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꽃
<조 지훈>
까닭 없이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 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 버린다, 못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살면서 지독한 외로움에 안으로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모르게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면서도 확 들어내어 누구 때문인지 왜인지도 모를 까닭모를 외로움이라니...
감성이 남달랐던 조지훈님의 그 깊은 외로움의 끝에 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게 되지만...
그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죽는 순간 까지도 가슴에 안고 갈 것 같은데...
길가에 흔하게 피어있는 민들레꽃마저도 절절하게 그리워지는, 그리움의 끝에 서 있을 때
이런 시가 나오나보다. 너무 그리워 말도 못하고 그 그리움 때문에 병들어 죽는 순간에
민들레꽃 한 송이가 위로가 되는지도....
자신이 그리다 죽은 후에 사랑하는 그 사람 맑은 눈으로 자신을 한번 돌아봐 줄 것이라는...
그렇게 그리워하면서 왜 달려가서 그립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그리운 이를 평생 마음에 품고만 있다가 죽는 순간까지도 입 밖에 내어 말할 수 없는 그리움은 도대체 어떤 그리움일까....
그런 그리움을 안고 살았다는 기억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그런 그리움을 알았다는 아픔마저도 행복이라면...
누군가 그리워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리움 때문에 병이 된다 할지라도...
내 시의 소재는 그리움이라고 ... 늘상 그리움에 절어 살고 있다고...
그런 내가 요즘 시를 쓰지 못한다.
그리움의 문을 닫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젊은 날 그리움은 조용히 잠재우고
그리움하며 저지른 숱한 마음의 죄를 참회하면서 살겠노라는 마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제 그리움 앓으며 지난 내 잿빛 청춘의 시간들은 조용히 보내야할 싯점인지도 모르겠다.
그리움을 떨쳐버린 삶은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활화산처럼 치솟는 열정도 없고 서러운 분노도 없고
가슴 떨리는 희열도 없다. 그러나 잔잔하고 고요하다고... 단순하고 담백하다고...그래서 편하고 느슨한 시간들이 행복이라고...
억지 부려본다. 이제 내 건강이 그런 마음의 불꽃을 견뎌내지 못하는지도...
그리움이라는 미약한 감기에만 걸려도 회복될 수 없는 큰 병이 될지도 모른다는, 지나친 우려와 염려 때문인지도...
아파도 그리움을 떨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아직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리움을 앓고 있는지도......
조지훈님을 너무나 좋아 한다는 은향님의 블로그에서 위의 시를 발견하고 내 마음이 왜 그리 서늘해지는지....
이 시를 읽으시는 제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의 마음도 잠시 서늘해진다면....
가슴 깊이 감춘 외로움과 그리움이 살아 있는 증거라고...그리움이 없는 삶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지도...
오늘 모든 그리운 것들을 향하여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는 이 순간을 기쁨으로 생각하면서....
맑고 향기로운 그리움 가득한 고운 하루 보내시기를~~~*^^*~~~
ps; 미국 중서부 미주리 주에는 토네이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재산 피해도 많다고 한다.
구미 약목 미군기지내에 묻어둔 고엽제가 어디로 옮겨졌는지 모른다고 하고...
여 아나운서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고...
정말 딸을 키우는 부모 마음으로 이처럼 안타까운 사연이 없다... 그 가슴 미어지는 아픔을 어이 할까나...
그 부모는 어이 살라고...세상은 아픔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 같다.
잠시 숙연한 마음으로 모든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왕생 성불을 두 손 모아 서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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