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만난....안녕하세요....

 

 

 

 

                                                              靜 香

 

 

 

아침에 산에 갔다

어젯밤 잠을 못 잤다

계속하여 요즘 잠을 설쳤다

땀을 흠뻑 내고 싶다

내 몸속 깊이 끈적이는 감정의 찌꺼기들을

다 쏟아내어 부어 버리고 싶다

 

6시에 산을 오르니 벌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어디선가 상큼한 풀냄새가 향기롭다

얼마 만에 오는 산인가....

숨이 차고 맘 같지 않다

다리도 벌서 후들거리고....

 

그런데....

안녕 하세요 하는 한마디....뿌연 안경 속으로

한 남자가 불편한 몸으로 한손엔 지팡이를 짚고

한손으론 고물 타이어 두개를 끈으로 묶어서 아주 천천히 질질 끌면서

벌서 그 시간에 산에서 내려오면서 내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내게만 인사를 하는 게 아니다 산을 올라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쿵 하고 가슴이 울린다....

그래 나는 이제까지 얼마나 사치한 투정, 시기, 욕심으로 하찮은 일들에

화내고 속상해하며 잘 먹지도 잠들지도 못하고 이 순간까지 살아 왔는가..

저렇게 아픈 몸으로도, 아니 살아 있다는 그 자체를 숭고하게 아름답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저 사람을 보라...

 

이렇게 건강하게 이 순간 살고 있음을 눈물겹게 감사한적 있었던 가

이렇게 두 다리 멀쩡하게 산에 오를 수 있음을 감격한적 있었던 가

나를 더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나만 더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는 일들 때문에 매 순간 속상해 하면서.....

내 욕심만 앞세우고 지금 이 순간도 삶이 무엇인지 진정 헤아리지 못하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음에 고마워하지 못하고

더 많은 욕심과 욕망으로 맘과는 달리 성숙하지 못한 일상들에

얼마나 많이 상처를 주고 상처 받으며 부대끼고 있는가.............

 

매양 다 비운 다 비운다 하면서도 아직도 너무 많이 움켜쥐려고 만하는

나 자신의 초라한 내면을 들여 다 보았다

이 눈부신 아침에 산에서 만난 몸이 불편한, 그러나 맘만은

세상 그 누구보다 부자인 겸손한 그 사람을 만나서

밖으로만 치닫던 내 욕심들이 부끄럽기 한량없다.

 

정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안녕을 빌어 주고 다 안녕하기를 바라며

자기를 보고 더 비우고 감사하게 살아 라는 그런 수많은 메시지를 던져주는

안녕하세요...하는 그 사람의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

 

하늘엔 양떼구름인지 공작새나래구름인지 흰 구름이 가득하다

얼마 만에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는지.....

하늘에 구름 가듯이 윤회하는 인연의 고리를 어이 내 맘대로 하리요

세상사 모든 거 다 물 흐르듯이 ..........

맘 졸이고 조바심치지 말자고 ....

내일도 산에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고 있을 그분을 생각하자고....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욕심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산을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나옹선사님의 맑고 향기로운 법음이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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