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계절병
언젠가 불을 토하듯 이글 거리는 태양을 핑개되며
도망치듯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고 싶던 날이 있었다.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무엇인가에 부딛히며 넘어지고 싶었다
불나방이 불을 향하여 뛰어 들 듯이 그렇게 자신을 던지고 깨어지고 부서져 침몰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 비우고 다 헹구어 내고 다시 채울 수 있기를 염원 했었다
썰물처럼 밀려오는 감정의 파고에 오랫동안 참았던 숨겨둔 열정, 물결 흐르는데로 단 한번 만이라도 출렁이고 싶었다.
나를 포장하지 않고 계산되지 않은 본연의 순수한 나만의 온전한 느낌으로...
두려움 없이 정염의 불꽃 내뿜어 온 세상을 뜨겁게 못 견디게 달구는 8월의 원초적 본능을 닮고 싶었다.
아니 그 뜨거움의 만분지 일이라도 내것으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바램과는 달리 앞으로 내 달릴 수 없었고 도처에 옥죄이는 책임과 의무와 희생의 벽속에서 주저와 망설임 자학과 번뇌속에
눈 먼 용기는 돌아 앉고 가슴의 불꽃마저 시들해져 8월의 태양은 내 젊은 방황을 삼키고 꿈으로만 뫼르소를 그리다 그렇게 계절은
후딱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해마다 여름이면 상처가 도지듯 발작같은 뜨거운 기둥이 가슴에서 솟구칠 때가 있다.
몰아치는 폭풍우 비바람 속에 달려갔던 통도사 키 큰 소나무 숲, 가까이 다가서면 숲은 이미 보이지 않는것을...
억수같이 퍼붓는 소낙비 천둥 번개속 낯선 이방의 도시, 스페이스 월드에서, 우주에 추락한 미아처럼 그렇게 블랙홀로 사라져간
풋풋한 얼굴하나...화두를 선물 했던 선생님의 화두를 아직도 헤아리지 못한 아둔함, 아니 못했다기 보다 할 수 없었던...
8월은 언제나 멀미하듯 흔들리며 끊어진 필름의 되감기를 강요한다.
그러나 8월의 태양을 핑개되며 시작 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지금, 나이만큼 성숙되지 못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미완의 아름다움인양 자위하며 가끔씩은 흔들리며 그렇게 뒤척이고 몸부림한 지난날을 웃음할 수 있는 차 한잔의 여유를 가져본다.
몸살 앓듯 여름을 보내고 마음속 풍랑을 잠재우듯 9월도 잘 견뎠지만 시월 어느날 불같은 내 분노를 잠재우지 못하고
시월의 마지막 밤 이별 노래 부를줄이야...
천년을 견뎌온, 앞으로 또 천년을 버텨갈, 잿빛 신비의 앙코르와트사원 그 계단에 영원을 새겼는데...작열하던 태양빛에 돌아 버릴것같은 내 생애 가장 몽롱했던... 황색 흙바람속에 묻어 둔 그날의 맹서는 압살라 무희가 훔쳐 갔을까....
시월의 풍만한 결실에 눈물 한방울의 마지막 정성이 필요 했던가....내 화려한 뜨거운 여름날의 추억도 수장 되어 갔으니...
유난히 많이 불어온 8월의 태풍들, 오늘 내 마음이 이렇듯 흔들리는 탓에 세상이 흔들리는 건가...
쏟아진 폭우에 숱하게 희생된 젊은 인명과 재산, 오열하며 절규하는 가족들, 어느 신문 사설에선 ,무자비하게 산허리를 잘라내고
건설이라는 미명하에 자연의 순리를 배신한 죄값으로 오늘의 참사를 당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죄를 저지른 자와 그 죄값을 치루는 자가 같지 않음에 신의 무정함과 착각을 탓해 보지만...
오늘 우리의 발전이 먼 훗날 자연의 분노가 되지 않도록,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생활이던 삶이던 진정 내 가장 가까이 있는
모든 만다라에게 상처 주지 않고, 배려할 줄 아는, 가장 작은것에 감동하며, 낮은 곳으로 눈 돌리며, 겸허하게 살리라 다짐해 본다.
법구경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같이
온화한 마음으로 성냄을 이기며
착한일로 악을 이기며
진실로 거짓을 이기며...
이제 머잖아 한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늘상 허기진 목마름으로, 바람같이 떠나고 싶은 뜨거운 마음 접어 놓고,
가슴 한켠 서늘한 그리움 삼키며 성숙된 인격으로 부끄럼없이 살기 위하여, 분무질하듯 나를 다스려야 하리라.
세월은 그렇게 무심히 상채기 남기며 그래도 마지막 선물 추억만은 남겨주고 떠남에 고맙다고 손 흔들어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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