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동네 앞산에 갔다
사람은 모름지기 몸을 쉼없이 괴롭히고 움직여 주어야 된다고 친정어머님은 늘상 말씀하셨다
옛사람들의 그 부지른하신 생활 철칙이 현대병을 예방하는 얼마나 좋은 습관인지...
물론 가사나 노동에 쓰는 근육과 운동하는 근육은 틀린다고 하지만...그래도 우리가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뵐때 디룩 디룩 살이찌고 배가 남산만한 사람들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가만히 앉아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먹는건 똑 같이 먹고 있으니...살이 찔 수 밖에 없는것이다
그리 기름진걸 좋아 하지는 않지만...예전엔 아무리 먹어도 절대로 살이 안찌는 21세기 체질이라고 스승님께서 광고도 해 주셨는데...
그게 아닌것이다. 정말 살이 평생 안찔지 알았는데.....오래전에 아들이 대학을 가서 어머니날이라고 브라우스를 사 왔었는데...
팔뚝이 들어 가질 않는게 아닌가...
마침 아들과 같이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그 브라우스를 바꾸러 백화점에 갔더니, 아가씨가 자기하고 똑 같은 체형이라고 해서 55사이즈를 건네 주었다는데 ㅎㅎㅎ아들 눈에는 엄마가 그리 날씬하게 보였나본데...아들을 기숙사에 보내놓고 왼종일 먹고 자고 했더니 살이 몇달사이에 몇키로 쪄버린 것이였다.그래서 그후론 아 나도 살이 찌는 체질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것인데...
처녀때부터 등산을 좋아해서 기회만 닿으면 산엘 갔는데, 몇년 직장생활을 하고부터 게을러져서 그나마 다니던 산을 멀리하게 된것이다
춤을 배워 볼가 탁구를 칠가..여기 저기 기웃거려 보기도 했지만 ..역시 산이 제일 내게 맞는거 같다
처음 이사와서는 40분만에 후딱 다녀 오던 산을 어제는 1시간 20분만에 약수터까지 다녀 왔다.날씨가 포근해져서 얼었던 산길이 녹아서
몹씨 질척이기도 했지만 안다니다 산을 오르니 숨도 차고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여기 저기 남여 같이 손잡고 오기도 하고 한무리의 같은 멤버들이 술과 음식을 먹고 마시고 대낮부터 추태를 보이기도 하고....혼자 다니기가 좀 머쓱하기도 하지만...
별 이변이 없는한 매일 산엘 갈가 싶다. 등짝이 땀에 젖어 약간 후들거리는 다리로 약수터에서 마시는 그 시원한 약숫물의 맛이란 정말
산에 올라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기막힌 맛이 아니겠는가, 음료 부적절하다고 팻말이 부쳐져 있건 말건 꿀꺽 반병을 마시니 몸속
깊은곳에 숨었던 안좋은 모든 진액들이 녹아 내릴것만 같다
홀로 산에 오르면서 많은것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살아온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돌아 보고 생각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지금까지의 후회와 용서와 자기애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모든것을 다 포옹해주는 산의 겸손과 지혜를 배우게 된다
정말 할 일 없이 집에서 낮잠이나 즐기신다면 오늘 부터 산책도 좋고 산에 한번 올라 보심은 어떨런지요
산은 언제나 늘 그자리에서, 변함없이 기다려주고 반겨주며, 어떤 질책도 투정도 다 받아주고, 너그러움과 넉넉함으로, 힘과 용기로,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고, 등 도닥여주며 꿈과 사랑을 잃지 말라고 포근히 감싸안아 줄것이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줄것이다.
지자는 바다를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 한다고 했던가,오욕칠정에 찌든 몸과 마음 버리고 비우는 연습 배우며, 위대한 자연앞에 더 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나를 낮추며 고개숙이며 날마다 산에 오를것이라고 오늘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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