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찰영

 

 

 

 

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약기. 자기장중의 원자핵이나 전자가 특정한 주파수의

전파 에너지를 흡수하는 물리현상등을 이용한 단층 찰영법

 

흔히들 병원에 가서 1차 진료후 의사선생님께서 MRI찰영을 하자고 하면 가슴 깊숙히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기 마련이다.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이기도 하고...내가 병이 깊은가보다...하는 맘에 가슴은 방망이질 칠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등을 통해서 하얀 통 굴 같은 곳으로 거의 묶이다 싶이해서 서서히 온 전신이 그 하얀 굴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연상하게 되니간...엠알아이를 찍어 보자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는 순간 일단 중병임에는 틀림이 없고, 그때부터 인생은 모든것이 강물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처럼  흔들리기 마련이다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지 엠알아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그 순서를 기다리는데도 한달여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강심장이라 한들 엠알아이 찍을 날자를 기다리는 한달여동안 방황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이제까지 내가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 왓던가, 갑자기 모든것이 허무해지고, 다 부질없어지고, 왜 이렇게 밖에 살지 못했나,

후회 스럽고,더 잘 살아 오지 못했음에 더 모든것에 최선을 다 하지 못한것에, 남은 시간들이 도대체 얼마나 될가, 내게 허락된 시간들이

도대체 얼마가 될가....홍수처럼 생각은 끝이 없고 절망의 계곡에서 허우적이게 된다

 

식욕도 떨어지고 잠도 안오고 의욕도 없고 살아도 사는것이 아닌것이다. 생각하면 괜시리 눈물만 흐르고...

그러나 마냥 그렇게 헝클어져서 절망하기엔 나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무너지는 맘을 헤아리게 되면, 그 또한 맘 놓고 널부러져 있지도 못하게 된다 .그래 지금까지 잘 살아 온것만도 고맙게,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신의 뜻에 따라야지, 맘을 비워야지 담담해져야지.....자신을 추스리며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기까지 많은 시간들이 지나가야함을 숨길 수 없다.

 

삶이란 무엇인가고 서둘러 반문하지 말자고 젊은날 낙서를 한적이 있다. 정말 인생이란 예기치않은,신의 각본대로 짜여진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운명론자이기도 했지만 무엇하나 내 의지대로 되는게 없는것같기도 하다

그러나 마냥 운명을 탓하고 신에게 투정하기엔 그리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지도 모른다.희귀난치성질환에 속하는 어떤 병이란 병명부터 낯설기만한데 당장 어떻게 죽는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 지금 이상태에서 그 은밀한 진행이 멈춰질 수 도 있다고 한다. 더 지켜 봐야 하지만...실제 환우분들중엔 그 진행이 멈춘 사람도 두사람이나 계시기도 하고...물론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간 수술을 해야할지도 모르지만...

 

찰영이 시작 되기전에 손등에 작은 주사 바늘을 꼽고 귀마개를 쒸워준다. 그리고 한가지 절대로 침을 삼켜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그 순간부터 평소엔 깡 말라 있던 입속에서 침이 샘처럼 고여 나온다 이 무슨 해괴한 부조리인가...

도저히 참을 수 없으면 딱딱딱 소리가 안날때 삼키시라는 간호사의 구원어린 한마디를 들으면서 하얀 통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 갔다.

눈을 꼭 감은체 하얀 통속에서 공포에 질려 있는데 어디선가 벼락 천둥소리같은 딱딱딱인지 똑똑똑인지 소리가 들려온다.

 

침은 끝없이 나를 괴롭힌다. 아무리 단전에 힘을 모으며 복식 호흡을해도 그 어떤 생각도 상상도 그 침을 멈출 수 없다.

극한 상황에서 꿀꺽 침을 삼켯다. 예전엔 침 때문에 다시 찰영을 한적도 있었다 .그 기억때문에 또 그럴 순 없다고 이를 악다물지만,

침침침 ...잠시후 간호사가 9분만 더 참음 된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재채기가 나올려 한다. 이 무슨 조화인가...움직이면 절대 안됩니다

간호사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꼼짝할 수 없는 상황 눈을 떠본다.하얀 통속이다 그냥 아주 환한 하얀통 신음하는 창백한 하얀빛만이 가득한 ....그안에 요란한 소리...

 

그리고 끝없이 나를 괴롭히는 침과 재채기,,,,재채기를 참으려고 동물적인 신음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우우웅....

그 악몽같이 긴 시간이 지나고 이제 끝났습니다 하는 소리와 동시에 눈에선 눈물까지 흐른다.재채기가 나오려해서 정말이지

죽는줄 알았다고 했더니 잘 되었다고 수고하셨습니다 한다.

여기까지 엠알아이찰영한 기록이다 다음엔 시티 찰열과 엑스레이 찰영은 식은죽먹기로 끝났다

 

멀리서 왔다고 그날로 결과를 보고 가라고 해서 잠시 기다렸다

박사님께선 아주 고무적으로 말씀 하신다 심하다면 심하지만 또한 별 겉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 나는건 아니니간 3달후에 다시 보자고 하신다.아침에 일찍 가서 수술한 환우회 회원을 만났는데 수술 결과가 좋다고 아주 명랑하게 이야기를 잘 한다. 단지 눕지를 못하고 잠도 못잔다고...처음 수술이 잘못되어서 걷지를 못했는데 이번엔 잘 되어서 걸을 수 있을거 같다고 한다

 

정말 너무 잘 되었다고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내가 눈물이 날거 같았지만, 언니 언니 하면서 어찌나 밝은 얼굴이던지...

그동생이 하루 속히 쾌차하여서 환우회 게시판에 나 이제 잘 걷게 되었다고 좋은 소식 전해줄날 손꼽아 기다리면서....

지금 내 몸속에 어떤 병들이 자리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안그렇기를 다 빌고 싶지만...

운좋게 자기가 병에 걸린지도 모르고 살다가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신다 그렇게 병에 휘둘리지 말고 그냥 편하게 살아라고 하신다

 

행여 살아 오면서 잘못한게 많았는지...누구를 가슴 아프게 했는지...오늘까지 내  삶 앞에 너무 오만했는지 ....

내 건강에 너무 자만했는지.....갑자기 착한 심성으로 바쁘게 지나간 필름들을 되돌려 본다....

겸손하게 머리 조아려 반성하고 성찰하면서......병이 있음으로 나를 돌아 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또 내일이면 묵은죄위에 새죄를 짓고 살겠지만 조금은 지금보다는 욕심을 버리고 착하려고 노력할거같다

 

지금 이 순간도 아픈 병마와 씨름하고 있는 모든 환우님들의 빠른 쾌차를 기도 하면서....

병과 동무하면서 좀더 하심하고 지족하고 비우고 버리고 낮추며 감사하며 살자고 두손모아 기원 합니다

내 몸에 병 있음을 슬퍼하지 말라고...그리하여 더 인생에 겸손하게 되고 애틋하게 아끼며 살게 되는 심안에 눈뜨게 될지도 모르니간...

대자 대비하신 부처님이시여 ~~부디 어리석은 중생 굽어 살피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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