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설어라 커늘 짐조차 지실까
조선조 유명한 문인 정철의 시조를 생각나게 하는 팔순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를 만났었다
얼마 전 남편과 같이 강릉 상가에 다녀오다가 늦어서 서울에서 자고 아침 이른 시간에
지하철을 탔었는데 바로 문 앞에 10키로 과일 박스가 3단이 쌓여진 큰 짐이 핸드카위에
자리하고 있어서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주고 있었다.
속으로 짐을 조금 한쪽으로 옮겨 놓으면 좋을 텐데 하면서 오는데 경로석을 보니
하얀 모자를 쓴 작고 왜소한 체격의 한 할머니가 밤 까는 가위로 내내 밤을 까고 계셨다.
지하철 속에서 뜨개질을 하는 사람들은 간혹 보기도 하지만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고
저렇듯 열심히 밤을 까는 분도 처음 뵈었다. 고개도 안 아프시나 생각하면서 내내 그 할머니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왔는데 서울역인지 남영역인지에서 내리셨는데 그 무거운 짐의 주인이신 것이다.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크고 무거워 보이는 그 카트를 요령껏 잘 끌며 무사히 내리시긴 했다.
보는 이를 모두 안쓰럽게 한 그 할머니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의 작고 야윈 할머니셨다.
모두 놀라는 표정으로 그 할머니를 보면서 위의 저 고시가 생각났을 것이다.
세상살이가 예전보다는 살기가 좋아 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도 우리 주위엔 저렇듯
많은 연세에도 아마도 시장 난전에서 젊어서부터 장사를 하고 살아 온 그런 할머님들이
계신다고 생각하니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친정엄마 연세도 더 지났을 것 같은데...어쩌면 자신이 젊어서부터 쭉 해 왔었고
좋아서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보기엔 너무 딱한 마음이 자꾸만 들어서
오늘까지도 그 할머니의 모습이 가슴 한켠 남아 있다.
부디 그 할머님께서 그 무거운 짐을 이젠 그만 쫌 끌고 다니면서 힘든 생활에서 벗어났으면 싶고
늘 건강하시며 행복하시기를...복지구족 하시기를 서원 드리면서....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내일 모레 큰 태풍 곤파스가 올라온다고 하니 미리 미리 잘 준비 하시어 피해 없으시기를....
저는 오늘 농산물시장에 다녀 오렵니다.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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