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차례를 지낸 후에 아들 내외는 처가로 보내고, 작은집 식구들도 모두 보내고 나서 남편과 같이 광명친정 큰 동생 댁에 갔다. 대구에서 올라오신 엄마를 뵙고 점심 식사 후, 고교2년생인 조카가 재미있다고 하여 남동생 내외와 엄마, 우리부부 같이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고 엄마를 모시고 우리 집으로 왔다. 얼마나 오랜만에 명절날 영화 관람을 한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생각이 난다. 동네 숨 쉴 틈 없이 복잡한 극장에 들어가서 새로 산, 약간 이른 늦가을 옷에 땀을 흠뻑 적셨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만화 책 볼 돈이 없어서 친구가 돈을 내어주면 내가 만화를 보고 와서 저녁에 뒷산에 누워서 이야기로
들려주곤 했던 어릴 적 기억이 새삼 난다. 그때 친구들 순연이와 선호, 명숙 이는 잘 사는지...
동네 뒷산에 어쩌다 가설극장이라도 와야지 겨우 마칠 때가 다 되어 가서야 공짜로 들어가서 보라는 극장 아저씨의 인심덕에
한 번씩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정말 못살던 어린 날의 추억이 요즘 들어서 왜 이리 더 생생하게 새록새록 나는지 모르겠다.
벌서 과거를 돌아보고 추억을 회상하는 그런 나이가 된 것인지...
광해 영화는 소문대로 참 재미있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는 주인공이지만 연기만큼은 잘 한다고 박수를 보낸다.
그의 살아있는 눈빛과 1인 2역으로 옮겨가면서 다른 분위기를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술자리 양반들과 기생 상대로 음담패설 만담꾼 광대에서 졸지에 왕 대역을 맡게 된 가짜 왕과, 시해당하는 꿈으로 괴롭게 왕좌를 지키고 있는 진짜 왕...
그러다 양귀비약 중독으로 쓸어지게되고...
이 글을 쓰기 전에 광해 왕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다음의 바다를 헤엄쳐 가면 광해에 대한 파란만장한 긴 글을 만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왕이 되기까지도 애환이 많았고, 되어서도 왕권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죽였으며 파벌에 휘둘리어 결국은 인조반정으로 제주도로 귀양 가서 67세로 생을 마친다.
광해군은 20세기의 눈으로 볼 때 중국의 명- 청 교체기에 현명한 판단으로 전쟁 개입을 피하려 했던 외교의 대가요
영화에도 나오는 대동법을 도입한 선각자에다 임진왜란으로 얼룩진 나라의 피해 극복을 지휘한 위대한 지도자로 재해석 되어
지고 있다는...
이 영화에서는 가짜 왕이 진짜 왕을 흉내내다 점점 더 진짜 왕처럼 되어가는 재미와, 진정 백성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심성에 우리는 울고 웃으며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 같다.
왕의 궁중생활에 대해서 새삼 놀랍도록 세세한 부분을 알게 되어 큰 웃음을 준다. 대변 후 비단으로 닦아주는...ㅎㅎ
왕의 간식거리 라던지 ... 수라간시녀 사월과의 따뜻한 대화며, 도 부장을 향한 대인배적 마음으로 용서해주는...
그래서 훗날 목숨을 잃지 않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서 벗어나서 영화화면 속 연기자들의 한 장면, 장면의 대사와 표정을 보면서 웃다보면 영화는 약간은
아쉽게 끝이 난다. 사월이로 나오는 연기자는 써니 에서도 담백하고 순수한 연기가 좋았는데 때 묻지 않은 연기가 너무 좋았다.
사월이의 죽음에 너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그리고 지금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이조시대의 당파같은 그런 당리
당략에 처한 간신배 같은 정치인은 다시 없어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가족과 같이 영화를 보면서 한번 크게 웃어봄도 좋을 것 같아서 적극 추천하면서 영화를 위해서 수고해주신 모든 관계자
여러분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이제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이 되었습니다.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영화,뮤지컬,연극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미제라블을 보았다 (0) | 2013.01.25 |
---|---|
영화 '타워'를 보았다 (0) | 2013.01.22 |
아이스 에이지4 영화를 보고왔다 (0) | 2012.08.17 |
세종문화회관 썸머 콘서트에 다녀왔다 (0) | 2012.08.13 |
도둑들 영화를 보고 왔다 (0) | 2012.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