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이상한 병이 있다. 한번씩 집을 바꾸는 일이다. 주로 거실의 쇼파를 옮긴다던지 거실장의 위치를 바꾸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식구들은 모두 깜짝 놀라면서 혼자서 어떻게 옮겼냐고 허리 다친다고 하지 말라고 아들이나 딸은 걱정하는데 남편은 눈하나 깜짝 안하고 예전부터 장군인데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놀라지도 않는다.

 

매번 물건들을 혼자서 끙끙대며 옮길 때마다 다시는 내가 이 짓을 안 한다고 맹서를 하곤 하면서도 또 그 병이 도지곤 하는데, 아들이 결혼하여 나가고 나니 딸 방 보다는 아들 방이 더 넓기도 하고 딸 방보다 더 따뜻하기도 하여서 딸애를 아들 방으로 옮겨 줄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름에 꼭대기 층에서 비가 샌다고 수리를 했는데, 요즘 들어 딸애가 방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여서 아무래도 책장 뒤를 한번 봐야 할 것 같아서 갑자기 혼자서 딸애 방 짐을 아들 방으로 다 옮겼다.

 

두터운 방석과 카페트로 받치고, 밀고, 당기고, 하면서 딸애 옷들과 책들을 옮긴다고 아침부터 오후까지 종일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저녁에 퇴근해 온 딸이 깜짝 놀라면서 어떻게 혼자서 옮길 생각을 하셨냐고 기분은 너무 좋은데 엄마가 너무 무리했다고 다시는 혼자서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정말 이제 다시는 혼자서 이런 골병 들 일을 벌이지 않을 거라고 또 맹서를 했다.

 

정말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너무 힘들었다. 컴퓨터를 다시 조립할 줄도 모르거니와 사람을 부르기도 그래서, 그 복잡한 선을 건드리지 않고 책장과 책상을 옮겨 놓고,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를 옮긴다고 정말 힘들었다. 걸상위에 모니터를 싣고 책상과 연결해서 본체와 옮긴다고....이해가 잘 안되시겠지만.... 딸은 방을 옮기면 컴퓨터가 안 될 줄 알았는데 컴이 된다니까 와아 정말 우리엄마 대단 하시다면서 너무 좋아라한다.

 

이제는 정말 엄마 사전에 방 옮기는 건 없다고 다시 또 한번 큰 소리 쳤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정말 이 병도 이제는 고쳐야 할 가 보다. 행여 저 같은 병이 있는 분이 계신다면 너무 무리 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딸을 보니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흐뭇하다. 누가 시켜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한다고 펄펄 뛸 일을 내가 하고 싶어서 하고 나니 아파도 누구 탓도 못하고....

 

짐을 다 옮겨 놓고 대 청소를 하고 걸레질까지 하고 나니 오후 7시가 다 되었다. 책장 뒤 벽지도 젖었다가 마른 흔적이 있는데다 장판을 들치니 곰팡이가 피어 있다. 그러니까 딸 방에만 들어가면 곰팡이냄새가 날 수 밖에... 며칠 말리고 새로 그 부분만 포인트 벽지라도 사서 발라야 할 가 보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늘 감사하는 마음과, 따뜻한 사랑의 힘으로

신종 플로도 물리치시기를 빌면서, 맑고 향기로운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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