하고 훌륭한 인품인지, 가정 교육 잘 받고 어른들 밑에서

본바있게 자란 사람이라며 늘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우리가 살아 가는 인생 여정, 희로애락의 변주곡속에서 때론 가슴치며 슬픈일도 있었고 원망과 회오로 잠 못 자고 통탄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가슴저린 아름다운 정의 따뜻함 속에서 흐뭇한 미소 지으며, 곁에 있어만 주어도 의지가 되고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엄마가 계시고,혈연으로 맺으진 끈끈한정의 가족, 친지, 지인들, 친구들이 있었기에 아슬한 고갯길 잘 참아 견디며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같은 성정도 잘 참아주고 거침없이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매몰찬 퍼부음도 잘 견뎌준 큰 바위같은, 때론 너무 답답하다고 투정한 남편이 이렇게 든든한 내 사람임을 이제사 느끼는 나는 정말 어리석은 바보인거 같다.

고해 바다  우리네 인생길에서 사랑과 그리움의 징검다리가 준비 되어 있었기에 삶이란 그리 기쁜것만도 아픈것만도 아니라고

테스가 한말처럼 인생은 어쩌면 플러스 마이너스 하면 제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좋은날,꽃피는 호시절 눈부신 오늘 하루, 곁에 있는 소중하고 귀한 사람들에게 정녕 내 곁에 있어 주어서 고맙다는 문자라도

보내 보시면 어떨런지요...사랑은 행동 하는것, 표현 하는것,가슴 깊이 혼자만 간직 하지 마시고, 곁으로 다가가서 어깨 보담아주고

따듯한 눈길 보내주고,아프지 않게 배려해주고  가슴 저리게 지켜 보는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가슴 가득히 전해져 오는 작은 전율도

공유함이 사랑이 아닐가 생각해봅니다.

제가 아는분이 쓴 글에서 아래 글귀가 너무나 맘에 닿아서 여기 옮겨 봅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를...

 

 

"桐 千 年 老 恒 藏 曲
  梅 一 生 寒 不 賣 香

오동나무는 천년의 세월을 늙어가면서도 항상 품안에 음악을 간직하고,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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