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앞바다
봄 바다는
꿈에 취해서
몽롱한 얼굴로
흔들리고 있다
지나간 날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추억은 모래가 되어
발밑에 바스락 거린다
아득히 먼 수평선
그 멀리서 피어나는
잊혀간 얼굴하나
그렇게 그리던 얼굴인데
아는 척도 않는 무심함
지난세월
맘의 생채기 깊었나
가슴은 온통 푸른 멍투성이
푸르디푸른 동해바다
늘 수척한 얼굴로 앓고 있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봄날은 화려했지만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우리들의 봄날
이 봄이 서럽다고
지나간 그날이
눈물 나도록 그립다고
한마디 말 못하고 돌아서는
너의 영혼은 바람을 닮았다
우리를 못 견디게 들뽂던
가슴 설레던 그 시간들
한바탕 장자방의 헛된 꿈
밤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비우고 또 비우는 연습
오늘도
끝닿을 길 없는 깊은 그리움
홀로 삭히며
추억을 안고
너를 안고
먼 바다를 향하여
지칠 줄 모르고 달려 나가는
동해바다는 늘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