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된 노트 1.
아주 오래전부터 좋은 시들을 적어온 노트가 있었다.시가 뭔지도 인생이 뭔지도 모를 나이 부터...
처음엔 공책같은것에 적다가 나이가 들면서 조금 예쁜 노트가 보이면 그곳으로 다시 옮겨쓰고 또 다시 쓰고 적어도 열번이상 옮겨쓰다가
어느날은 다시 옮겨 쓰기엔 너무 힘들어서 그냥 두고 다시 새 노트에다 채워 나가기도 했는데 요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최근에 쓴 시들은 거의 고갈이 되어 ㅎㅎㅎ 아주 오래된 노트를 찾게 된것이다 .
그런데 참 재미있는것은 아주 오래전에 쓴 시들을 올리면 십대도 내 글을 보고 이십대도 많이 본다는 것이다
그때의 그 감성 리듬이 맞나보다. 희안하게도 나이들어서 올린 글들은 또 그 나이대의 사람들이 많이 보니간, 정말 안보이는 어떤 감성의
흐름이, 그 끌림이, 나이대에 따라서 틀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안보이는 공감이 무서운가보다
내 오래된 노트 제일 첫장엔 라빈드라 타골의 시가 적혀있다
그때 내가 제일 고민하고 사색에 빠졌던,나름대로 제일 맘에 와 닿은 시이기에
여기에 적어 본다 적어도 40년 전에 내가 좋아했던 그 시를...
** 나의 기도 **
<라빈드라 타골>
나로 하여금 험악한 가운데서
보호해 달라고 기도 할것이 아니라
그 험악한 것들을 두려워 하지말게
기도하게 하소서
나의 괴로움 그치게 해달라고
빌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것을 정복하도록
기도하게 하소서
생명의 싸움터에서 동맹을 바라지 말고
내 힘을 다하도록 기도케 하소서
우울한 공포 가운데서 구원을 바라지 말고
참고 견디어 나의 자유를 얻게 하소서
나를 포용해 주소서
이몸이 약하다 할지라도
성공 가운데서 인애을 알게 해 하소서
삶의 가운데서
당신의 손을
꽉 붙잡게 해 주소서.
아무래도 첫연과 둘째연이 제일 맘에 와 닿은것 같다.
살면서 우리는 정말 험악한 상황에 많이 부닥치게 된다 그때마다 성현들의 좋은 말씀이나 위대한 시인의 좋은 시는 얼마나 많은 위로와
삶의 나침반이 되는지..내가 타골이나 푸쉬킨의 시를 좋아 하는 이유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온실속의 화초같이 곱게만 커 왔다면 인간들의 변화무쌍한 감정의 질곡들을 어이 다 알 수 있을것이며, 눈물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았다면, 어이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었겠는가....함정처럼 도사린 안좋은 일들도 겪게 되고,,,
적금을 타서 무언가 할려고 오랫동안 허리를 졸라메면서 살고 있는데 그 적금을 타기도 전에 그 적금을 고스란히 다 내어 보내야하는
허탈하고 기막힌 일을 당하기도 하고...산다는것은 계획대로 되는것이 하나도 없다는것을 정말 살아 가면서 너무나 잘 깨닫게 된다.
어디 간다고 집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버스를 타고 가다가 그 버스가 하필이면 승용차와 접촉 사고가 나서 싱강이 하는틈에 시간에 늦어서 본의 아니게 택시를 타야 하기도 하구 뭔가 계속 꼬이는 날도 있고, 무거운짐을 들고 집까지 오는데 아는분을 만나서 중간에 승용차에 합승해서 편하게 오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들이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게 삶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은 정말 기가 막힌 각본을 우리들을 위해서 준비해 두신것 같다.아무 생각없이 하루 푹 쉬고 싶다고 생각하는 날에는 아침부터 전화가 와서,누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부터 정말 안타까이 돌아가신 이야기며 새로이 행복한 한쌍을 축복해 달라는...
예기치 않은 여러 일들이 생겨서 바쁘게 종일 다녀야 하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은 모임에 초대되어 거나하게 잘 먹고 오기도 하고...
그렇다고 계획없이 살 수 는 없겠지만 신은 우리의 계획을 아무래도 시샘하는것만 같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또 멋진 계획을 새해와 더불어 세우면서, 그 과정에서 마치 구름위를 걷는듯 들뜨고 행복에 잠기기도 하고 느슨한 삶을 조우며 바쁘게 동동걸음 치면서 한껏 꿈에 부풀기도 할것이다.
실제 여행을 갔을때 보다도 그 여행을 준비하면서 더 흥분되고 설레지 않았던가...
이제 며칠 남지 않은 한해를 보내면서, 안좋았던 기억들은 다 잊어 버리고, 묻어 두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 나은 내일이 되도록
항상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건강 하나만으로도 넘치는 축복임을 깨닫는,그런 겸손한 한해가 되기를 빌면서, 항상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일지라도, 그래도 신은 늘 나의 편이라고 생각하면서, 느림과, 비움과, 감사와 고마움으로 지족하는, 착한 계획 세워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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