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걸린 복 바가지

 

 

우리집 거실에는 27년된 바가지가 걸려 있다. 우리딸을 낳기 몇달 전에 시장에 가서 사왓으니간 아마도 더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방부제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데도 오늘날까지 잘 건재하고 있다.

처음에 시어머님께서 몸 풀면 아기 목욕 시킬려고 이 바가지 사 왔는냐고 하셧을 정도였으니간,시장에 갔는데 이렇게 큰 바가지를

처음 본것이다. 그래서 옆에 작은 표주박 두개랑 사와서 동네 표구점에 가서 그림도 넣고 매듭도 장식 했더니 너무 멋진 벽걸이가

된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사를 수원에서 울산으로 울산에서도 아파트를 바꿀때마다 3번쯤 하고 인천까지 오게 됫는데 그때마다 이삿짐센타

아저씨들께서도 와아 요즘 이렇게 큰 바가지 첨 본다고 한마디씩 하신다.

우리집 가보니간 절대로 깨지면 안됩니다 하면 요즘 이런박 없을걸요 하면서 아주 귀하게 포장을 잘 해서 챙겨 주신다.

이 바가지가 복 바가지라고 하는건 딸을 낳고 나서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냥 내 스스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이 바가지를 보니간 흐뭇해진다 .

 

우리 삶이 늘 그렇듯이 눈에 안보이게 조금씩 다 좋은쪽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우리는 느끼며 살고 있다.

언제나 역사의 흐름은 고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는가...억압된 민족에서 해방을 맞고 ...지금 전세계적으로 독립된 국가가 198개국이란 말을 한비야씨 강연에서 들은듯하다. 누가 명명해 주지 않아도 내 스스로 희망적이고 멋진 이미지를 창출해서 잘 가꾸고 공을 들이고

애착을 가진다면 그게 또한 나의 보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엄청난 역사적 의미가 없어도, 값비싼 귀중품이 아니라도, 우리집의 희비애락을 같이 지켜봐온 평범하고 오래된 바가지 하나지만

나는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게 소중하게 쓰다듬고 있다. 그 바가지속에다 한때는 비상금도 감추기도 하구 아들이 어릴때는 장난감을

동생이 손 못 되게 숨기기도 하구 또 딸애는 인형을 숨기기도 했는데...이제는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 너무 오래되어 행여나 만지다

떨어져서 부서질가봐 접근 금지를 시켰다.

 

어디 눈에 보이는 물건만 보물이랴, 맘 가까이 늘 충만해 있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인척들과, 늘 보고픈 고운 벗님들, 모든 지인들...

멀리 계시지만 언제든지 무순일이 생기면 달려와 주실 고마운 분들... 이들의 고귀한 마음과 따뜻한 정, 그모두가 다 이 넓은 우주에서 이생에서 만난 귀하고 소중한 보물이 아니겠는가...하루 하루가 힘겨울지라도 눈에 안보이는 보물을 안고 사는 우리 모두는 다 부자가 아니겠는가,꽃비가 내리는 향기로운 봄날, 내게로 온 이렇게 귀한 보물들 누가 훔쳐 갈 수 도 없는 소중한 보물들을 매일 잘 간수하고 먼지 앉지 않도록 기름치고 걸레질하고 귀하게 소중하게 어루만지며 좋은 인연의 울타리 잘 가꾸며 살아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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