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래님의 멋진 사진 입니다

 

 

 정월 대보름의 추억

 

지금으로부터 25년여 전에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남편이 회사에서 총각사원들을 집으로 초대했다고 하였다. 남편 부서가 수원 연구소에서 울산으로 옮겨와서 연휴나 주말이면 모두 서울 집으로 가겠지만 정월 대보름에는 연휴도 아니니 찰밥을 좀 준비하라고...

 

시장에 가서 눈에 보이는 보름나물을 11가지나 사와서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밥도 9곡 밥을 하고 친정에서 배운 대로 그날은 비늘 있는 고기도 먹어야 하고, 부름도 깨어야 하고, 귀 발기술도 마셔야하고...엄마가 늘 하시던 데로 이것저것 준비해서 총각사원 5명이 왔는데 압력밥솥 제일 큰 것을 사서 밥을 한 솥 했다. 남편이 하도 많이 먹는다고 해서...

 

그런데 한 사람당 4-5공기를 먹고, 최고로 먹은 사람은 6공기를 먹어서 밥 한 솥을 다 먹어버렸다. 지금도 기억을 하고 있으니...몇 년을 그렇게 하다가 한두 명 결혼하게 되어서 그 행사는 끝이 났었다. 다른 회사로 옮겨간 직원도 있었다. 회사를 떠나가서도 한동안 남편한테 안부 전화를 하고는 나한테까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맛있는 보름 찰밥과 나물 이였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고맙다고 전화를 바꾸곤 했다.

 

그때는 같은 부서 직원이랑 정말 한 식구같이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 여름휴가도 다 같이 가고 결혼한 가족 모두 그리고 애인도 데리고... 모두 같이 가서 남자 사원들이 일을 다 하고 여자들은 애들이랑 같이 그늘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참 재미있게 보냈었다. 남편 생일이나 내 생일날까지도 부서 직원들이 장미꽃다발을 들고 몰려오기도 했다.

설날이면 세배도 드리러 왔었고...세월이 흘러서 남편은 40대 후반에 회사를 그만 두었었다.

 

그 후에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는데 남편이 아파서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 했을 때 그때 그 찰밥을 먹었던 사원들이 회사에 이사도 되고, 다른 큰 회사에 부사장도 되고...어찌 다 연락이 되었던지 모두 찾아 와서 금일봉을 전해 주면서 마치 친형님이 아픈 것처럼 그렇게 다들 걱정해주고 훈훈한 인간미를 보여 주었다.

 

아들이 결혼 했을 때도 모두 참석해 주고...구정에도 과일 상자를 택배로 부쳐 온 사람도 있었다. 자랑을 하려고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젊은 날 잠시 몇 해 동안 얻어먹은 그 찰밥을 잊지 않고 오랜 세월 간직하면서 보은을 한다고 하면 표현이 좀 그럴지 몰라도 그렇게 정을 내어주는 그 마음들이 너무 고맙다. 옛날 말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부처님 말씀에 은혜는 평생으로 잊지 말고 수원은 잠시라도 두지 말라고 했다. 그동안 내게 잘 해 주었던 고마운 인연들에 감사

하면서 그 마음을 잊지는 않고 살고 있다고 이 글을 통해서 안부를 전하면서...칠레는 지진이 나서 700여명이상의 사상자가 났다고 하고 우리나라도 연휴동안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한다. 지구에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한 번 더 우리 마음을 돌아보고 반성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어제는 새 애기의 생일을 차려 주었다. 생일날 아침에 아들보고 차려 주라고 국이랑 이것 저것 좀 사주었는데 그날은 행사가 있어서 집에도 없다고 한다. 모두 바쁘게 살고 있지만 늘 마음만은 가까이 잊지 말고 살아가기를 바램하면서 건강과 행복을 서원 한다.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방문해 주신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새로운 한 주 힘차게 시작 하시고 늘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