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동 이모님 말씀이 외가에는 65세를 넘긴 사람이 없었는데 언니가 87세이시니 이제 3년만 더 사셔서 외가 장씨 가문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고 하면서 이번 언니 생신 때는 6 남매 중 먼저 간 3사람 빼고 남아있는 3자매 사진이라도 한 장 박아 놓아야 한다고 하면서 엄마 생신을 기다리고 계셔서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사실까 싶어서 그 소원 한번 못 들어 주냐고 우리 집에서 의정부 이모님과 대방동 이모님을 모시고 같이 생일상을 받기로 하였다.

 

그런데 실제 생신은 음력 213일인 41일인데 모시고 올 조카가 토요일만 시간이 된다고 하여 미리 당겨서 하고 남동생 둘은 실제 생일날 다시 보기로 했다.

어지러워서 엄마 혼자는 못 움직이셔서 내가 대구에 내려가서 모셔왔다. 두 이모부님도 다 오시라고 했지만 폐암수술을 받으신 의정부 이모부님과 위암 수술을 받고 몸이 불편하신 대방동 이모부님도 못 오시고 막내이모님 조카가 두 이모님만 모시고 왔다. 대방동 이모님은 치근이 좋지 않다고 하셔서 특별히 생협에 주문하여 생고기 로스를 했는데도 잘 씹지를 못하셔서 보는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것저것 솜씨를 부려 보았는데 다들 그리 많이 드시지 못하고 먼저 고기를 드시라고 해도 그동안 밀린 이야기꽃만 피운다.

막내 이모님은 도토리묵을 쑤어 큰 통으로 가져 오셔서 모두 나누어 잘 먹었다. 엄마는 엄마대로 금일봉을 제부들 수술했는데 가보지도 못했다고 내밀고 이모들은 또 생신이라고 내밀고 안받겠다 받아라 한참을 실강이를 한다. 그게 우리네 정이 아닌가 싶다.  고기도 별로 안 드시고 굴 미역국에 찰밥만 말아 조금 드시고 과일도 그리 많이 들지를 못하여 연세가 들면 식사량이 너무나 적어져서 큰일이다. 대방동 이모님은 엄마 곁에서 하룻밤 자고 갈 준비를 해 오셔서 두 분 같이 밤늦도록 옛날 이야기꽃을 피우시다 일요일 내가 절에 가는 길에 이모님과 같이 지하철로 오다가 조카가 마중 나온다하여 영등포역에 내려 드렸다.

 

다들 멀리 떨어져 있으니 자주 못보고 나이들도 있고 다 수술을 하여 누가 모셔다 주고 모셔오고 해야지 만날 수 있음에 마음은 가득해도 얼굴보기가 쉽지 않으니 산다는 것이 나이가 든다는 것이 참 허망하게 느껴졌다. 피할 수 없는 생 노 병 사의 인생이여....

어릴 때 외가에서 같이 지내던 이야기하며 외할머니 이야기부터 그 시대 고고한 선비인 외할아버지 이야기까지 이야기는 끝이 없는데...

그동안 엄마와 대방동이모님은 자주 만났지마는 그래도 또 만나니 한평생 살아온 이야기보따리가 늦은 시간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41일 날은 큰 동생내외와 막내 남동생이 왔다. 내가 너무 힘이 들어서 다시 또 생일상 못 차린다고 했더니 식당을 예약하라고 하여 버섯 샤브 화개장터에 갔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린적도 있었던 그 막내 동생이 이제 새사람이 되어서 이번 설에는 그동안 자신이 애먹였던 부모형제들 모두에게 선물로 홍삼엑기스를 큰 박스로 보내왔다.

 

이제 정신 차려서 열심히 일하며 바르게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데 선물까지 보내와서 그동안 애태웠던 가족들 마음을 너무도 기쁘게 해 주었다.

그동안 몇 번 우리 절에서 만나기도 했지만... 내게 보살님 어머님 생신 선물은 무엇을 준비 할까요? 하면서 문자를 보내와서 그냥 너 얼굴만 보여주면 된다고... 그렇게 큰 선물 홍삼 엑기스만으로 너무 충분하다고... 했더니 엄마에게 용돈봉투를 내민다. 물론 엄마는 조금 받고 더 많이 주었겠지만...ㅎㅎㅎ 그래도 이제 정신 차려서 새사람이 되어 이렇게 가족 모임에도 얼굴을 보여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우리 절에 왔을 때 우리 아들보다도 더 앞에 자신의 이름 연등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았으니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두 누나가 엄마도 물론이거니와 자나 깨나 너를 생각하고 너를 걱정하고 네가 정신 차려서 새사람이 되기를 불공하고 있다는 것을...

 

갈 때 밑반찬을 몇 개 싸주었더니 어찌나 좋아 하는지...김치는 절에 왔을 때 밑반찬과 같이 갖다 주었는데 너무 많았다고 가져가지 않겠다고...그리고 이번에 새로 이사까지 하게 되었다고 좋아하는데 한번 가 보려고 하니 나중에 집이나 사면 집들이를 하겠단다.엄마는 생일을 두 번이나 차린다고 안 그래도 팔 아픈데 고생이 많다고 하지만 내가 뭐 한 것이 있느냐고 그날 밥값은 큰 동생이 내었고 집에 오는 길에 그래도 생일인데 케이크가 없어서 섭섭하다고 작은 케이크하나 사와서 촛불을 붙이고 축하노래 불러 주었더니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좋아 하신다.

 

이제 나이가 들고 손자들 본다고 팔을 혹사하여 밤이면 팔이 떨어져 나갈듯이 아프지만 그래도 엄마 생일을 맞아서 이모님들과 동생들을 보게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엄마가 너무 좋아 하시니 그 또한 큰 기쁨이고....

엄마나 이모들이나 모두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셔서 찍지 않았다. 너무 야위어 이제 사진 찍기가 싫단다. 제일 위에 사진은 팔순 때 일본 가서 찍은 사진인데 그때만 해도 엄마는 연세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고 모두들 어쩌면 저리 고우시냐고 했는데 몇 년 사이에 너무나 살이 빠져서 얼굴이 정말 예전 모습이 사라지고 말았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혼자 지내면서 밥맛이 없다고 하루 두 끼도 너무도 적은 양을 드셔서 살이 갈수록 빠지는 것 같아서 이제 우리 집에 오셔서 같이 지내자고 하여도 아직은 괜찮다고 고집을 부리신다. 한 달 있으면서 체중을 5킬로만 불려서 내려가라고 하여도 된장 담아 놓은 것 뒤집어야 된다고...ㅠㅠㅠ

 올라 올 때도 된장 담아놓고 올라 왔는데 ...꾸부정한 허리로 그 무거운 소금물을 들고 나고 하여서 내가 좀 거들긴 했지만...나도 팔이 시원찮으니....손자가 할머니가 담아준 된장이 제일 맛있다 한다고 그 말에 신바람 나서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그 몸으로 된장 담는다고 구부리고 있으니...나는 화가 날 지경인데...그래서 나는 엄마 힘 든다고 된장도 안 갖다 먹는데...이제 된장 담아 주지 말라고... 된장 담아 준다고 죽지도 못한다고...ㅋㅋㅋ

 

그랬더니 손자가 원하는데 너도 이제 손자 봤으니 내보다 더하면 더했지 하면서 웃는다.

어머니란 존재가 저렇구나 싶다. 내 몸은 으스러지고 곧 넘어질 듯 야위어 어지럽고 숨차서 잘 걷지도 못하면서도 그저 손자가 원한다고 그 무거운 장독도 소독한다고 뜨거운 물로 헹구고 소금물도 몇날 며칠 전부터 물도 받아서 앉히고...그 수고로움을 그 된장을 먹는 손자가 알까나....

 

나는 딸이라서 그런지 그런 말 하는 올케가 미워지려고 하니....그래도 그게 낙이라고 올케한테 아무말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에고 에고...ㅠㅠㅠ행사도 끝나고 엄마와 찜질방에 가서 체중을 달았더니 42킬로다. 가슴이 아프다 야위어도 너무 야위었다.

 우리 집에 와서 1킬로 쪘단다. 점심을 안 먹다가 먹어서 좀 쪘나보다고...할마씨 점심 안 먹으면 우리도 안 먹는다고 하면서 억지로 보름 먹은 것이 고작 1킬로 쪘다니...한 달 채워서 5킬로 찌면 내려가라고 하여도 그놈의 된장은 알 메주라서 아래위를 바꾸어 주어야 한단다.

 

42일 날 기어이 내려 가셨다. 입고 온 옷이랑 이것저것 무거운 것은 택배로 보내 드리기로 하고 올라올 때 KTX타고 왔으니 내려 갈 때는 무궁화호로 가겠다고 고집이다.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빨리 갈 필요 없고 무궁화가 자리도 넓고 좋단다.

굳이 고집이라 아고 내가 끊어준다는데 왜 고집이냐고 했더니 그냥 이사람 저사람 이야기하면서 창밖 풍경도 보고 그게 좋단다.

보름동안 계시다 안계시니 내 맘이 너무 허전해서 거실이 텅 빈 것 같다. 매일 전화하면 내 걱정 말라고 잘 지낸다고...

그놈의 된장 때문에 아파트는 안 되고 죽는 순간 까지도 그 집에 계신다고 고집을 피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그 고집을 어이 끊으랴 싶다.

 

막내가 정신 차려 잘 살아 주는 것이 너무 고맙고, 87세의 연세에도 아직 기억력이 총총하시고 몸은 야위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고

큰소리치는 친정엄마가 살아 계셔서 나는 너무 행복한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세상사 모든 것이 다 고맙고 감사하다. 이모든 것이 다 부처님의 공덕인 것 같아서 두 손 모아 감사기도 드리면서....

제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손자들 보러 간다고 자주 글을 올리지 못하는데도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모든 분들이 다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빌면서...~~~*^^*~~~.

 

 

37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