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아파트 분리수거하는 날이다. 내려가는 길에 음식물 분리수거 할 것도 같이 가지고 가서 분리수거 통 뚜껑을 열었더니
옥수수 대와 마늘 껍질이 소복이 보인다. 경비아저씨께 아직도 음식물 분리수거를 저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크게 써 붙여야
되겠다고 했더니 아무리 붙여 놓아도 말을 안 듣는다고 하시는데 음식물 분리수거한 것을 다시 끓여서 돼지가 먹는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저런 것을 먹겠느냐고 생각해 보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계란 껍데기와 조개껍질 홍합껍질 등 모든 딱딱한 것은 안 된다는 것을 왜 모를까...마늘 껍질에 무슨 영양분이 남아 있겠는가...
쓰레기봉투 값 조금 아끼자고 저런 작태를 보이니 이제 머잖아서 음식물 쓰레기를 각 가정마다 분리수거해 가는 어떤 장치가
생긴다는 뉴스보도를 얼마 전 본 것도 같다. 사람들 얄팍한 욕심에 씁쓸해하며 현관문을 들어서니 내일 대구 친구 딸 결혼식에
신고 갈려고 내어놓은 그동안 안 신었던 짧은 부츠가 보인다.
구두아저씨께 가지고 가야하나 생각하다가 내가 대충 닦아 보자고 생각하며 구두약을 찾는데 문득 장가 간 아들이 생각난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니 아들은 참 잔소리 안하고 키운 것 같다. 자기가 할 일은 알아서 다 했고 내가
말하기 전에 먼저 척척해주니 잔소리 할 일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다 알아서 일어났고 공부도 하라마라 하기 전에
다 알아서 잘 했고...ㅎㅎ 자기 능력의 100%를 다 활용하지 않아서 유감이지만...ㅎㅎ
아들은 늘 그랬다. 성적이 그리 좋지 않으면 이번에는 자기 능력의 70%만 활용했노라고 ...ㅎㅎ 그럼 그 100%는 언제 써냐고 하면
아 그거야 비축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가 오면 써야지요...하면서 대학 마지막 시험 때는 90%를 썼다고 ...ㅎㅎ과 최우수우등생이
되었을 때이다. 오늘도 여의도에서 자기능력의 95%정도는 발휘하고 있을 아들에게 힘내라고 파이팅을 외치면서...
그런 아들이 어쩌다 시간이 있어서 집에 있을 때면 구두를 닦았는데, 아들은 구두를 여러 켤레 바꾸어가면서 신었는데 땀을 많이
흘리기도 했지만 패션 감각도 뛰어나서 옷에 따라 코디를 따로 했기에...
자기 구두뿐 아니라 아빠구두, 엄마구두, 신장에 보이는 모든 구두들을 다 닦아주었다. 평소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내 구두까지
열심히 닦아 주어서 내건 안 닦아도 된다고 하면 안신어도 한번 씩 닦아 주어야 좋다고 하면서 반짝 반짝 윤이 나도록 멋지게
잘 닦아 주었는데...이 아침 내가 구두를 닦아보니 아들이 닦은 것처럼 그리 광도 안 나고 옆에 있는 남편구두까지 닦아줄 생각도
없으니 ...ㅎㅎㅎ
아들 생각이 절로 난다. 결혼한 후에 맞벌이하는 새 애기와 아들에게 자주 문자를 보내는 것도 귀찮아 할 것 같아서
첫해에는 그래도 날씨가 추우면 춥지 않니 잘 다니니 하고 문자를 보내다가 이제 몇 년 흐르니 그것도 안하게 된다.
어쩌다 태풍이 온다거나 날씨가 추우면 아들 녀석이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오긴 하지만...내가 냉정한 편인지 전화를 안
하기로 유명한데 그래도 혼자 계시는 대구 친정엄마께는 열심히 거의 매일 전화를 하고는 있지만....
늘 기도를 통하여 크게는 세계평화와 나라의 경제발전과 내 혈육,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어 잘 사느냐, 어떠니,.. 자주 문자나 안부를 묻지 않음에 섭섭해 할지도 모르지만, 이아침 구두를 닦으니 새삼
아들의 빈자리가 실감난다. 상점에 새빨간 사과가 쌓여 있는 것을 보면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한동안 생각나서 마음이 아렸었다.
사과를 정말 좋아 하셨는데... 더 잘 해 주지 못했음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사람의 빈자리를 느낄 때, 어쩌면 나 자신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쁘면 그런
감정에 오래 잠겨 있을 수 없을 터인데... 생각나면 전화해서 목소리도 듣고 정 보고 싶으면 달려가면 되겠지만 영영 볼 수 없는
그런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음에 세월의 무상을 느끼게 한다. 나의 부재를 생각해줄 그 무언가를 나는 남겼는가 싶기도 하다.
좀 더 인정 있게, 포근하게, 따뜻하게, 베풀며 살아야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실천을 잘 못하는 성격을 고쳐보자고 생각하면서...
오늘 아침 많이 춥다. 이제 앞으로 점점 추워질 일만 남았으리라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이제 겨울 맞을 채비를 단단히 하시고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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