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 하는 시 3.

 

 

신 록

 

                                    <서 정 주>

 

 

어이 할가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 다시 돋아나

또한번 날 에워 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 펄 펄 펄 펄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거실에서 보이는 앞산이 날로 날로 푸르름 더해 가고, 연두빛 파스텔톤의 여린 잎새들이 어느새 짙은 녹음으로 변해가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릴 수 없음인가,죽은듯한 고목에서도 꽃이 피어난다.만물의 영장이라고 뻐기는 인간은 한번 가면 다시 돌아 올

수 없지만,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이름없는 들풀들마저도 어김없이 봄이 오면 다시 기지개를 켜며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인생살이 길어야 백년, 짧으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데....일장춘몽 인생길에서 만나는 인연의 고리들, 그 안에서 신이 숨겨둔 보물

사랑을 만나고 순간의 희열과 환희로 행복하고,쓰라린 이별과 뼈아픈 허망함에 아파하고, 그렇게 울고 웃으며 어쩌면 짧고도 긴 연극같은

우리네 인생길을 걸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서정주님이 말년에 쓴  이 시는 담담히 모든것을 초월한 여유로운 사랑을 보여준다.

사랑은 하지만 확 들어 내지도 않고 내가 너를 사랑하니간 너도 나를 사랑해 달라는 그 어떤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그냥 혼자서

간직한 그 사랑을 안으로 쓸어 안으며 마지막 가는길에 피었다 시드는 꽃잎처럼 그 사랑 그렇게 안으로 삭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었다고 사랑하는 맘이 없는것도 아니고 사랑의 강도가 덜 한것도 아닐진대...나이가 젊을땐 사랑이란것이 젊은 사람들의

점유물인지만 알았는데, 사랑이란 그 기막힌 감정을 신은 보물찾기처럼 도처에 숨겨둔 것이다

그 고귀한 감정을 혼자서건 둘이서건 온 인류를 향해서건 간직할 수 있다는것에 우리는 행복하다고 자위해본다.

 

사랑하는 맘 그것의 시작은 상대를 위한 배려가 아니겠는가, 내가 아픈것 보다 네가 아파하는것이 더 가슴 아플때 그 마음이

사랑의 시작이 될때 세상은 정말 아름다워 질테니간 말이다 .

사랑을 하는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눈부신 아름다운 봄날, 눈길 부딛치는 모든 만다라에게 사랑하는맘 가득히

보내보심은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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