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아저씨

 

 

저녁때 외출해서 돌아 오는데 버스 정류장 부근에 붕어빵을 파는 아줌마가 계셨다

노릇 노릇 맛있게 보여서 앙코가 많이 들어간 따끈한 걸로다 천원어치 달라고...

붕어빵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4개에 천원도 하고 6개 천원도 하는데 8개 천원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싸게 파는냐고 했더니 값을 올려야 하는데 멀리서도 싸다고 찾아 오셔서 올릴 수가 없어서...밀가루값이랑 모든 재료가 다 올랏고 봉투값까지 올랐다고 하시는데...그래서 자기는 다른 사람들 보다 많이 팔아야 된다고 하신다

많이 많이 파세요 하면서 집으로 오는데 아주 오래전 붕어빵 아저씨가 생각이 났다.

 

집에 와서 찾아 보니 1995년 11월의 일이다 그땐 울산에 살았었는데 주말엔 남편이랑 식구 모두 절에 갔다 오면서 삼산동에 있는 농산물시장에 가서 일주일분의 장을 봐왔었다. 과일과 채소들을 사고나서, 츄럭에 붕어빵을 팔고 계시는 아저씨한테 꼭 붕어빵을 2천원어치씩

사서 먹었는데, 그 아저씨의 붕어빵엔 정말 아주 특별한 맛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붕어빵이 구워 나오기 바쁘게 다 팔려 나가서 기다려서 사야 했다. 다시 익을때까지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12년 동안 붕어빵을 구웠다고 큰 소리 치시는 아저씨의 투철한 직업의식처럼 그 많은 빵틀 중에서 노릇 노릇 익은것만 잘도 골라내는 날렵한 솜씨엔 아저씨만의 노하우가  분명 있을것 같았다.

 

"자 1개 더 넣었으니 먹어보면 또 오게 될걸"하시며 빵 봉투 양귀를 조금씩 뚫어 주는데12년 아저씨만의 바싹한 비결인것 같았다.

다른 붕어빵보다 단팥도 많이 들어 있고 맛도 좋아서 단골이 되었다. 아저씨는 나를 알아 보시곤 다른 사람이 열개 천원 할때도 자기는 6개 천원에 팔았고 4개는 덤으로 또 더 넣어 주셨을거 같은데, 줄 돈 다 주고 삿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붕어빵 아저씨의 장사철학에 많은것을   배운 것 같다.

 

누군가에게 덤으로 기쁨을 주는 말, 당연한 것인데도 공짜로 얻은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하는,기분 좋은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속에 생각으로만 아무리 사무친들, 입밖에 내어 말로는 할 수 없었던, 헛된 자존으로 잃어버린, 많은것이 아쉽고,허전한 계절에 누군가에게 우리 모두 따뜻한 말한마디 덤으로 보태 주자는 글을 경상일보에 실은 적이 있었는데, 그 후 대구 엠비시 문화방송에

피디가 그 글을 읽고 우리집으로 전화가 왔다.그 붕어빵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방송에 출연  시키고  싶다고...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떤 방면에 오래도록 자부심과 장인정신으로 열심히 하는 분들을 소개하는 프로인거 같다

그후 다시 붕어빵 아저씨를 찾았는데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프랭카드가 붙여져 있었다 엠비시 방송 출연 그 붕어빵 아저씨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붕어빵 이라고...방송 출연한 사진도 걸려 있고...

사람들이 여느때 보다 줄을 많이 서 있었고, 그 바쁜 와중에도 아저씨는 나를 발견하고는, 차에서 내려와서 인사를 꾸뻑 하셨다.

 

"아이고 정말 고맙습니다.덕분에 우리 부자 되겟어요, 그동안 찾았는데, 제가 그 방송 출연한 테프를 보여 드릴려고 가지고 다녀요" 하면서 연신 웃으셧다

"뭘요 제가 해 드린것도 없는데요 장사가 잘 되어서 너무 반갑네요" 했더니 앞으로 평생 붕어빵 공짜로 드리겠다면서 장사가 너무 잘 되어서 이젠 안식구까지 같이 일한다면서 눈짓으로 인사를 시키신다. 그날 이천원어치 사고 돈을 드리는데 한사코 안받겠다고 하신다.

돈은 받으시고 덤으로 많이 주세요 했더니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셔서 그냥 돈을 던져 드리고 왔다.

 

우리 아들 딸이 다 지켜 보면서 막 웃는다. 그 아저씨의 표정 말투가 재밋기도 하고 엄마가 자랑스럽게 느껴졌나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자기일에 긍지와 자부심으로 정말 열심히 살고 계신 그분이 자기는 12년 동안 붕어빵을

구웠고, 자기보다 더 맛있는 붕어빵을 굽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거라는 그 큰소리에 대단하시다 하는 맘을 옮겨 본 것인데....

그 후 우리는 이사를 왔었고 오늘 붕어빵 아줌마의 그 갸륵한 맘씨에 또 한번 감동이 오면서 새삼 다시 그 아저씨가 생각이 났다.

 

아마 지금쯤은 삼산동에 땅도 사시고 재벌이 되어 계실것만 같은데... 스쳐 지나쳐도 못 알아 볼것도 같지만 그 아저씨께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물론 잘 사실거라고 생각된다 그런 인생관, 투철한 직업의식이라면, 남다른 인생철학을 지켜 가신다면...

붕어빵의 유래는 옛날에 못살던 시절에 매일 고기를 먹고 싶은 생각에서 만들어 졌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길가에 노릇 노릇 구워진 붕어빵에서 고소한 냄새가 풍기면 사랑하는 이와 마주 보면서 따끈한 붕어빵 하나 오늘 나누어 드시면 어떨런지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먹는 붕어빵은 세상에 그 어떤 비싼 음식보다 달콤함과 고소함과 친근함으로, 주머니를 축내지 않음으로, 항상, 늘 ,자주 자주  행복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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