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2
먼 바다는 신음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는다.
마음에 금을 그어놓고 거기까지만 이라고 말하면서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고매한 인격자 인지 묻는다.
마음의 브레이크 페달을 잘 밟으면서 충돌치 않을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노련한 기술자같이 성숙의 의미는 그런 것일까?
멈춰야 할 곳을 잘 안다는 말인가?
끝없이 치닫는 마음자락을 움켜쥐고 늘렸다 당겼다 할 수 있는 힘의 소유자인가 묻는다.
처음부터 포효하는 거대한 풍랑의 물결에 마음을 맡기고
무섭게 질주하는 죽음보다 강한 열정에 온 전신의 기를 태우고 그 환원하는 한 줌 순결한 재 속에서 다시 꽃 피울수 있는
미친듯한 가슴의 불꽃도 없고, 언제나 조용한 바위 기슭에 몸부림하다 돌아 서는 잔잔한 파도이기만을 고집하는 겁쟁이인가
확 들어낸 가슴에 상처받기 싫다는 그런 계산된 세월의 때 탓인지도 모른다.
그건 굳이 성숙의 의미만은 아닐것이다 무엇이 마음을 사리게 하는가, 용기가 없는가,자존심 때문인가,
상대의 마음도 모르고 어떻게 섣불리 속단할 수 있단 말인가,
마음의 파장의 깊이를 헤는 일조차 두려워 하면서, 상대 가슴의 불꽃을 재는 눈빛으로 탐색하고 있음을 숨기지 못하는
미련함을 연출하는가 ...
예측하지 못한 사고에 당황하여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는 것이 엑셀레이트를 밟고 마는 미숙한 운전자같이
철 모르고 피어나는 겨울 진달래같이 작은 흔들림에도 온통 가슴 졸이며 떨고 있는가
점점 크게 번져오는 아련한 고통을 희열로 느끼며 빠진다.
내 몸속의 무슨 기능이 이 기분을 굳이 감지하고 물고 늘어 지는가...
잠시 꿈꾸던 환상의 사랑은 에지의 아침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말따로, 마음따로, 분리가 가능한가 보다. 그렇게 장소나 형평에 따라서 자기 행위에 대한 합리성이라니...
참을성이 많다는것 은근과 끈기로 무장한 지혜인가, 세월의 무게만큼 짓눌린 순수의 진실은 교묘히 포장되어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흐르는 물같이 잡을 길 없는 짧은 통화 속에서 잠시 얼굴을 비추다 사라지고 만다.
환한 태양의 뜨거운 열정 앞에 고개 들지 못하는 부끄러운 이슬의 고백같이, 그대 정녕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모든 슬픔도 아픔도 가슴으로 안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침묵의 의미조차 가슴으로 헤아려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웃음으로 포장한 숨은 아픔의 그림자까지도 다 헤아려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아무리 아름다운 만남도 상처라는 것을 아는가...
스쳐 지나치는 대각선의 눈 먼 악수 속에서 우리는 잠시 희미한 사랑 노래를 들었네.
먼 바다는 밖으로 신음소리를 내지 않는다.