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무의도에 가다
장마라는데 그래도 보고픈 벗이 있어
잠시 잠간 빤짝 햇빛에 속아서
무의도에 갔다
정상에 서면 영화 찰영장 실미도 보이고
멋진 주인공 나온 연속극 찰영장
그림같은 집 보이고
그리 높지도 않은
마치 섬이 바다위에 뜬 배 같다는...
서해의 영남 알프스
처음엔 실비처럼 시작하더니
양동이로 퍼 붓듯이 쏟아진다
등산로는 도랑같이 금방 물이 콸콸 흘러 넘치고
팻말도 낡아서 바람에 다 떨어져
어디가 어딘지 길도 잃고
우르르 쾅쾅 천둥 번개까지 친다
젖을대로 다 젖어 더이상 젖을게 남지도 않았는데...
긴 세월 찌든 몸을
자연세탁 해 주는구나...
고맙게도 뼛속 마디 마디 묵은 먼지를
이렇게 다 씻어주고 불로 태워주고...
정말 시원하다, 후련하다, 가볍다...
내일이면
잘 세탁된 빨래처럼
하얗게 보송 보송 해져서
다시 시작 할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돌아가야할 걱정보담
양동이로 퍼붓는 이 비가 고맙기까지 하다
그렇게 산을 헤메다 길을 찾아서 마을 버스에 올라탓다
버스안 사람들이 이런날 등산이라니 하는 눈빛 이지만
그래도 맘은 더 없이 깨끗해진거 같아서
너무나 기분이 좋은데...
무의도란 뜻은 여러 설이 있지만
옛날에 장수가 갑옷을 입고 춤을 추는 형상의 섬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버스기사님이 말해준다
힘 들때 늘 곁에 있어주고
따뜻한 손 잡아 주는 좋은 벗이 있어
기쁜 하루였다
온갖 묵은 때 벗고
내일 부터는
새로 태어난듯 조심스런 발자욱 떼어야지...
무거운 삶에 지치면
비 오는 날
전자동 세탁기, 찌든 빨래, 불림코스,
무의도 산행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