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볼 폭포

 

 

오래전 12월에 기회가 잘 맞아서 남편 회사 산악회와 함께 밀양시 가지산을 다녀온 적이 있다

언제 보아도 수려한 산세와 빽빽한 나무숲, 그리고 그 사이를 멀미를 일어킬 정도록 굽이 굽이 휘도는 계곡,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도 잠시 산악회장이 굵은 목소리로 저 계곡을 따라 올라가 멀리 보이는 사자봉을 오른 후 맞은편 얼음골로 하산할 거라는 말에 그만

바짝 긴장하고 말았다.

"휴우 저렇게 험한 산을 어떻게..."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지난 달엔 원주 치악산까지 갔다 왔는데 ... 이젠 뭐 겁날 것도 없다는 오기가

치솟았다.

 

산악회원들은 모두 약속이나 했던 것처럼 부리나케 산행을 시작했다. 숨가쁜 2시간여 온몸이 땀에 흥건하게 젖은 채 해발 1천 2백미터의

사자봉에 올랐다.한마디로 장관이었다.까마득히 보이는 인간세계와 나 사이에 놓여 있는 이 산의 웅장함이 한참이나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우리 모두는 한 숨을 돌리며 점심을 먹었다.

 

한 30분 후 올라온 맞은편 얼음골을 향하여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은 올랐던 길 못지 않게 온통 바위뿐이어서 힘들고 미끄러웠다

여름에도 얼음이 얼어 있다는 얼음골을 보고 그 옆 계곡으로 조금 들어 가니 가마볼 폭포라는 정말 멋진 폭포가 나타났다.

두 산이 붙은 듯 하면서도 떨어진 깊디 깊은 골 사이로 폭포가 우람하게 떨어진다는데,너무 가뭄이 계속된 터라 물이 말라 있어서 아쉬웠

 

다. 폭포를 둘러싼 주변엔 집채만한 바위가 있고 그 위에 이끼가 짙게 끼여 있는것으로 보아 여름에 물이 많을 때는 가히 비경을 이룰 것같았다.둥글게 패인 폭포소의 모양이 마치 가마솥을 닮았다고 "가마"라는 글자가 들어 갔을까? 한데 "볼"자는 무슨 뜻일까 궁금해 하는데 옆에 있던 누군가 그런다. "아 알았어요 그 볼은 볼테기의 준말 입니다" 그러자 모두들 잠깐이지만 피로를 잊고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의 명소 영남 알프스 그 한자락인 가지산의 얼음골은 정말 세계 어느곳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수려한 산세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 가마볼 폭포가 자리한 깊은 계곡 벼랑 끝에선 옛날 싸움에 쫓기어 이 지점까지  몰린 어느 용감한 장수의 준마가 저 산에서 이산으로 훌쩍 뛰어 넘었을 것도 같은, 그래서 하늘로 올라간 전설이 들리는 것만 같다.

혹여 여름밤에 먼 별빛을 보며 이 폭포 앞에 서면, 어디선가 하늘로 올라간 말 울음소리가 들려올까? 옆에 계시던 어느 아저씨는 이곳의 지형은 그랜드 캐년의 경치 못지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가마볼 폭포에서 점점 멀어 지면서 왜 우리들은 이렇게 멋진 훌륭한 관광자원을 잘 가꾸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지난번에 일본에 갔을때 썩 좋아 보이지도 않는, 어느 항구를 종일 관광 코스로 넣어 놓고는, 안내양이 그 주변에 있는 회사의 연혁부터 일년 생산량까지 ...볼게 없는 항구를 몇시간씩 천천히 돌면서 관광시켜주는 바람에 짜증이 날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멋진 탄성이 나오는 수려한 경관을 더 많이 알리고 관광산업화 하지 않을까...아쉬움이 남는다.

아침 일찍 시작한 산행이 평지로 내려 오면서 저녁노을 만드는, 지는 해를 맞는다 겨울해는 짧다. 긴 산행이었음에도 마음은 뿌듯하다.

저렇게 높은 산을 다녀 왔다는 자부심에 다리 아픈지도 모르겠다 .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곳을 찾는이들 시끌한 목소리에 안으로 웃음지며, 모든것  다 초월한 수도자의 명상으로

그래 모든것은 잠깐 한순간 찰라에 사라진다고... 여름날 그렇게 우렁찬 폭포수도, 이제 이렇게 꼼짝없이 꽁꽁 포박당하였노라고

자연 앞에 더욱더 겸손하라고...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고...인생은 길지 않다고, 무언의 법문을 한다. 

긴 겨울 동면에 들어간 가마볼 폭포의 얼음덩이들도, 별들의 속삭임 안으로 새기며, 이 밤의 고요를 풀어낼 봄을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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