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친정엄마구순이라 대구에 다녀왔다

저녁 식사 후 엄마가 아주 오래된 사진들을 내어 놓으시며

우리사진들은 챙겨서 가져가라고하신다.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내죽고 나면 이사진들은 다 없어질 터이니...

 

엄마는 백수 하실 거라고 했더니 무슨 그런 소리는 다시 하지 말라고 ...

자는 잠에 안 아프고 그렇게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고 하시며

요즘은 그렇게 죽게 해달라고 빌고 있다고 ...

손자들 태어나서 만든 달력도 가지고가란다

 

오래된 큰 사진은 엄마의 환갑 때 사진인 것 같다

지금의 너무나 야윈 모습이 아닌 꽃같이 고운 엄마가 봄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이다

돌아가신 아버님. 돌아가신 부산 큰 이모부와 이모님. 돌아가신 남원이모부님.

그리고 올해 팔순 되신 이모님 또 돌아가신 작은 이모부님과 막내이모님.

우리형제부부들 초등학생인 아들과 딸 어린 아기로 안겨있는 조카...

 

정말 세월이 이렇게도 덧없이 허망하게  빨리 지나갈 줄 어이 알았을까,,,

벌서 30년 전 사진이다

돌아가신 많은 분들이 사진 속에서 눈부시게 함빡 웃음 짓고 있는데...

호탕한 그 웃음소리  다정한 그 목소리 다시 들을 길 없음에

무언가 가슴 서늘한 그리움이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다

큰 풍랑이 되어 뜨거운 불기둥이 샘처럼 솟구쳐 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사는 게 바빠서 잊고 산 얼굴들 이름들...

한동안 돌아가신 분들과의 추억이 구름같이 일어났다 허공중에 가득한데

먼 훗날 언젠가 어느 날 우리도 다시 그 길을 뒤따라 갈 터인데

누가 우리를 기억해주고 추억해주려나...

 

아니 지금도 너무 바쁜 자손들이 삶에 지치고 힘들어 추억할 시간도 없을 터인데 너무 욕심이 과하지 않은가...

이 세상에 와서 잠간 머물 그동안 우리에게 큰 웃음주고 대견한 기쁨주고 긴 시간 옆에 있어주고

나이 들어서 든든한 울타리 되어 주었음에 고맙고 감사했다고 

우리를 너무 행복하게 해준 자녀 손들에게 다정히 손 내밀어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항상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늘 가까이 있어준 정겨운 벗님들에게도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갈 시간 주어진다면 그게 웰 다잉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저 묵묵히 내가  해야 할 내 몫의 내 할일을 다 마치고 가는 길은 부질없었던

오욕칠정의 끈 다 풀어놓고 움켜쥔 손 다 놓아버리고 정녕

탐 진 치 삼독 품지 않은 무심의 바람으로 훌훌 윤회의 길 벗어나기를

두 손 모아 비원 올리면서...

 

멀리 있는 벗님들은 꽃소식을 전해 오는데

어느 꽃피는 봄날 그렇게 한 20년 더 일복 많은 내 삶을 관조하면서

이 세상 소풍 나왔다고 말 할 수 있다면...

우리 할머니가 해준 밥이 맛있었다고 말해주는 손자들이 좀 더 클 때 까지만

이 눈부신 봄을 뜨겁게 노래하고 싶다고 염원해본다

 

오래된 사진을 보면서 우리네 삶이 얼마나 유한한지 얼마나 짧은지

정말 언젠가는 가야할 그 길을 우리도 가야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매 순간 귀하게 아끼면서 소중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지금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다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소망하면서...

 

내가 대구에 내려간 동안에 엄마와 갑장이신 종시숙님께서 돌아 가셔서

상문도 가지 못했는데 성당에 열심히 다니시고 하루를 다 기도시간으로

채우기에도 짧다고 하셨으니 분명 천국에 가셨으리라 믿으면서...

늘 나를 이뻐해 주시고 다정하게 대해주신 아즈버님 왕생성불 하시기를

두 손 모아 서원 합니다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걸음해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고마운 인사를 드리면서...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봄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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