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반야지 보살님 최경분 여사 49제 회향일을 맞으며

 

어머님!
어머님 가신 극락 세계에도
노란 은행잎 비단처럼 깔리고
울긋 불긋 단풍은 추억을 애타게 부르는가요?
천지엔 가을빛이 무르익어
오곡백과 풍성한데
먼 여행을 떠나신듯
"야들아 ! " 하시며 지금이라도
웃으시며 돌아 오실것만 같은데...
벌서 49제 회향일을 맞았습니다

언제나 넉넉한 가슴으로 여유롭게 맞아 주시던
다정한 그 음성 다시 들을 길 없고
따뜻한 그 손길 다시 만질 수 없는데...

탐스런 빨간 사과만 보아도
어머님께서 사과를 좋아 하셨는데...
나이 지긋한 할머니께서 책을 읽고 계신 멋진 모습만 뵈어도
아 우리 어머님께서도 책 읽기를 좋아 하셨는데....
잘 손질된 빳빳한 이불깃을 만지면서도 어머님을 느낍니다

죽음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 처음엔 잘 몰랐습니다
이렇게도 날이 갈수록 사무치게 삶의 길목에서
아련한 슬픔에 목이 메일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님!
언제 까지나 울고만 있지는 않겠나이다
어머님께서 저희들에게 평생으로 보여주신
잠시라도 쉬지않고 근검 절약 부지런히 살아 오신 숱한 가르침
내 자식뿐 아니라 집안 사촌 조카들까지도
거두고 챙겨주신 다정 다감하신 푸근한 인정미
그 아픈 병고 속에서도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열심히 정진하시던 그 모습
어느것하나 어이 잊을 수 있겟습니까

돌이켜 보면 지난 세월
숱한 잘못과 응석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언제 까지나 영원히 우리곁에 계실줄만 믿고
내일로 미룬 못다한 불효 용서 하시옵소서
부디 이세상의 숱한 미련 다 거두시고
저희들 걱정은 이제 잊으소서
어머님께서 저희들 가슴에 심어주신
심인진리 잘 갈고 닦아
집안에 윤기있고 화목하게 잘 살겠나이다
자녀손들 나라에 동량이 될 인물로 훌륭히 키우겟나이다
아직은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열심히 정진 하겟나이다

어머님!
부디 이고득락 왕생성불 하시옵소서!
언제나 우리는 추억 속에서 어머님을 만나고 있을것입니다
어머님은 우리들 가슴속 깊이 영원히 살아 계실것입니다
반야지 보살님! 최경분 여사 우리어머님!
왕생성불 하시옵소서!
왕생성불 하시옵소서!
왕생성불 하시옵소서!

 
95년 11월 5일 셋째며느리 000 올림
 
 
***어제 어버이날을 맞아서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시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평소 글을 쓰는 내게 시숙님께서
시어머님 49제때 헌시를 지어 보라고 하셔서, 윗글을 오래전에 썼고, 산소에 가서 일가 친척 형제분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숙님께서 낭송하셨다고 햇더니, 보고 싶다고 하여서 잠시 게시판에 올렸는데, 그 글을 방송 하는 중에 낭송하다 시제이가 목이
메어 마저 읽지 못하여 중단하고...다시 오후에 새로 낭송한 글이다.다시 보고픈 사람들을 위해서 여기에 적어본다.
 
그동안 참 오랫동안 어머님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내게는 정말 친정엄마처럼 잘 해 주셨는데...
첫애를 낳고 오른쪽 팔이 아파서 고생한 나를 기억 하시고는 둘째 낳고 몸조리 잘하면 그 병이 나을거라고 둘째를 낳고 2달 동안이나 해산받이를 해 주셨었다. 매일 소고기 한근을 갈아서 시누님이 보내주신 미역으로 국을 한솥 끓여서 이틀만에 혼자서 그 많은 국을 다 먹었으니...어머님께서 얼마나 기뻐 하셨는지...미역국을 너만큼 잘 먹는 애가 없다고 흐뭇해 하셨었다.
 
사람들은 다 친정 엄마인지 알았다.잠시도 가만 계시지를 못하시고 그저 내 몸 움직여 씻고 닦고 부지런히 일하시고
새벽에 일어나서 목욕하시고 기도하는 모습을 하루라도 게을리 하시지 않으시니...새삼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온다.
2달동안 정말 아무일도 안시키시고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셔서 지금까지도 정말이지 건강하게 잘 사는지도 모른다
항상 맘속 깊은곳에서 부터는 어머님을 생각은 하지만 잠시 깜빡 잊고 살때도 많았다.
 
처음 시집을 가니 어머님께서 머리를 쪽을 짓고 계셔서 내가 미장원에 모시고 가서 어머님을 파마를 해 드렸다. 친정엄마와 그리 연세가 차이가 나지 않는데 너무 옛날 분처럼 살고 계심에 여러가지 신경을 나름대로는 써드린것이 어머님도 친딸같이
예뻐 하셨다.산바라지뒤에는 옷을 해드려야 된다고 그당시 서울시외버스터미널윗층에 있는 양장판매점에서 롱치마와 예쁜블라우스와 윗옷이랑 핸드백 구두까지 해 드렷는데 어머님께서는 그옷을 입고 일가친척들한테 자랑을 하셔서 친지들 결혼식때 가서 칭찬을 얼마나 많이 들엇던지... 항상 우리가 해 드린거에 비해서 그 칭찬은 눈덩이 처럼 커져서 돌아오니 부끄럽기
그지없지만...어머님과의 추억은 다 나열할 수 없을정도이니 참아야 하리라...
 
어머님! 제가 잘못한 일들이 많지만 그래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손자손녀들 우리 문중이 잘 되도록 천상에서 기도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켜보아 주시고 왕생성불 하시기를 빕니다.
아침에 아들이 어제 카드를 두고 갔는데 안보셨네요 하면서 내민다. 첫 마디가 존경하는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씌여있다
정말 자식들에게 존경받는 좋은 부모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하루 하루 멋지게 자신을 가꾸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더 많이 기구하고 노력하리라 다짐해본다. 눈부신 5월 사랑의 계절 5월에, 모든 만다라 중생들의 가슴에 사랑이 충만하기를 빌면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순우 옛집  (0) 2008.05.30
간송 미술관 오원 장승업화파전  (0) 2008.05.28
가슴 뿌듯한 만남  (0) 2008.05.07
어버이날 아들의 이벤트  (0) 2008.05.06
광우병 걸린 소일지도 모른다면...  (0) 2008.05.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