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끓이는 곰국

 

 

                                                                     정향

 

 

계절이 깊어 가면

희로애락의 장단에 춤추었던

지나온 세월의 징검다리 무서리 내리고

한때 그리도 빛나던 순간들

치열한 삶속에

마른 나무 가지 위 쌓인 눈처럼 추락 한다 

오래전 표고 되어 걸려있는

망각을 거부한 지난 시간들의 못 다한 아쉬움

이 지칠 줄 모르는 되새김질

추억은 불사신같이 다시 살아나

12월의 끝자락에서 그때는 정말 몰랐던

따뜻한 기억만으로도 행복한 곰국을 달이고

이제는 다리고 다려서 뽀얗게 우러난 국물같이

묵힌 아픔도 슬픔도 곰삭아

담백한 웃음 여유롭다

내 가슴에 떨림 주고 간 아련한 그 얼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지나간 아름다운 시간

뜨거운 마음 눈물 같은 그리움

윤회의 길목에서 다시 끓이는 곰국

가슴 시린 날 오욕칠정의 바다 건너

다 비운 맑은 얼굴 보살 같은 마음으로

긴 시간 진하게 다린

따끈한 곰국 한 그릇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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